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인간을 만들어 놓고 한탄하고 후회했다더니 하나님은 요즘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살륙을 보면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새 수상의 말처럼 ‘허위에 근거한’ 이라크 전쟁은 그것의 당사자들이 기독교와 회교라는 종교를 열렬히 믿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아이로니컬하다.
매일 같이 각기 하나님과 알라에게 기도하는 부시와 이라크반군들은 기도가 끝나는 즉시 상호 살륙행위에 들어가고 있다. 과연 그들의 신들은 자신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이같은 인명살상 행위를 어떻게 내려다 보고 있을까.
기독교로 재생한 부시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대통령에 출마했는데 그는 9/11이후의 대이라크전쟁을 아마게돈식 선과 악의 대결로 여기고 있다. 부시는 2차대전때의 아이크처럼 이번 전쟁을 성전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라크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이 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려들지 않고 있다.
생태적으로 증오를 안고 있는 전쟁에게 좋은 전쟁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알 바 없으나 역사상 마지막 선한 전쟁은 소위 ‘빅 원’이라 불렸던 2차대전이었다. 이 전쟁이 필요한 전쟁이 었다면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은 불 필요한 전쟁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전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반드시 무수한 죽음(그것도 젊은 죽음)을 필요로 한다. 병사들은 조국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희생을 찬양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얘기다. 2차대전때 노르만디 상륙작전에 직접 참가했던 영화감독 샘 풀러(’빅 레드 원’)는 사람들은 결코 그들의 목숨을 바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목숨은 빼앗기는 것일뿐이다라고 말했다.
얼마전 부시는 이라크 주권이양계획을 발표하면서 몇번이나 병사들의 희생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그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숨은 명분 하에 시작한 침략전에서 숨진 젊은 병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도 싸우고 있는 많은 군인들이 이번 전쟁의 명분을 몰라 고뇌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나는 더욱 죽은 군인들의 목숨이 애처로웠다.
구약시대부터 인류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전쟁이 없으면 인간은 어떤 명분이라도 내놓고 전쟁을 한다. 더구나 덩지가 혼자 유난히 큰 국가는 마치 못 된 골목대장이 약한 아이들을 못 살게 굴듯이 자기 보다 약하고 자기 말 안 듣는 나라에 대해서는 횡포를 부리게 마련이다. 자유와 민주주의와 압제에서의 해방을 위한 것이라는 전쟁구호는 하나의 구실일 뿐이다. 그야말로 누가 해방이라도 시켜 달라고 했단 말인가.
이라크주둔 미군이 이라크인포로들에게 행한 짐승보다도 못한 가혹 행위는 말하기조차 수치스러운 것이어서 언급을 않겠다. 이 사건으로 인해 거론된 수면방해고문과 제네바협정은 각기 영화 ‘제17포로수용소’와 ‘크와이강의 다리’에서 묘사된바 있다. 하여튼 내년부터는 제발 TV화면에서 부시 얼굴을 안 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는 11월선거에 만사를 제쳐 놓고 참가할 것이다.
각설하고 31일은 베테란스 데이다. 사람들은 전장서 죽은 자들의 무덤을 찾아가 잠깐 고개를 숙인 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즐길 것이다. 이 때가 되면 각 영화사들은 해묵은 전쟁영화들을 DVD로 무더기로 내놓곤한다.
폭스사에서도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공격을 다룬 ‘토라! 토라! 토라!’(Tora! Tora! Tora!·1970)등 모두 7편의 전쟁영화를 출시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상과 하’(The Enemy Below ·1957·사진).
북대서양에서 조우한 미구축함과 독일잠수함간의 추격과 도주를 그린 시종일관 긴박감 가득한 작품이다. 둘 다 전쟁에 지친 구축함 함장(로버트 미첨)과 잠수함 함장(쿠르트 유르겐스)이 기지와 두뇌를 사용해가면서 고양이와 쥐의 필사의 게임을 하는 박진한 내용. 추격전에서 두 적은 서로 상대를 존경하게 된다는 전쟁을 인간적 측면서 다룬 상당히 로맨틱한 이야기다.
이밖에도 한국전에 참전한 미전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인 ‘사냥꾼들’(The Hunters·1958)과 스티브 매퀸주연의 ‘샌드 페블스’(The Sand Pebbles·1966), 타이론 파워주연의 ‘급속잠항’(Crash Dive·1943), 말론 브랜드와 율브린너가 나온 ‘모리투리’(Morituri·1965)및 1차세계대전 영화로 지미 캐그니가 나온 ‘영광의 대가’(What Price Glory·1952)등도 나왔다.
박흥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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