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조미료는 무엇일까? 바로 케첩이다. 케첩은 햄버거, 핫도그, 밋로프(Meatloaf), 스크램블 에그 등을 먹을 때 빠지지 않고 곁들이게 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가정 97%가 케첩을 집에 두고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소금, 후추, 설탕과 맞먹는 수치이다. 미국인의 케첩 소비량은 1인당 연간 3병에 달한다고 하며, 약 10년 전 발표된 조사 결과로 당시 미국 내 케첩 매출액은 연간 8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는 케첩이라고 하면 토마토 케첩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질만큼 대량 생산되는 케첩은 토마토 케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원래 오리지널 케첩에는 토마토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케첩은 미국에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문화권에서 시작되었다.
토마토 작황따라 품질 변화
미국인 소비량 1인당 연간 3병
1837년 조나스 여크스가 병에 담아 판매
100개 생산업체중 하인즈가 표준화
매콤한 맛의 어염수(생선 액젓과 비슷)에 향신료를 넣은 소스는 이미 수천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존재해 왔고, 케치압(Ke-tsipa) 혹은 케쌉(Kecap)이라 불리며 중국에서는 17세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인이 케치압을 처음 중국으로부터 들여왔을 때 호두, 멸치, 버섯, 콩, 굴 등을 첨가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후 캐첩(catchup)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현재의 스펠링 ketchup으로 바뀌게 되었다.
토마토가 케첩에 가미된 것은 1700년대 후반에 미국 뉴잉글랜드지역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케첩의 대명사라고 할만큼 유명한 케첩메이커 하인즈(Heinz)의 창시자 헨리 J. 하인즈가 1876년부터 케첩을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케첩을 처음 병에 담아서 판매한 사람은 1837년 조나스 여크스(Jonas Yerkes)에 의해서이다.
그 후 100여개의 케첩 회사들이 케첩 생산을 시작하였지만 헨리 하인즈가 필라델피아에서 발표한 케첩이 미국 모든 케첩의 표준이 되었다. 하인즈가 처음 만들어 판매한 케첩 레서피는 120년이 넘은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케첩의 현 스펠링인 ketchup이 자리잡기 전까지 케첩의 스펠링은 catsup, catchup, katsup, catsip, cotsup, kitsip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하인즈가 케첩의 대량 생산에 성공하자 너도나도 케첩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이 많은 스펠링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하인즈의 ketchup과 델몬테(Del Monte)사의 catsup, 그리고 헌츠(Hunts)사의 세 브랜드(동부에서 catsup, 서부에서는 ketchup, 아이오와주에서 cornchops)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는데, 1980년대에 와서 미정부가 토마토 케첩을 학생들의 점심 메뉴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하인즈의 ketchup 스펠링을 채택하는 바람에 catchup과 catsup 스펠링이 모두 ketchup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는 하인즈가 케첩 업계의 최강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케첩의 스펠링이 ketchup으로 굳어지기 전까지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다. 델몬테에서 자사의 catsup을 선전하면서 ‘고양이들도 우리의 케첩을 좋아합니다 (Even cats like our Catsup)!’이라는 광고를 내보내다가 소송 당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선전을 믿은 한 고객이 고양이에게 델몬테의 케첩을 너무 많이 먹였는데, 그 부작용으로 고양이는 위장장애를 일으켰고 온 몸의 털이 부자연스러운 오렌지색 광택으로 뒤덮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원고의 승소로 100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았고, 델몬테사는 그녀의 고양이털을 2년간 원래 색으로 염색해 주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하인즈사는 처음 플래스틱 용기를 선보이면서 ‘You don’t need to ‘ketch’ it when it drops!’라는 광고 카피를 만들었다가 영어교사들로부터 학생들에게 ‘catch’의 스펠링을 헷갈리게 한다고 비난을 받은 후 미국문맹자 퇴치 프로그램에 거액의 돈을 기부해야 했다.
케첩 메이커들은 저마다 케첩이 건강식품임을 강조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토마토가 첨부되었기 때문에 토마토에 함유된 캐로틴 성분이 지방을 분해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등 몸에 좋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햄버거나 핫도그에 첨가해서 먹는 케첩의 양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캐로틴 성분의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케첩은 또한 그 해 토마토 작황에 따라 품질에 변화가 많기 때문에 와인처럼 더 맛이 있는 해가 있고 덜 맛있는 해가 있다. 대부분의 대규모 생산업체들은 토마토가 수확된 직후인 늦여름에 토마토 페이스트나 농축액을 만들어 놓았다가 1년 내내 그것을 사용하여 케첩을 만들기 때문에 최대한 맛있고 품질이 고른 케첩을 생산할 수 있다.
집에서 케첩을 만들어 먹을 경우, 늦여름 잘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여 만드는 것이 가장 맛있는 케첩을 만드는 비결이다. 케첩에 포함된 산(acid)은 동으로 만들어진 냄비와 프라이팬의 묵은 때를 닦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케첩으로 닦으면 반짝반짝해진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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