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프라임타임에 방영될 미니시리즈 ‘로스트’에 보수적인 한인 아내로 출연하는 김윤진씨.
5년째 미 전역을 순회하며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갖고 있는 티나 김씨.
▲박수진씩가 버스 투어중인 펑크밴드 굿 샬롯(Good Charlotte)을 인터뷰하고 있다.
소수계 편견·성차별 딛고‘정상’질주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고 해서 여성들에게 성공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다. 불리함과 차별을 딛고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여성들에겐 남다른 열정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이 있다. ‘멜팅 팟’으로 통하는 미국에서 소수계 이민자로 출발하는 한인 여성들은 넘어야할 장벽이 너무나 높기에 이들의 성공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한국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주류사회에 진출해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은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을 각각의 소수문화가 등을 맞댄 모자이크 사회로 변화시킨다. 제2의 마가렛 조로 불리며 스탠드업 코미디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티나 김씨, ‘피플’지가 아름다운 50인으로 선정한 MTV뉴스 특파원 박수진씨, 그리고 9월이면 ABC 미니시리즈 ‘로스트(Lost)’로 브라운관에서 만나게 될 ‘쉬리’의 배우 김윤진씨를 소개한다.
티나 김씨
스탠드 업 코미디계 ‘제2의 마가렛 조’
자신의 이름 내세운 토크쇼로 승부
“나 전에 한국여자랑 데이트한 적 있는데.”
“음,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나...”
“ ? (갸우뚱)”
“나도 전에 너처럼 못생긴 백인남자랑 이야기를 나눴거든”
클럽 전체가 떠나갈 만큼 폭소가 터진다. 가냘프고 조신한 한인 여성에게 접근해오는 미국 남성들의 흔해빠진 수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 뿐인데, 여성들은 포복절도하고 남성들의 입가에는 겸연쩍은 미소가 피어난다. 아시안 여성이 미국 사회에서 겪었던 체험들을 소재로 코믹하게 인생을 풀어내는 그녀의 입담은 넘치는 위트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그녀의 코미디는 가족, 싱글 라이프, 다이어트, 데이트하기, 샤핑 등 몇 개의 레퍼터리가 정해져 있지만, 관객에 따라 그녀의 입담은 180도 달라진다.
처음 10분 가량은 살짝 음담패설도 던져보고, 수준 높은 유머로 설을 풀며 관객의 반응을 살핀다.
나머지 1시간을 위한 탐색전이다. 그녀의 레이더망에 관객의 취향이 감지되면 그 때부터는 엔돌핀이 끊임없이 샘솟는 웃음공장 그 자체다. 그래서 티나 김 쇼는 언제나 새롭고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날카로운 펀치가 가득하다.
뉴스 앵커도 해보고 비서업무, 세일즈 해보지 않은 일이 없지만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밝히는 그녀는 여간해서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편.
그러나, 그녀를 다운시키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어머니의 비수처럼 꽂히는 말 한마디다. 무명시절에는 말끝마다 “너 취직은 했니?”라고 묻더니, 티나 김을 모셔가는 클럽이 많아지고 언론들이 폭소 제조기 티나 김을 극찬하자 요즘은 “연습 안 하니?”로 바뀌었다고 한다.
얼마 전 그녀는 LA의 한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시애틀에서 뉴욕으로, 이제는 할리웃으로 본거지를 옮긴 것이다. “LA는 자동차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어머니 말대로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며 엄살을 떨면서도, 운전면허증을 바꾸러 DMV에 갔다가 새벽부터 줄지어 기다리는 무리를 목격한 후 DMV를 소재로 한 새로운 입담을 창작하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짜증나는 현실이라도 그녀에게 닥치면 코미디로 바뀐다. 천상 웃음꾼의 삶인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티나 김씨는 4세 때 이민 와서 줄곧 시애틀에서 성장했고, TV뉴스에서 카니 정을 보고 앵커의 꿈을 키웠다. 워싱턴주립대를 졸업한 후 몬태나주 등지의 NBC계열 방송국에서 리포터와 앵커로 활동하다가 어느 날 TV에 나온 ‘마가렛 조’를 보고 ‘저게 바로 내가 찾던 나’임을 깨달아 코미디언으로 변신했다. 이후 70개가 넘는 재담이 담겨있는 45분 짜리 CD ‘나는 중국인이 아닙니다’를 발매했고 VH1이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에 호스트로 출연했다.
지난달 LA에 첫선을 보여 완전매진 사례를 빚은 티나 김 쇼는 9월12일 오후7시 패사디나 아이스하우스(The Ice House), 10월16일 오후11시 어바인 스펙트럼 센터에서 열린다.
웹사이트 www.tinakim.com
김 윤진씨
ABC 미니 시리즈‘로스트’에 캐스팅
연기 전공한 1.5세…‘쉬리’ 여전사
다음달 중순부터 방영될 ABC의 특별기획시리즈 ‘로스트(LOST)’에서 대니얼 대 김씨와 함께 한인부부로 출연하는 김윤진씨는 영화 ‘쉬리’로 이미 한국에선 톱스타 대열에 올라있는 배우다.
