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빌리 와일더 감독의 배꼽 빠지게시리 우스운 흑백코미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1959)를 처음 본 것은 고1 때 명동극장에서 였다. 입추의 여지가 없이 만원인 극장 안에서 꼬마였던 나는 키가 큰 어른들 틈새에 서서 고개를 길게 내뽑고 영화를 보느라 육체적 고통이 대단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자세로 영화를 보는데 이것이 어떻게나 우스운지 장내는 폭소의 바다를 이루었고 나도 깔깔대고 너무나 웃다가 허리와 배에 통증을 느끼고 말았다. 한자로 된 사자성어 ‘요절복통’이라는 말을 산 경험한 영화관람이었다.
영화가 너무나 재미있어 그 뒤로 지금까지 나는 이 영화가 TV로 방영될 때면 만사를 제쳐놓고 다시 보곤하는 버릇이 생겼다. 40여년전에 나온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할리웃이 만든 코미디 중에서 최고의 것으로 꼽히는 영화로 장면 하나 하나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지금도 생각하면 혼자 웃게되는 장면 중 하나는 여장한 잭 레몬과 그를 여자로 알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과격하고 입이 엄청나게 큰 늙은 백만장자 조 E. 브라운의 탱고 댄스장면. 이때 나오는 음악이 라 쿰파르시타인데 눈에 눈가리개를 하고 입에 장미꽃 줄기를 문 레몬이 자기보다 훨씬 작은 영감 애인을 안고 춤추던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우스웠던지.
이 영화는 코미디 사상 최고의 펀치라인으로 평가받는 짧은 한 마디로 끝난다. 쫓아오는 갱을 피해 뒤에 토니 커티스와 마릴린 몬로를 태운채 스피드 보트를 타고 도주하는 레몬과 브라운의 대화. 아직도 자기를 여자로 아는 브라운에게 레몬이 짜증을 내다시피 하며 “난 남자란 말이야”라고 브라운과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자 브라운은 그게 뭐 대수냐는듯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웰, 노바디즈 퍼픽”이라고 응수한다.
이처럼 급소를 찌르는 위트있는 대사와 배배 꼬인 각본을 쓴 사람은 와일더와 그의 콤비였던 I.A.L. 다이아몬드다. 한 마디 농담같은 아이디어를 걸작 코미디로 완성시킨 두 사람은 또 다른 명작 코미디 ‘아파트먼트’와 ‘달콤한 이르마’ 및 ‘포춘 쿠키’ 등을 만들었다.
원기왕성한 섹스체인지 익살극이요 갱스터영화 풍자극으로 앙상블 캐스트가 화려한 ‘뜨거운 것이 좋아’의 두 주인공은 시카고의 실직한 클럽 밴드연주자인 조(토니 커티스)와 제리(잭 레몬). 두 사람이 1929년 2월에 일어난 세인트 발렌타인스 데이 매사커(실제로 일어난 라이벌갱의 대살륙)를 목격하면서 둘은 도주를 시작한다.
조와 제리가 뛰어든 곳은 플로리다(실제로는 남가주 호텔 델 코로나도서 촬영)로 연주차 기차를 타고 가는 여성밴드다. 조와 제리는 여장을 하고 각기 조세핀과 대프니로 개명한 뒤 이 밴드에 합류하는데 조세핀 아니 조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가 금발미녀 가수 슈가(마릴린 몬로).
플로리다에 도착한 조는 케리 그랜트 음성을 내면서 섹스에 수줍은 쉘오일 주인으로 위장한 뒤 골드 디거 슈가를 유혹하고 대프니는 돈 많은 늙은이 아즈굿(조 E. 브라운)의 끈질긴 구애를 받는다.
아직까지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뜨거운 것이 좋아’가 지금 뮤지컬로 만들어져 미 50개 도시를 순회공연 중이다(이 영화는 1972년에 ‘슈가’라는 이름의 뮤지컬로 만들어졌었으나 흥행서 재미를 못봤다). 특기할만한 일은 영화에서 조세핀으로 나왔던 토니 커티스(77)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부른다는 것. 물론 커티스는 조세핀이 아니라 조 E. 브라운이 맡았던 늙은 백만장자 아즈굿 필딩 3세로 나온다.
커티스는 이 뮤지컬과 관련해 최근 여러 신문과 잡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40년대 후반 잠깐 연인사이였던 몬로에 관한 얘기가 재미있다. 몬로는 영화촬영시 촬영장에 늦게 나타나고 툭하면 대사를 잊어버리는가 하면 드레싱 룸에서 치장하느라 몇 시간씩을 소비하는 바람에 제작진과 동료배우들에게 애를 먹이곤 했었다. 그래서 몬로는 영화촬영 종료 기념파티에도 초대받지를 못했었다.
커티스는 과거 몬로와의 키스 경험에 대해 “히틀러와 키스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같은 말에 대해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몬로의 입술은 무르익은 복숭아 같았다”면서 “자세한 것은 나 혼자 즐기겠다”고 능청을 떨었다.
고령에도 아직 생명력이 넘치는 커티스는 그 비결을 다이어트와 ‘아름다운 여자의 타액’에 있다고 알려줬다. 그는 지금 32세난 다섯번째 아내 백금발미녀 질 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비바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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