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새벽닭 우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며, 신나게 불평하던 형제들이 선교회에 입소한지 일주일이 채 되질 않아, 시끄럽게 홰치는 수탉의 우렁찬 울부짖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질 않고, 쏟아지는 잠을 밀쳐낼 용기가 없어 이불 속으로만 몸을 움츠리고 있다. 아무도, 일어나기를 거부하고 있다. 새벽 6시, 누구도 일어나기 싫은 단잠을 박차고 이제 겨우 13세 된 펭귄이 일어난다.
아, 왜 펭귄이냐고? 이 녀석은 아주, 아주 조그마하다. 남들이 내 키가 작다고, 김 목사님은 ‘장다리’, 나는 ‘꺼꾸리’라고 놀리기도 하는데, 그런 나의 어깨에도 키가 미치질 않는다. 또, 엄청나게 크게 나온 배, 유난히 짧은 팔, 다리, 얼굴은 정말 한 주먹만하여서, 입술만 오동통하게 붉게 그려 넣고, 목에다 검은 나비 넥타이만 메어주면, 영락없이 펭귄처럼 생겼다고 하여 짓궂은 김 전도사가 붙여놓은 별명이 이제는 아예, 선교회에서 통용되는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펭귄 자신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 대답도 안하고, 오지도 않는 녀석이 인터컴으로 ‘펭귄’을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곤 한다.
아니 더욱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뒤뚱, 뒤뚱거리며 굴러온다.
이런 펭귄은 선교회의 귀염둥이이다. 비록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서 주홍글씨를 달고 선교회에 들어왔지만, 녀석이 처음에 들어 왔을 때와는 천지차이이다. 건방지고, 대들고, 소리 지르고, 욕하여, 형들에게 엄청 혼도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펭귄을 예뻐하고 있다. 간혹 김 전도사의 “너 왜 여기와 있니? 펭귄은 알래스카에 있어야지…” 하면서 놀려댈 때, 찌그러지는 펭귄의 얼굴을 보면, 더더욱 귀엽기만 하다.
이 펭귄이 언제부터인가, 70여명 선교회 형제, 자매의 아침, 점심,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어린 녀석이 나이든 어른들도 귀찮아서 마다하는 부엌일을 맡아서 척척 해내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있는 형제가 주방장을 맡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형제보다도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부엌에 들어가, 양파도 까고, 감자 껍질도 벗기며, 아침 준비를 하는 것이다.
보통 형제들이 두르는 앞치마가 너무나 길어서 목 끝까지 묶어 치켜올리지만, 그래도 길이가, 무릎 훨씬 밑에까지 내려가 있어서 불편하다고, 자신만의 앞치마가 갖고 싶다고도 하고, 고기와 야채를 썰 때에 유난히 작은 키 때문에 가슴까지 오는 선반에다 대고, 어깨를 최대한 올리고는, 칼질을 열심히 하면서 ‘너무 높아서 자기 키에 맞췄으면 좋겠다’고 쫑알거리며 일하는 것을 볼 때면,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번지곤 한다. 이렇게 아침, 점심, 저녁을 준비하는 펭귄은 선교회 프로그램인 QT며, 성경공부, 예배들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그리고, 간혹 피곤한 기색으로 남들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지나칠 때도 있지만, “펭귄, 왜? 너 인사 안 해?”라고 말하면, 펭귄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헬로!” 이 말 한마디로 모든 말을 마무리해 버린다.
그래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군소리 한번 하지 않고, 남들 다 퍼주고 맨 나중에 제일 늦게 서서 밥을 먹을 때도 허다하지만, 여전히 부엌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자기는 “너무너무 주방 일이 재미있다”고 한다. 참 독특한 취미인 듯했다. 그래서 어느 날, “펭귄, 너 그렇게 부엌일이 좋으니? 왜?”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부엌에 있으면, 많이 먹을 수 있어요.”
펭귄이 부엌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충분히, 자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이유 말이다. 누구를 위한 희생, 봉사의 목적이 아니었단 말이다. 단지, 먹겠다는 일념이 모든 피곤과 귀찮은 것을 이길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정말 웃기게 느껴지는 그 목적이 펭귄의 생활을 온통 바꾸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잠깐, 여기서 우린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 자녀들이 원하는 그 어떠한 목표와 목적이 우리가 생각할 때 너무나 웃기는 일은 아니었던가? 그래서 무시하고, 짓밟아서, 아이들의 희망과, 꿈을 무너뜨린 적은 있지 않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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