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웨스트우드에 있는 마릴린 몬로의 무덤을 찾아갔다. 5일은 M.M.이라는 두 글자로 유명 상품화된 채 우리 세대의 한 지속적이요 수수께끼 같은 성상으로 남아있는 몬로 사망 4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나는 팬들이 갖다놓은 장미와 백합들에 싸여있는 무덤(납골당) 앞 몬로의 벤치에 앉아 과연 이 여자의 변함 없는 인기는 무슨 까닭에서일까 하고 생각해 봤다. 남자들은 커브진 몸매와 풍만한 젖가슴 그리고 순진한 아이의 얼굴과 금발을 한 몬로를 자신들의 욕망의 궁극적 대상으로 여겼다.
모든 남자가 어두운 가슴으로 탐내지 않을 수 없었던 섹스 심볼의 무게를 생애 내내 짊어지고 다녀야했던 몬로다. 존과 바비 케네디 형제와 번갈아 가며 정사를 가졌으리 만큼 치외법권적인 성적 매력을 지녔던 그였지만 어떻게 보면 몬로는 자신의 이같은 심볼의 중압감을 못 견뎌 숨진 여자다.
대통령과 법무장관과의 교차관계 때문에 몬로가 1962년 LA 서쪽 브렌트우드의 자택에서 발가벗은 채 약물자살 했을 때 살해설이 나돌기도 했었다. 36세였는데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에 몬로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의문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과연 남자들이 원했던 몬로는 진짜 몬로인가. 어릴 때부터 고아원서 성적 추행을 당하며 자란 몬로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불행을 극복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스스로를 섹스 심볼로 창조한 생존자였다. 자신을 LA의 보잘것없는 노마진으로부터 스크린의 여신으로 재생시켜 수많은 사람들의 동경과 선망과 욕망의 대상이 된 몬로였지만 그는 언제나 공허하고 무너지기 쉬운 내면을 지닌 사람이었다. 남자들이 욕심을 낸 몬로는 그들의 성적 허상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몬로가 거쳐간 남자들은 무수하지만 그 중에서 케네디 형제 외에 또 유명한 두 사람이 양키즈의 강타자 조 디마지오와 미국의 대표적 지성인으로 극작가인 아서 밀러. 몬로는 밀러가 각본을 쓴 사라져 가는 미서부에 대한 비가인 ‘미스피츠’(The Misfits·1961)에서 클라크 게이블과 공연했는데 이 영화는 두배의 유작이 됐다.
사람들은 밀러와 몬로의 결혼을 두뇌와 육체의 결합이라고 조소했지만 그것은 몬로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으로 자신의 성적 추행사실을 공개한 최초의 유명 스타 중 하나였고 배우들이 영화사의 노예처럼 일했던 당시 자신의 제작사 MM 프로덕션스를 차린 뒤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만든 개척자였다. 흔히들 말하는 멍청하고 방종한 금발미녀가 아니었다.
몬로의 또 다른 성적 매력은 숨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 숨가쁜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 혼절할 지경으로 섹시한데 노래와 춤에 뛰어난 재질을 보여 여러 편의 뮤지컬에 나와 토실토실한 몸을 뒤틀며 한 곡조씩 부르곤 했다.
대표적인 뮤지컬은 화들짝 놀라게끔 섹시한 노래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최고의 친구’가 나오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Gentlemen Prefer Blondes·1953)와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There’s No Business Like Show Business·1954). 몬로는 ‘쇼처럼-’에서는 노래 ‘히트 웨이브’를 불렀다.
몬로는 뮤지컬이 아닌 영화에서도 노래자랑을 여러 번 했다. 로버트 미첨과 공연한 서부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1954)에서는 하얀 허벅지를 드러낸 채 푸른 벨벳 드레스를 입고 노래했다. 윌리엄 인지의 연극이 원전인 ‘버스 정거장’(Bus Stop·1956)에서는 ‘댓 올드 블랙 매직’을 부르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영화속 주인공인 순진한 카우보이(단 머리)처럼 몬로에게 대뜸 반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이다.
몬로는 20세기 최고의 코미디로 불리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1959)에서는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어’와 ‘러닝 와일드’및 ‘사랑은 이제 그만’ 등 세 곡이나 노래한다.
육감적인 선정미 때문에 할리웃과 뭇 남자들에 의해 착취당한 몬로는 차라리 죽어서 전설이 됨으로써 피닉스의 불사를 누리고 있다. 몬로가 지금 살아있다면 할머니라 불러야 할 나이인 76세. 반짝할 때 갔기에 지금도 사람들은 그를 가슴에 간직하고 추모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외에도 딘 마틴, 잭 레몬, 윌터 매사우, 페기 리, 빌리 와일더, 나탈리 우드 등이 묻혀있는 묘지를 떠나는데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동양인 남녀 3명이 몬로 무덤 앞에 꽃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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