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 리사 모나 리사 사람들이 당신에게 지어준 이름입니다/ 사람들이 탓하는 당신 미소 속의 야릇함은 당신이 단지 외로워 지어내는 것인가요/ 당신은 연인을 유혹하려고 미소짓는가요 아니면 그 것은 상심을 감추는 당신의 방법인가요/ 많은 꿈들이 당신의 문턱에 왔건만 그것들은 그저 거기에 눕고 그리고 죽고 말아요/ 당신은 따뜻합니까 당신은 현실입니까 모나 리사/ 아니면 그저 차고 고독한 아름다운 미술작품일 뿐인가요/ 모나 리사 모나 리사’.
내가 가사를 외워 즐겨 부르곤 하는 이 노래는 냇 킹 코울이 초컬릿 감촉이 나는 음성으로 불러 빅 히트한 고전 팝송이다. 이 노래는 알란 래드(‘셰인’)가 주연한 이탈리아를 무대로 한 첩보영화 ‘케리 대위 USA’(1950)의 주제가로 오스카상을 받았다.
이 이상한 미소의 주인공인 모나 리사가 초기 기독교의 엄청난 비밀을 둘러싸고 음모와 살인이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다 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속의 수수께끼를 푸는 주요 단서로 등장, 그녀의 500년된 미소가 새삼 신비한 힘을 내뿜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화 ‘노무현 코드’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다 빈치 코드’는 미 동부에 사는 전직 영어교사인 댄 브라운(39)이 쓴 것인데 지난해 3월에 나와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650만권이 팔렸다. 전세계 40개 국어로 번역됐는데 오스카상을 탄 론 하워드 감독(‘아름다운 마음’)에 의해 곧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소설도 많지 않다. 미술과 종교를 교묘하게 섞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모론을 종교적 관점에서 풀어나간 속도 빠르고 지적이요 영리하며 또 스릴과 긴장이 가득한 글이다. 작자는 미술과 종교에 관해 경악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지녔는데 작품 전체가 완전히 수수께끼와 암호의 미로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 수수께끼가 풀어질 때까지 이 미로를 방황하는 스릴에 몸과 마음이 짜릿한 전율감에 젖는다.
파리에 온 하버드대의 상징학자 로버트 랭든이 심야 루브르 박물관에서 젊은 백변종 킬러 신부에게 살해된 노 큐레이터가 죽기 전 남긴 암호를 단서로 암호학자이자 수사관인 큐레이터의 손녀 소피 느뵈와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초기 기독교의 거대한 비밀이 드러난다. 두 남녀는 큐레이터가 남긴 암호를 단서로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쓴 성배를 찾아가는데 이 성배의 진실된 정체를 알게 되면 벌어진 입이 닫혀지질 않는다.
대단히 흥미 있는 사실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마리아가 딸을 낳았고 그 후손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것. 책은 예수의 신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가톨릭을 하나의 커다란 음모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예수의 신성모독을 이유로 영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과 ‘헤일 메리’를 격렬히 비판하던 기독교인들이 왜 이 책에 대해선 잠잠한지 궁금히 여겨졌다.
책에서 남녀 혼성으로 묘사된 ‘모나 리사’와 함께 수수께끼 해결의 중요한 단서 구실을 하는 것이 역시 다 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과 I.M. 페이가 만든 루브르 박물관 앞 유리 피라미드. 그런데 최후의 만찬석 상에서 예수의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요한이 아니고 막달라 마리아라는 것을 알게 되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이같은 분석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최후의 만찬’이 전시된 밀라노의 수도원은 요즘 관광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루브르 박물관의 관람객도 급증하고 있는데 박물관은 ‘루브르에서의 다 빈치 코드 풀기’라는 관람코스를 마련했고 관광회사들은 2시간 반짜리 특별 루브르 관광코스를 신설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밖에도 저자의 이론을 분석한 책이 나왔는가 하면 책에 관한 미술과 종교학자들의 강의도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책이 실제로 존재하는 ‘시온수도회’(뉴턴, 보티첼리, 위고 및 다 빈치 등이 회원들이었다)와 함께 세계 가톨릭기구인 ‘오퍼스 데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기독교의 신성에 도전하자 신약학자인 대럴 L. 보크는 ‘다 빈치 코드 깨기’라는 반박 서적을 써 오는 22일에 출간할 예정이다. ‘다빈치 코드’의 속편은 2005년에 나올 예정이다.
이 책으로 인해 앞으로 사람들이 ‘모나 리사’와 ‘최후의 만찬’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2000년 기독교의 비밀을 되새겨 볼 것이다. 글의 힘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박흥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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