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최근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속의 레트(클라크 게이블)와 스칼렛(비비안 리)의 키스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여러 번 키스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열적인 것은 남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한 레트가 타라농장에서 스칼렛에게 작별 키스를 하는 장면(사진)이다. 우람찬 체구의 레트가 참새처럼 파르르 떠는 작은 스칼렛을 두 팔로 자신의 넓은 가슴속에 가두고 그녀의 입술을 압박하듯 숨막히게 키스하던 이 장면은 지옥 불을 연상케 하는 시뻘겋게 타오르는 애틀랜타의 하늘을 배경으로 해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지미 로저스의 노래처럼 ‘포도주보다 더 달콤한’ 키스는 종류도 많은 것 같다. 순수한 키스, 체념과 이별의 키스, 유혹과 슬픔의 키스, 인사와 우정의 키스 그리고 약속의 키스가 있고 물리면 죽는 흡혈귀의 키스도 있다. 그리고 유다가 최후의 만찬 후 예수에게 행한 배신의 키스와 죽음을 예고하는 마피아의 키스도 있고 접순을 입술로 불어 손으로 허공 중으로 날려보내는 무접촉의 키스도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입이 아래에 있는 발에 입맞춘 겸손의 키스로는 예수를 숭배하는 한 부도덕한 여인의 키스가 있다. 여인은 회개의 눈물로 예수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닦고 그의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었다고 누가복음이 말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키스는 애정의 표현이 되기 전에 우정의 표시로 시작되었다. 인도에서 시작돼 페르시아와 시리아를 거쳐 로마로 전파되었다. 최초의 로맨틱한 키스는 중세 프랑스 문학에서 처음 묘사되었는데 연인들간의 키스를 프렌치 키스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키스는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꼭지를 빨 때 이뤄질 것이다.(요즘은 우윳병 젖꼭지겠지만). 이 키스에 의해 엄마와 아기는 강한 사랑으로 맺어진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키스는 연인들간의 정열적인 키스일 것이다. 이같은 키스는 많은 로맨스영화에서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키스신은 묘하게도 접순이 없는 것이다.
‘자, 항해자여’(Now, Voyager)에서 제리(폴 헨리드)와 샬롯(베티 데이비스)이 밤의 여객선 갑판에서 나누는 키스신. 유부남 제리는 노처녀 샬롯을 간절한 눈동자로 응시하면서 담배 두 개비를 꺼내 함께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제리가 건네 준 담배를 입에 무는 샬롯. 두 사람의 입술이 직접 닿지 않으면서도 정열이 가득한 키스이다.
키스도 아름답지만 그것의 여운을 맥빠지도록 감상적으로 묘사한 노래가 기억에 남는 영화가 ‘카사블랑카’다. “당신은 이 것을 기억해야 하오/ 키스는 세월이 가도 여전히 키스지만/ 한 숨은 그저 한숨에 지나지 않지요/ 이런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순응케 되는 기본적인 일들이라오.” 카페 아메리캥에서 샘이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이 노래는 못 이룰 사랑을 하는 릭과 일사의 한숨 같다. 지금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는 키스신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의 잉그릿 버그만과 게리 쿠퍼의 그것. 짧은 머리의 버그만이 쿠퍼에게 “키스할 때 코는 어떻게 하지요”라고 묻는 모습에서 키스의 겨울공기처럼 맑고 신선한 감촉이 느껴진다.
육군 고참상사 버트 랭카스터와 유부녀 데보라 카는 지글거리며 타 들어가는 불륜의 사랑을 하와이 해변의 파도로도 식히질 못했다. 수영복 차림의 둘이 밤바다 물결을 뒤집어쓰면서 백사장서 나누던 키스는 타액만큼이나 끈끈한 것이었다. 키스가 끝난 뒤 카는 “키스가 이런 것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라며 황홀해 했었다.
그레타 가르보다 “키스하기 전에 촛불을 꺼주세요”라고 부탁한 뒤 라몬 나바로와 나눈 키스(‘마타 하리’)와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서로 은근짜를 놓으며 즐긴 키스(‘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달리는 열차 침대칸 안에서 케리 그랜트와 에바 마리세인트가 서로 몸을 뱅뱅 돌려가며 나누던 키스도 모두 멋있는 키스들이다.
키스는 노래로도 많이 찬양되고 있는데 브라이언 하일랜드가 부르는 ‘키스로 봉한 편지’와 키스는 많이 할 수록 좋다는 ‘베사 메 무초‘를 신나게 불어제낀 빅밴드 레이 카니프의 연주가 좋다. 키스는 애정행위의 백합꽃과도 같은 것이다. 내일은 밸런타인스 데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입술로 피운 백합꽃을 보내도록 하자.
박흥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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