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자기, 데이트가 즐거워”
상대학교 서로 방문, 함께 수업들어
공부벌레 유학생 커플은 도서관이 데이트 장소
귀가 후에도 인터넷 통해 밀어 교환
‘이성교제’라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됐던 시절 빵집에서 몰래 미팅을 했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부모세대가 됐다. 지금은 그들의 자녀들 차례. 70~80년대에 태어난 한인 2세들과 90년대 유학 붐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조기 유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중매로 만나 몇달만에 결혼을 했던 많은 부모들과는 달리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성교제는 서로 돕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방법이다. 유학생, 1.5세, 2세, 타인종 등 각기 다른 문화, 성장배경,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한 요즘 젊은이들의 이성교제 문화. 자기 주장과 가치관이 분명한 이들의 데이트 문화를 엿보았다.
스탠리 푼(20)·고유미(22) 커플
1년 전 만난 이들은 중학교 때 유학온 한인 1.5세와 홍콩에서 한살 때 이민 온 중국계 2세. 남가주 양대 명문 라이벌 학교로 꼽히는 USC와 UCLA에 다니는 이들은 주로 학교 주변에서 만나 데이트한다. 먹거리와 작은 상점들이 많은 웨스트우드 지역이 자주 찾는 곳.
다니는 학교는 다르지만 서로의 수업에 같이 들어가 청강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서로의 학교에서 전공과 관련 없는 수업도 들어보고 공부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란다.
학교 내 학생활동에도 적극적인 이들은 각자 바쁜 일과 때문에 일주일에 2~3번 정도 만나지만 짬을 내 저녁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고 샤핑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는 샌개브리엘 마운틴으로 하이킹을 가거나 샌타페 댐으로 자전거를 타러가기도 하고 겨울이면 스노보드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활발한 커플이다. 고유미씨는 남자친구에 대해 “생각이 뚜렷해요.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고 모든 일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타입이죠. 룸메이트가 6명이라면 사교성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겠죠?”라고 소개한다.
스탠리 푼씨는 “유미는 막내라서 고집스러운 면이 있지만 언제나 자신감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착하고 사려 깊고요”라며 “둘이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서로의 자랑을 늘어놓는다. 자상한 성격의 푼씨는 언젠가 말타기를 하고 싶다는 유미씨의 말을 기억했다가 지난번 생일에 그리피스 팍에서 함께 말타기를 가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의 부모들과도 가깝게 지낸다고 덧붙인다. 푼씨는 “많은 친구 부모님들이 이성교제에 관해 직접적으로 간섭하거나 아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실제로는 이성교제를 통해 책임감을 갖게 되고 부모와도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고씨 역시 같은 의견. “남자친구와 좋았던 일부터 속상했던 일까지 얘기하다 보니 어머니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시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어머니와 훨씬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진 백(28)·크리스틴 박(25) 커플
결혼을 두달 앞둔 한인 2세 진 백(28)씨와 크리스틴 박(25)씨는 UC버클리 동창생이다.
LA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는 백군과 프레즈노 ABC 방송국에서 리포터인 박양이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시절 다니던 한인교회에서. 하지만 이들이 교제를 시작한 것은 4년 전 백씨의 룸메이트가 이들을 다시 소개하면서부터다.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만큼 이들의 주요 데이트 방법은 채팅. 자신들을 ‘21세기 인터넷 로맨스의 표본’이라고 부르는 두 사람은 바다를 좋아해 데이트할 때는 바닷가에 자주 간다. 특히 해질 무렵 샌타모니카 비치야말로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데이트 장소라고 말한다. 바닷가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거나 그냥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청량제 역할을 한다는 것.
여느 커플처럼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지만 집에서 피자 하나를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 데이트 방법.
다른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2주는 넘기지 말자고 약속을 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 않고 프레즈노와 LA를 오간다.
이들이 서로를 택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인’이며 기독교인이라는 점. 그 다음은 두 사람에게만 보이는 매력이다. ‘우린 서로 퍼즐처럼 잘 맞는 커플’이라고 자랑하는 두 사람은 특히 같은 한국인이어서 문화적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양가 부모들이 대만족이라고 전했다.
“제가 남자친구의 할머니와 대화를 하고, 남자친구가 저의 부모님과 언제든 김치를 나눠먹을 수 있다는 게 가족 모두에게 여러모로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한국말도 꽤 잘 한다는 박씨의 자랑이다.
김재우(22)·최유정(22) 커플
김재우(22)씨와 최유정(22)씨는 6년 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에 온 유학생 커플. USC 회계학도들이다. 각각 칼스테이트 풀러튼과 UC샌타바바라에서 1년반 전 편입을 해 첫 학기에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가까워졌다.
듣는 수업이 모두 같다는 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교 도서관. USC 회계학과가 미국 내 4위이니 만큼 학업량도 많고 내용도 어려워 일주일에 적어도 5일은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를 한다.
시간이 날 때면 영화를 보거나 한인타운으로 저녁식사를 나오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학교를 떠나지 않는다는 공부벌레 커플이다.
보수적인 성격의 김재우씨는 최유정씨의 ‘현명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또 최씨는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책임감이 강한 것”을 남자친구의 좋은 점으로 소개했다. 서로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려줘 불필요한 충돌이나 오해의 소지를 없앤단다.
부모가 한국에 있어서 일년에 두번은 한국에 다녀온다는 김씨는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아 부모에게 여자친구를 정식으로 소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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