요즘 안방극장에서 눈빛이 달라진 ‘이 배우’를 만날 수 있다. 언제봐도 20대 어느 정점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그는 이종수(28)다. 그도 어느새 나이 서른을 두 해 남겨 놓았다. 알고보면 데뷔 10년차의 만만찮은 배우다. 화려한 톱스타가 뜨고 지는 사이,어쩌면 그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철없는 반항기가 남자의 힘이 느껴지는 터프함으로 다듬어지고 절제할 줄 모르던 장난기는 위트 넘치는 유머로 업그레이드됐다. SBS 대하드라마 ‘장길산’에서 장길산(유오성)과 만나 의형제를 맺고 뜻을 같이 하는 마감동 역. 지난해 영화 ‘청풍명월’에서 한차례 사극 액션연기를 펼쳤던 그는 이번엔 좀더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 인기가 곧 ‘연예계 율법’?
직설적 표현을 아끼지 않는 이종수는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거침없는 한마디를 건넸다. “인기있는 배우의 말이 곧 법인 풍토 아닌가요?” 톱스타 몇몇에 기대는 연예계 풍토를 꼬집는 말이지만 시샘을 담은 말은 아니다. 이종수는 “인기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 인기 신경 쓰다보면…. 적어도 서른살이 될 때까지 나를 만들어가자고 오래 전 다짐했었죠.”
나이 서른이 주는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중압감’으로,누군가에게는 ‘여유’로 다가갈 터. 아마도 이종수는 후자의 경우인 듯 싶다. 그는 데뷔 이후 군대를 다녀왔고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며 늦깎이 대학생(단국대 연영과 02학번)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에게도 순간의 인기에 자만할 뻔했던 때도 있었다. 지난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무렵이다. 하지만 그는 ‘반짝 인기’보다는 ‘보여줄 수 있는 내 안의 나’로 데뷔 10년차의 앞길을 헤쳐나가겠다고 했다.
# 사극은 또 하나의 나를 찾는 작업.
사극은 배우에게 또 하나의 실험무대다. 가능한 한 자기를 ‘죽이고’ 사극 속의 캐릭터에 쏙 빠져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수도 ‘장길산’ 출연에 대해 “10년 만에 선택한 사극이자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청풍명월’이 사극이었지만 줄곧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압도했다면 ‘장길산’은 칼 대신 말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극의 고어체, 그게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한번은 무려 46줄이나 되는 긴 대사 때문에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물론 옆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대사를 외우는 (유)오성 형을 보고 아무 말도 못했지만….”
화장실에서 대사 외우는 습관을 지닌 그에게 야외촬영이 대부분인 사극은 더욱 첩첩산중이다. 마음놓고 들어가 있을 화장실도 없거니와 그 환경이란 게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수는 그런 어려움을 빼면 이번 ‘장길산’ 출연을 통해 그 자신보다는 남들과 호흡 맞추는 법, 나를 낮춰 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기대만큼 ‘장길산’의 시청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팀워크만은 ‘최고’였다며 출연진과 스태프가 나눠 낀 순은 ‘장길산 반지’를 자랑했다.
# 다가오?서른 즈음엔.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노랫말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또 하루가 저물어갈” 서른 즈음엔,‘짠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그의 작은 바람이다. 그가 짠하다고 표현한 것은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녹여낸 그 무엇이다. “그때까지는 더 경험을 쌓아야죠.” 혹시 사랑? “에이∼.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그런데 여자들은 왜 늘 함께 있고 싶어하죠? 전,사랑한다고 24시간 붙어있는 것은 딱 질색이에요.” 여자가 많다는 말인지,없다는 말인지….
아무튼 이종수는 남자만 바라보는 여자 말고 일을 가진 여자가 꿈꾸는 이상형이란다. 사랑보다는 더 넓은 눈요기가 필요하다는 그는 ‘장길산’이 끝나는 대로 미국여행을 다녀올 참이다. 일찌감치 받아놓은 10년짜리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 앞서 그를 부르는 건 ‘장길산’에 함께 출연 중인 정준하의 휴대전화였다. 전화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어딨어? 소주나 한잔….” 바로 전날 밤에도 정준하와 장충동의 한 족발집에서 한잔을 ‘꺾은’ 터였는데 말이다.
/스포츠투데이 최윤정 anemone@sportstoday.co.kr
/사진=심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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