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예 월간지 프리미어에 의해 할리웃의 100명의 세력자 중 탑을 차지했던 킹메이커 마이클 오비츠(55·사진)가 연예계서 손을 뗐다. 할리웃 최대의 연예대행업체 CAA 사장으로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며 이 동네서 신적 지위를 누렸던 그의 퇴장은 할리웃 영광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쇼다.
오비츠는 지난달 자신이 1999년에 세운 연예대행업체 예술가 매니지먼트 그룹(AMG)을 할리웃 최대의 음악대행회사 펌(Firm)에 매각한다고 발표하고 연예계서 떠났다. AMG는 그가 1995년 CAA를 떠난 지 4년만에 시도한 할리웃 복귀사업이었으나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그의 컴백은 좌절되고 말았다.
오비츠의 컴백시도 실패의 두 가지 큰 이유는 할리웃이 품고 있는 자신에 대한 적의와 자기 능력과 영향력에 대한 과신 때문이다. 오비치는 1975년 3명의 파트너와 함께 CAA(윌셔와 샌타모니카 코너에 있다)를 창설한 뒤 막강한 파워 브로커로서 할리웃의 기라성 같은 감독과 스타들을 고객으로 확보, 메이저 스튜디오들을 떡 주무르듯 하며 자기 고객을 위해 거래를 해 경쟁업체와 메이저는 물론이요 그의 눈에서 벗어난 연예인들로부터 질시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었다. 게다가 그는 매우 냉정하고 오만한데다 무자비해 할리웃 연예 매니징 업체의 사악한 대부로서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런 오비츠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할리웃을 재창조한다는 야망을 품고 AMG를 세웠으나 할리웃의 비협조와 과다한 투자로 인해 그 야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UCLA를 중퇴하고 연예대행업체 윌리엄 모리스사 우편물 배달사원으로 시작한 오비츠는 딜의 천재다. 그는 CAA를 세운 뒤 자기 고객인 감독과 각본과 배우를 한데 묶어 영화를 만드는 ‘패키지 딜’을 고안해 낸 사람이다.
오비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의 고객들도 A급 연예인들로 구성돼 별들의 잔치를 연상케 했다. 그가 CAA 때부터 AMG에 이르기까지 대행했던 스타들은 캐메론 디애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베네시오 델 토로, 새뮤엘 L. 잭슨, 나탈리 포트만, 에드 번즈, 마리사 토메이 및 딜란 맥더맛 등. 특히 오비츠가 직접 관리했던 사람들로는 감독 마틴 스코르세지, 시드니 폴랙,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탐 클랜시와 마이클 크라이턴 등이 있다.
로빈 윌리엄스와 올리버 스톤도 그의 고객이었으나 AMG의 활동이 활발치 못하자 얼마전 오비츠를 떠나고 말았다.
오비츠가 기업매매 알선을 성공시켜 세계적 뉴스거리가 된 것은 1989년 소니의 컬럼비아 매입. 소니는 컬럼비아를 34억달러에 사면서 오비츠에게 영화사 사장자리를 제의했으나 협상이 잘 안돼 오비츠는 그대로 CAA에 머물렀다.
오비츠는 1990년에는 마추시타의 MCA(유니버설 모회사) 매입을 65억달러에 성사시켰는데 커미션을 4,000만달러나 받아 윌스트릿을 경악케 했었다. 이어 1995년에는 시그램이 마추시타로부터 MCA를 매입토록 성사시켰는데 이때도 그에게 MCA 사장자리가 제의됐으나 역시 협상은 불발로 끝났다.
컬럼비아와 유니버설 매각에서 알 수 있듯이 오비츠는 그 당시 할리웃의 변두리 직업인 연예대행업체 사장직을 버리고 할리웃의 제1선에 뛰어들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오비츠는 1995년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에 의해 발탁돼 월트 디즈니의 사장자리에 앉음으로써 마침내 이같은 꿈을 실현하나 이것이 그의 몰락의 시작의 계기가 된다.
둘 다 개성이 지나치게 강한 아이즈너와 오비츠는 처음부터 의견충돌이 심했고 결국 아이즈너는 자기가 오비츠를 불러 들인지 14개월만에 그를 내쫓았다. 이때 오비츠는 퇴사조건으로 현찰과 주식 포함 무려 3,890만달러를 받아 세상을 경악케 했었다.
오비츠는 4년간의 공백기간을 거쳐 1999년 CAA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AMG를 차렸는데 그 뒤로 자기가 키운 후배들이 경영하는 CAA로부터 고객들을 하나씩 빼내 더티 플레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AMG는 배우대행업 외에도 음악과 스포츠와 TV 및 소설대행업까지 한다는 거대한 구상 하에 설립됐지만 활동이 지지부진했다. AMG 해체의 결정적 동기는 설립 후 1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TV사업이 실패하면서 작년 가을 이 부문을 폐기한 것이었다.
할리웃이 응원하는 것이 딱 둘이 있는데 하는 레이커스 경기고 다른 하나는 남의 실패라는 말이 있다. 수퍼 에이전트 오비츠의 몰락에 축배를 든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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