한국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란 1.5세인 그녀는 뉴욕 예술학교, 보스턴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영국 옥스퍼드대를 수료한 연기파. 어린 시절 ‘마이 페어레이디’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고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다가 뉴욕을 배경으로 제작된 한국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할리웃 스타의 꿈을 잠시 접고 한국의 연예계로 진출했다.
‘쉬리’ ‘단적비연수’ ‘아이언팜‘ ‘밀애’ 등 한국 영화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잘 나가던 그녀가 지난해 한국에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의 유명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인기 드라마 ‘펠리서티(Felicity)’와 ‘에일리어스(Alias)’의 감독 겸 프로듀서 제프리 아브라함이 감독을 맡은 ABC 미니시리즈에 13명의 주요인물 중 하나로 전격 캐스팅됐다.하와이섬에서 촬영이 한창인 어드벤처 드라마 ‘로스트’에서 그녀는 사고로 무인도에 불시착한 비행기 탑승객 13명 중 하나로 등장해 무인도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요즘 ABC-TV가 인터넷으로 방영하고 있는 동영상 예고편에서 김씨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 ‘선’에 관해 “대단히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한국인 아내로 남편과 여행 중에 무인도에 좌초하고 만다. 처음에는 영어를 못하는 척하는데 무언가 비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원래 그녀가 맡은 ‘선’이라는 한인 여성은 대본에 없었다.
‘케이트’역을 선발하는 오디션에 참가한 그녀를 눈여겨본 제작 프로듀서가 김씨를 캐스팅하고 싶어서 만들어낸 인물이다.
한국 영화계를 빛낸 톱스타의 진가가 어김없이 발휘돼 할리웃 진출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ABC 미니시리즈 ‘로스트’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오는 22일 오후8시 방영된다.
박 수진씨
‘피플’지 선정 50인 MTV뉴스 특파원
다큐 ‘마이 라이프’ 직접 제작·진행
지난 봄 ‘피플’지가 선정한 아름다운 50인 중에는 MTV뉴스팀으로 활약 중인 박수진씨가 포함됐다. 할리웃 톱스타 제니퍼 애니스턴, 할리 배리, 캐머런 디아즈 등 유명 배우,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인 여성의 사진 한 장이 실린 것이다.
“(주변에 동양인이 없어) 내 피부색에 맞는 화장법도 배울 데가 없었다. 메이컵보다는 몸매를 가꾸는 일에 신경 쓰는 편으로, 전체적으로 마른 편이지만 어머니가 ‘밥배’가 나왔다고 놀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탄탄한 배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가 피플지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 내용이다. UC버클리 정치학도 출신에 늘씬한 몸매, 번뜩이는 유머까지 겸비한 박수진씨는 MTV뉴스 특파원이자 ‘마이 라이프(My Life: Translated)’라는 다큐 프로그램의 호스트겸 프로듀서다.
2001년 5월 MTV로 자리를 옮긴 이후 MTV 무비어워드, 비디오 뮤직어워드 등 굵직한 행사를 보도했고, 머라이아 캐리, *NSYNC, 빌리 아이돌,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수많은 스타를 인터뷰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직접 진행,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마이 라이프’가 10년이 넘는 방송 경력에서 가장 소중한 성과라며 강한 애착을 표한다.
그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일을 하고 싶은 그녀에게 ‘마이 라이프’는 자신의 모습이기도한 이민자 자녀들의 정체성 고민을 집중 조명할 수 있어서다.
가족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그녀는 현재 뉴욕에서 남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LA와 뉴욕을 오가며 뉴스를 보도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자신의 관심사는 부모님뿐이라고 강조하는 그녀는 여행을 좋아하고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시간만 나면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만큼 바쁜 생활의 연속이다.
존 조가 UC버클리 출신의 한인배우라는 이유만으로 바쁜 와중 짬을 내 영화홍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던 그녀는 “‘운수대통’을 만든 중국계 저스틴 린 감독이 그녀에게 강한 자극을 던져 주었고, 거침없고 진솔하게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는 코미디언 마가렛 조가 그녀의 롤 모델”이라고 밝힌다.
박수진씨는 5세 때 부모를 따라 북가주로 이민 왔다. 16세 때 정치에 관심 있는 고교생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우연히 하게 된 짧은 인터뷰로 당시 10대들 사이에 인기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 톡 앤 틴’ 제작 프로듀서에게 발탁돼 쇼 호스트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UC버클리에 다니면서 법대 진학을 준비하면서도 방송생활은 계속됐고, 2000년 케이블 방송의 라이브 토크쇼 호스트를 하던 중 MTV뉴스팀에 의해 스카웃 됐다.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은 게 앞으로의 희망.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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