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고독과 고뇌일진대 몽고메리 클리프트야말로 실제의 삶과 스크린 속에서 이같은 인생의 정의를 철저히 현시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모두 몬티라 부른 이 아름다운 고독자를 보노라면 외로움의 감촉이 마치 깊은 가을 냇물의 짜릿한 냉기처럼 가슴을 타고 내려 전율하게 된다.
나는 중학생 때 서대문에 있던 동양극장에서 본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1953)를 통해 몬티를 처음 만났다. 하와이에 주둔한 육군부대의 졸병 프루윗(사진)으로 나온 몬티는 인간이 견디기 힘든 기합을 받으면서도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다. 질식할듯 한 거역인데 나는 그의 이런 고고한 지조가 너무나 좋았었다. 내가 후에 군에 가서 온갖 기합과 구타를 당할 때마다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생각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내가 영화를 보고 처음 운 것도 이 영화다. 몬티가 눈물을 흘리면서 영창장 패초(어네스트 보그나인)에게 매맞아 죽은 친구 마지오(프랭크 시나트라)를 애도하며 달밤 연병장에서 진혼곡을 부는 모습을 보는 나의 볼 위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이 영화가 나를 영화 미치광이로 만들었고 그 뒤로 세상의 모든 고독을 혼자 짊어지고 다니는 듯한 몬티는 나의 주인공이 되었다. 남자 배우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던 몬티는 지적이요 세련됐고 또 여성적일 만큼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고독자요 괴팍했으며 오만하고 관능적이었다. 중용을 거부하고 늘 변두리를 찾아다녔는데 그가 지닌 아름다운 쓸쓸함 때문에 몬티를 보면 상처 입기 쉬운 자에게 갖게 되는 연민의 감을 느끼게 된다.
몬티는 또 내적 고뇌를 피하지 않고 타협을 거부했다. 그는 말론 브랜도와 제임스 딘이 있기 전에 50년대 할리웃이 겪어야 했던 최초의 반항아였다. 이런 성격 때문에 몬티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무시하고 복잡한 성격의 색다른 인물들만 선택해 영화에 나왔다. 그는 내면을 성찰하고 고뇌하는 역을 즐겨 맡아 거기에 심리적 깊이를 부여했는데 늘 껍질을 벗겨가며 인물의 근본을 찾아내려고 했다.
나는 몬티가 조소하며 수줍어하는 듯이 입의 한쪽으로 짓는 미소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눈은 또 얼마나 맑고 고운가. 유머감각이 특출했던 몬티는 손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해도 될 만큼 내면의 것을 손의 제스처로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그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매력이 있는데 이런 불안정감을 살짝 장식해 주는 것이 이 손의 제스처다.
몬티가 평생 친구였던 리즈 테일러와 처음 공연한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1951)와 말론 브랜도와 딘 마틴이 나온 ‘젊은 사자들’(The Young Lions·1958) 그리고 단 7분 출연하고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뉴렘버그의 재판’(Judgement at Nuremberg·1961-14일 하오 8시30분 방영)에서의 그가 보여준 손의 연기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수수께끼 같은 배우의 매력은 자학하는 듯한 내적 고뇌에 있다. 그의 고독은 이 내적 고뇌가 뽑아내는 영혼의 즙이다. 몬티는 실제로도 항상 고뇌 속에 살았는데 그 까닭은 자신의 동성애 성향과의 투쟁 때문이었다. 절망에 가까운 고뇌였다고 한다.
틴에이저 때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 몬티는 ‘수색’(The Search·1948)에서 전쟁 미아를 돌보는 독일 주둔 미군으로 스크린 데뷔했는데 대뜸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이 영화와 같은 해에 최고의 웨스턴 중 하나인 ‘붉은 강’(Red River-21일 하오 5시 방영)에서 존 웨인과 공연, 순식간에 할리웃의 총아로 등장했다. 몬티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웨스턴은 클라크 게이블과 마릴린 몬로와 공연한 ‘미스피츠’(The Misfits·1961-21일 하오 7시30분 방영).
몬티는 깊이와 무게 있는 역이 아니면 맡질 않아 알프레드 히치콕(나는 고백한다), 윌리엄 와일러(사랑아 나는 통곡한다·Heiress·1949-28일 하오 5시 방영), 엘리아 카잔(와일드 리버) 같은 명장들의 작품에 나올 수 있었다. 몬티의 보통 사람으로서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의 종말은 1956년 5월21일 밤에 일어난 자동차 사고로 시작된다. LA 콜드워터 캐년 언덕 위에 있는 리즈의 집에서 열린 파티(몬티와 리즈는 당시 ‘레인트리 카운티’에 출연중) 후 차를 타고 어두운 언덕길을 내려오던 몬티가 전주와 충돌하면서 그의 왼쪽 얼굴이 완전히 망가졌다. 이 사고로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 후 몬티가 45세에 심장마비로 죽기까지 10년간은 약물과 술과 고통의 긴 자살이었다. 케이블-TV TCM은 12월 매주 토요일 몬티의 영화를 방영한다.
박흥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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