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얼마전 한국의 MBC-TV에서 추석특집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베스트 10을 뽑았는데 그 1위가 김치찌개였다고 한다.
구수하고 매콤한 김치찌개는 김치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서민음식, 해외 한인들에게도 가장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이요, 2세들도 즐겨 먹는 메뉴다. 우리 아들도 김치찌개를 무척 좋아하여서 그가 사용하는 컴퓨터 채팅 아이디가 영어로 김치찌개(KiMchiJhEeGaE)인 것은 물론, 저녁 메뉴가 김치찌개인 것을 알았을 때 그 아이의 얼굴이 가장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치찌개는 끓이기 쉬운 것 같지만 그렇게 만만한 요리가 아니다. 우선 지방마다, 집집마다, 종류마다 다른 김치가 찌개의 맛을 크게 좌우하고, 더불어 만드는 사람의 노하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식당마다 김치찌개 맛이 다 다른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기본적으로 김치를 맛있게 잘 익은 것, 양념이 많은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덜 익은 김치나 허옇게 담근 김치는 절대 좋은 맛을 못 내고, 차라리 짜고 신 김치가 낫다. 식당에서는 김치찌개용 김치를 따로 담근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젓갈을 넣지 않고 양념을 짜게 한다고 들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육수로서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 목살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개운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멸치나 다시마로 국물을 내기도 하고, 나는 그냥 냉장고에 늘 들어있는 양지머리 육수를 사용한다. 때로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더 넣고 끓이는 사람도 있지만 텁텁하고 묵은 맛이 나므로 권할 만한 요리법이 아니다. 김치찌개는 김치로만 자연스럽게 맛을 내는 것이 최고다.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는 법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할 말이 많을 것이므로 나는 조금 다른 레서피를 소개할까 한다. ‘김치찌개 냄새 덜 나게 끓이는 법’이 그것으로, 아파트에 살면서 타인종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개발한 방법이다.
냄새에 민감한 나는 요리를 할 때면 집 안팍 창문을 모두 열어 제키며 유난을 떨지만 그중 어떻게 해도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 김치찌개 냄새다. 김치는 그 자체의 냄새도 독하지만 찌개로 끓였을 때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아파트에선 문밖으로 냄새가 새어 나갈까봐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 가보면 복도부터 퀴퀴한 냄새에 절어있는 곳이 많은데 같은 한국사람이지만 정말 싫은 것이 찌든 음식냄새다. 그래서 개발한 이 요리법은 꼭 아파트나 콘도가 아니라도 집안에 음식 냄새 배는 것이 싫은 주부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김치찌개는 좀 푹 끓여서 김치가 부들부들해지고 국물도 칼칼해야 맛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끓이면 냄새가 진동을 하고 국물도 졸아들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두 번에 걸쳐 나눠 끓이는 것으로 그 고충을 해결했다.
내일 저녁 메뉴가 김치찌개라 하자. 오늘 밤 10시쯤,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시간에 슬쩍 한번 끓여둔다. 냄비에 김치를 넣고, 김치국물을 몇 국자 꾹꾹 눌러 퍼담은 다음, 약간의 육수를 붓고, 참기름 한두방울 떨어뜨리고(기름을 넣으면 김치가 부드러워진다), 뚜껑 닫고 센불에 끓인다. 끓기 시작하여 약 2~3분 정도 지나면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불을 끈다. 하지만 절대로 뚜껑을 열어봐서는 안 된다. 뚜껑을 열면 냄새가 마구마구 밖으로 퍼져나오기 때문이다.
다음날 저녁, 김치찌개 냄비를 다시 불에 올린다. 한번 끓어오를 때 뚜껑을 열고 얼른 햄이나 참치, 떡국떡, 버섯 같은 것을 넣고 뚜껑을 닫은 채 2~3분 더 끓이면 끝.
이렇게 하면 두 번 끓이기 때문에 김치가 푹 무르익고, 각각 짧은 시간만 끓이기 때문에 냄새는 훨씬 덜 난다. 두 번 손이 가기는 하지만 그리 어려운 방법은 아니다.
우리식구는 전에 김치찌개에 스팸을 썰어 넣었는데 스팸이 좋지 않다 하여 ‘김치찌개용 참치’ 통조림을 한통 넣고, 떡을 많이 넣는다. 김치찌개 속에 든 떡을 놓고 부자간에 어찌나 싸움이 잦은지 점점 많이 넣다보니 이제는 김치 반, 떡 반인 이상한 찌개가 되어버렸다.
한편 김치찌개는 새우튀김 등 튀김요리와 함께 먹을 때 맛이 잘 어울리고, 김과 계란말이도 좋은 반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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