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1달러까지 아낀다는 월마트 수퍼센터는 디스카운트 메가 스토어와 수퍼마켓을 합쳐놓은 대형 할인점이다.
우와, 정말 싸다!
다양한 상품 매장도 넓어
눈씻고 보면 알짜도 보여요
그로서리·생필품서 자동차 타이어까지 원스탑 샤핑
현대는 할인점 시대. 불황이든 호황이든 경기와 상관없이 할인점의 인기는 날로 높아진다. 소비 사회는 무조건 안 쓰는 것이 최선일 수 없기에 주부들은 알뜰한 소비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이왕 같은 물건이라면 좀더 싼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할인점으로 몰려간다. 요즘 알뜰 주부들이 환호하는 최저가 할인점은 어딜까. ‘언제나 낮은 가격(Always Low Prices)’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고객의 1달러까지 아낀다는 ‘월마트(Wal-Mart)’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남춘희(39)씨와 함께 크렌셔 플라자에 위치한 월마트로 원정 샤핑을 갔다. ‘언제나 낮은 가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처음엔 도대체 얼마나 절약할 수 있기에 날로 치솟는 자동차 개솔린 값을 허비해가며 월마트로 원정 샤핑까지 떠날까 의아심도 있었지만, 매장 진열대에 붙은 가격표들을 보는 순간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폴로 스타일 셔츠 7.82달러, 남성용 양말(7개) 4.48달러, 허벌 에센스 샴푸(12온스) 2.94달러, 델몬트 야채 캔 2개 1달러, 허기스 울트라트림 기저귀(사이즈4, 96개) 21.44달러 등등… 의류와 식료품 대부분이 대형 할인점에 비해 단 몇 센트라도 싼 가격을 제공하고 있었다.
전자제품 코너. 비싼 품목일수록 할인 혜택이 높아 월마트의 가격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49.66달러짜리 에이펙스(Apex) DVD/CD/MP3 플레이어와 14.86달러의 비텍 무선전화기(900MHz)로부터 498달러 컴퓨터 세트까지. 요즘 어디서 17인치 모니터와 컴팩 컴퓨터(Celeron 2.6GHz) 세트를 498달러에 살 수 있을까. 지난해 코스코에서 판매하던 이-머신 컴퓨터 세트보다 단 2달러라도 더 저렴한 가격이다.
‘역시 싸구나!’를 실감한 남씨는 드디어 한국 아줌마의 기질을 발휘, 3층 전체를 헤집고 다니며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며칠 간 할인점을 몽땅 뒤져 가장 싼값이라고 자신하며 44.99달러에 구입했던 ‘라디오 플라이어 클래식 레드 세발 자전거’가 월마트에선 38.96달러의 가격표가 붙어있었고, 40달러 이하의 세발 자전거가 수두룩해 샤핑을 계속하면 할수록 입이 벌어졌다.
몇 번 사용할 것도 아닌데 100달러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해가며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매번 스쳐 지나기만 했던 바비큐 그릴은 최저 19.99달러부터 300달러 이상까지 수십 가지 종류가 진열돼 있다. 테이블 위에 올리는 소형 바비큐 그릴이긴 했지만 27.70달러 짜리 웨버 스모키 조 바비큐 그릴은 성능도 괜찮은 제품.
이처럼 월마트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다. 매장 곳곳에 붙어 있는 모토대로 ‘언제나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산다는 알뜰 소비의 기쁨에 적은 예산을 갖고도 물건을 고를 수 있다는 선택의 기쁨까지 선사하고 있었다.
사실상 월마트는 LA인근에서는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할인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월마트에 비해 유통업계 2위의 자리를 이어가는 ‘타겟(Target)’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월마트보다 가격은 약간 비싸더라도 쾌적한 샤핑 환경이 만족스럽고 도심 곳곳에 위치한 편리함을 이유로 타겟의 인기가 훨씬 높은 편.
