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관련 댓글 달면 타깃 돼
▶ 가짜 변호사 계정으로 접근
▶ ‘절박함·두려움’에 쉽게 속아
▶ SNS가 이민 사기 판 키워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지난 10일 테네시주 사우스 내시빌의 한 주유소에서 실시한 불심 검문에서 합법적인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정책을 악용한 SNS 기반 이민 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틱톡, 페이스북,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앱을 활용해‘법적 도움’을 미끼로 한 사기범들이 취약한 이민자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는 피해가 늘고 있다. 이들 사기범들은 이민 전문 변호사를 사칭한 틱톡 계정을 만들거나 허위 페이스북 광고를 내는가 하면, 왓츠앱을 통해 가짜 재판 일정을 통보하는 등 매우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이, 사기범들이 이민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범죄 대상 사용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데 악용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수천 달러를 잃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범이 잘못된 서류를 제출해 강제 추방 위험에 처하는 피해자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가짜 변호사 계정으로 접근과테말라 출신 이민자 R 씨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R 씨는 지난 4월 메릴랜드주 니콜 휘태커 변호사의 틱톡 계정을 보고 이민 문제 상담을 받기 위해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며칠 뒤 휘태커 변호사와 동일한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사용한 다른 계정이 R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계정은 R 씨에게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요구했고 R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정보를 전달했다.
곧이어 자칭 ‘정부 직원’이라는 인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이민 절차를 계속 진행하려면 525달러를 송금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R 씨는 정부 공무원이 SNS를 통해 개인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진행 중인 이민 절차에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돈을 보내고 말았다.
R 씨는 “정부 공무원을 사칭한 인물의 태도가 강압적인 데다 지속적으로 송금을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이민 사기가 급증세를 보인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사기범이 변호사나 정부 직원 등 타인을 사칭하는 유형의 사기가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신고하는 사기 유형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이민 사기 관련 민원은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R 씨의 변호를 맡은 휘태커 변호사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는 절박함이 사기범들의 거짓 접근에 속아넘어가게 만든다”라고 지적하며 “소셜미디어 업체의 미온적인 대처 행위도 이민자들의 피해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 가짜 줌 재판까지 등장저소득층 이민자를 돕는 비영리단체 ‘아유다(Ayuda)’의 콜린 노마일 수석 변호사는 “경제 사기와 이민 사기를 당하는 것은 ‘절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마일 변호사는 “SNS에서 이민 정보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계, 가족, 건강, 안전을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라며 “이들이 알고리즘 기반 추천 콘텐츠를 접하면 유사한 내용이 계속 제공되는데, 그 중 ‘가짜 변호사’들의 광고나 사기성 게시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틱톡 등을 통해 이민 정보를 전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이민 전문 변호사들도 SNS에 만연 중인 심각한 사기 실태를 전하고 있다. 약 3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글로리아 카데나스 이민 전문 변호사는 “틱톡에 영상을 하나만 올려도 사기범들과 우리 SNS 운영팀 간에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진다”라며 “금전 피해를 입었다고 연락 온 고객만 15명으로, 연락하지 않은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데나스 변호사에 따르면, SNS 사용자들이 ‘ICE 단속에 걸렸을 때 뭐라고 해야 하나요?’, ‘서류 없는 남편이 국내선 비행기를 타도 될까요?’ 같은 질문을 댓글로 남기면, 곧이어 카데나스 변호사를 사칭한 계정들이 등장해 왓츠앱 번호를 남기며 연락을 유도한다고 한다. 카데나스 변호사 팀은 틱톡 측에 수백 건의 신고를 접수했지만, 틱톡 측은 일부 계정을 삭제하는 데 그쳤고 사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기범들은 가짜 ‘이민 법원’까지 만들어 왓츠앱이나 줌을 통해 ‘가상 재판’을 진행하기도 한다. 휘태커 변호사는 “의뢰인 중 한 명은 해당 사기에 속아 무려 2만6,000달러의 피해를 입었다”라고 전했다.
■ SNS가 이민 사기 범죄 판 키워이민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민 사기 피해자들은 대개 한 건당 2,000달러에서 1만5,000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고, 한 피해자는 무려 10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당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민 사기 범죄자들이 적발되더라도 실제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이민자들이 법적 절차에 연루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위험 부담이 적은 SNS를 통해 새로운 범죄 대상을 물색하는 사기범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 미시건주 의회에서 최초로 이민 사기 단속 법안을 주도했던 스티브 토보크만 전 의원은 “과거에는 입소문이나 소규모 업체를 통한 사기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SNS가 그 판을 키우고 있다”라며 “불과 몇 분 만에 수백 명에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 SNS 기업들의 대응은 미온적주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사칭 행위’와 ‘사기 목적 콘텐츠 제작’을 금지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변호사들과 이민자 권익 단체들에 따르면 이 같은 정책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한 조사에 따르면, SNS 기업들은 영어 외 언어로 작성된 유해 콘텐츠를 식별하고 삭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민 사기의 대부분이 스페인어를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허점이 이민 사기 범죄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가톨릭이민법률지원네트워크’(CLINIC)의 루이스 게라 디렉터는 “SNS 기업들이 유료 광고를 철저히 검토하고 사칭 계정을 삭제해야 한다”라며 “공인 절차 외에도 기업 계정에 검증 배지를 부여하는 방식 등을 도입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소비자 보호법이 있어도 이민자들을 실질적으로 돕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이민자들이 추방을 우려해 사기를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안심하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민 사기 의심 징후>▲승인 가능성을 높이기위해 신청서에 허위 정보 기재를 권유할 때
▲고액 수수료 지불 후, 신청서 접수나 법원 출석을 하지 않을 때
▲‘연방이민서비스국’ 내부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특혜를 보장할 때
▲단순히 이민 신청서 양식만 제공하고도 별도 비용을 청구할 때
▲법원 출석 시 ‘자신이 대신 갈 테니 당신은 가지 말라’고 말할 때
▲빈 신청서에 서명을 권유하고 ‘나중에 기입하겠다’고 할 때
▲출생증명서, 여권 등 원본 서류를 받고, 반환 대가로 돈을 요구할 때
▲현금만 받겠다며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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