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 옥스나드에 있는 미국인들의 신앙과 가치관과 행동 추세를 조사하는 바나 연구그룹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76%가 천국이 있고 71%가 지옥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이 지난 9월 미전국(하와이와 알래스카 제외)의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간 이 조사에 따르면 천국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 중 46%는 그것이 신과 함께 영원히 사는 상태라고 생각하며 30%는 사후 영혼이 가 휴식하고 보상을 받는 곳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 조사대상의 3분의2는 자신들이 사후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며 0.5%만이 지옥에 갈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최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많은 인간이 부활과 천국을 믿는다는 것은 현세가 고통과 슬픔과 절망의 지대라는 것을 반어로 뜻한다고 하겠다. 고전음악 최후의 낭만파 구스타프 말러(1860~1911·사진)가 그의 최고의 교향곡이라 평가받는 제2번 ‘부활’(Resurrection·C단조)을 작곡한 마음의 바탕에도 이런 어두운 것들이 깔려있다.
평소 병약하고 비극적이었던 말러는 죽음에 몹시 집착했던 사람이다. 염세적이었던 그는 죽음으로 시작해 부활로 끝나는 이 교향곡을 마지막 한 점의 숨과 한 방울의 피를 사용해서라도 표현할 것은 표현해야 한다면서 무려 6년간에 걸쳐 완성했다. 마지막 희열을 찾아 고행하는 수도자의 마음을 읽게 된다.
나는 말러의 교향곡을 들을 때면 신비하고 심오한 종교적이요 철학적인 음악성이 주는 압박감을 느끼곤 한다. 그의 음악은 끊임없는 삶과 죽음에 관한 고찰인데 음악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고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절망감과 회의를 천착하면서 아울러 믿음과 구원, 부활과 영원을 향한 열망으로써 이런 어두운 것들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이런 말러의 사상이 총체적으로 결집되어 표현된 것이 ‘부활’ 교향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부활을 살아서 경험하자고 지난 1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찾아갔다. 무대를 가득 메운 수많은 관악기들과 여인의 무성한 머리칼 같은 현악기들 그리고 온갖 타악기들을 보면서 음악도 듣기 전에 압도당했다. 영혼이 바짝 긴장하는 느낌이었다. 이 교향곡은 오케스트라 외에도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및 합창단이 동원되는 초대형 작품으로 장렬하고 정열적이며 또 장엄하고 영적이다(연주시간 80분).
말러는 ‘장례식’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1악장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왜 살았는가? 당신은 왜 고통했는가? 그것은 모두 어떤 커다란 보기 흉한 농담인가? 우리는 어찌해서라도 계속해 살아가자면 이 물음들에 답해야 한다-참으로, 우리가 오직 죽어가고 있다고 해도! 이 물음은 피날레에 가서 대답된다.
제1악장은 현들이 어둠의 다발로 엄습해 오면서 시작된다. 에사-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LA 필의 첼로와 베이스들이 바이얼린과 비올라를 유린하면서 죽음을 주지시킨다.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강렬히 붙잡아 놓는다. 제2악장과 제3악장은 감미롭고 밝고 경쾌한데 특히 목가풍 서정적 멜로디가 하늘거리는 제2악장은 영혼이 승천하기 전 잠시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자연 속을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4악장에서는 메조가 ‘태초의 빛’을 영혼을 환기하듯 노래하고 이어 쉼 없이 계속되는 제5악장은 소프라노와 메조의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하늘 문을 여는 듯한 환희를 뿜어내는 가운데 궁극적 구원과 승천을 구가한다. 특히 눈부신 금관합주가 죽음의 분위기를 산산이 부셔버릴 때는 앉아서 승천하는 기분이다. 두 손을 움켜잡고 눈을 감고 목에 침을 삼키며 구원받느라 몸부림치는 영혼을 생각하니 소리의 해일에 익사하는 듯 몽롱해진다. 디즈니 홀의 소리의 위력을 실감했다.
오, 고통이여, 모든 것 중에 가장 스며드는 너로부터 나는 승리했도다! 오, 죽음이여, 모든 것의 주인인 너는 이제 다스림을 받게 됐도다! 내 스스로 이겨 얻은 날개를 달고 사랑의 격렬한 몸부림 속에서 나는 위로 날아 오르고 그 누구의 눈도 여태껏 오르지 못한 빚을 향해. 살아 있는 지금 마음부터 부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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