월마트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코 홀세일(Costco Wholesale)’과 1달러 안팎의 초저가상품을 취급하는 소매점 ‘달러 스토어’를 합쳐놓은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뭐든지 대량으로 구입해야 하는 코스코와 달리 낱개 구입을 해도 가격할인이 보장되고, 99센트 온리 스토어에 비해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또 야외용품과 원예용품, 전자용품이 즐비해있어 ‘홈 디포(Home Depot)’나 ‘베스트 바이(Best Buy)’를 찾는 남성 고객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LA인근에서 제법 성업한다는 월마트는 ▲볼드윈 힐스 크렌셔 플라자점(4101 South Crenshaw Blvd., LA) ▲포토 랜치점(19821 Rinaldi Street, Porter Ranch) ▲샌타페 스프링스점(13310 Telegraph Road, Santa Fe Springs)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그로서리 샤핑 코너가 제외된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형태여서 월마트의 인기는 그저 그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도시 지역에 새롭게 들어선 월마트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지난 1월말 문을 연 ▲놀웍점(11729 Imperial Highway, Norwalk)과 ▲밸리 지역의 웨스트 힐스(6432 Fallbrook Ave., West Hills)점은 신생 샤핑몰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고 샤핑 환경도 좋아 주말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게다가 지난 3일 대대적인 그랜드 오프닝을 한 팜 스프링스 인근 라 퀸타의 월마트 수퍼센터는 그로서리 샤핑을 비롯해 일반 가정잡화와 스낵류, 의류 및 신발, 가구, 안경, 타이어 등을 총망라한 원 스탑 샤핑이 가능하다. 더 이상 필요에 의해 들리는 샤핑 센터가 아니라 매일 찾아가는 수퍼마켓의 기능까지 합쳐져서 월마트 제국의 위력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월마트의 가격정책은 막강한 구매력에 기반한 낮은 구매 단가와 운영비용의 최소화라는 2개의 축에 의해 지탱되므로 다른 마켓의 물건과 품질은 같지만 가격이 차이가 난다.
3월 첫째 주, 월마트와 타겟, 코스코의 온라인 샤핑몰에 책정된 가격을 비교해보자. 월마트에서 118.43달러로 판매되는 ‘소니케어 엘리트 7500 전기칫솔’이 타겟에서는 139.99달러로, 코스코의 경우 ‘소니케어 엘리트 7500 보너스 팩 파워칫솔’이라는 품목으로 119.99달러의 가격이 책정돼 있다.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PC의 경우 19.99달러라는 타겟 가격에 비해 월-마트는 18.82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1달러17센트이 할인된 가격이다. ‘니모를 찾아서’ DVD의 경우 타겟과 코스코가 17.99달러에 판매하는 반면, 월-마트는 17.87달러를 제시해 단돈 12센트라도 싼 가격을 제공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10센트 남짓 아끼는 건 가계부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장거리를 달려가야 할 경우 개솔린 값으로 허비될 수도 있고 무조건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를 들어 쓸데없는 물품까지 구입하는 낭비를 자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알뜰 소비가 건강한 경제를 만든다는 사실이 불변의 진리임을 월마트는 확인시켜주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은 지난 3월1일자에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월마트를 2년 연속 1위로 선정했다.
포천에 따르면 지난해말 1만 명의 기업 임원과 경제분석가 등을 대상으로 장기투자가치와 서비스, 경영의 질 등 8개 부문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월마트가 업계 불황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장 존경받고 있는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선정된 이유는 월마트의 저가 전략이 경쟁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연간 200억 달러를 절약하게 만든 점이 높이 평가됐다는 것.
그러나, 월마트에 대한 비난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어발 식으로 점포를 확장해 소규모 지역 경제의 기반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대부분. 어느 마을이든지 월마트가 입점했다 하면, 그 지역 사회의 소형 마켓들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월마트가 전횡을 부린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1962년 설립된 월마트는 지난해 말 현재 미국 내에 3,500여 매장, 한국을 비롯한 9개국에 1,1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며 고용인원만 130만 명이 넘는다. 캘리포니아주에만 향후 수년 내로 40개의 매장을 설립하겠다는 것이 월마트의 야심찬 계획.
대부분의 상점들이 할인매장과 대형매장으로 단순화되어 가는 시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뜰 샤핑을 할 수 있는 대형 할인점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 좋은 일 아닐까.
<글·사진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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