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코리아타운은 내일 잠 못 이루는 새벽을 맞을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월드컵 축구 한국 대 포르투갈전은 동이 트면 이미 끝이 난 상황.
요즘에는 축구얘기 안 했다가는 변절자 취급을 받을 만하다. 한국인들은 지금 축구와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잠자고 화장실 가고 또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네갈의 16강 진출과 홍수환의 4전5기에서 볼 수 있듯이 스포츠의 묘미는 언더독의 승리에서 찾을 수 있겠다. 링과 다이아몬드와 코트에서 벌어지는 스포츠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관계와 투쟁과 영혼의 얘기다. 그것은 이런 드라마틱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할리웃이 만든 스포츠 영화는 당연히 미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야구, 풋볼, 농구에 관한 것들이 많다. 또 액션이 치열한 권투도 즐겨 선택되는 경기다. 골프, 자동차 경주, 스키, 승마, 자전거 경기 및 서핑 등도 영화 소재가 되기는 하나 서자 취급을 받는데 서자 중에서도 서자 취급받는 경기가 축구다. ‘사커 맘’이니 어쩌니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축구는 남의 동네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할리웃이 만든 축구영화는 전무하다시피 한 지경. 황소 눈알을 한 로드니 데인저필드가 소녀 축구팀 코치로 나오는 코미디 ‘레이디벅스’는 영화 같지도 않은 졸작.
존 휴스턴이 감독하고 실베스터 스탤론과 마이클 케인, 맥스 본 시도 등 빅스타 출연에 펠레(사진)를 비롯해 세계 A급 프로 축구선수들이 나온 ‘빅토리’(198)는 통상적인 전쟁포로 얘기를 스포츠 각도에서 다룬 일종의 ‘축구전쟁’ 영화다. 1943년 독일의 연합군 포로수용소. 신임 수용소장 본 시도는 왕년의 축구선수로 캠프에서 1930년대 영국 축구선수였던 포로 마이클 케인을 만나 축구경기를 제의 한다.
케인은 전세계의 전직 축구선수들로 포로팀을 구성, 독일 대표팀과의 결전준비를 한다. 한편 연합군 사령부는 이 기회를 이용, 포로선수들의 탈출계획을 마련한다.
파리의 콜롱브 경기장. 5만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역사적인 적간의 올스타 게임이 벌어지고 독일팀이 전반전을 4대1로 리드한다. 하프타임을 이용해 탈출키로 했던 포로팀은 자유를 포기하고 후반전에 돌입,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람 마음을 격앙시키는 빌 콘티의 음악(‘록키’에서도 그랬다)과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마지막 20분간의 축구경기를 빼고는 별 볼일 없는 작품이다. 거장 휴스턴의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시종일관 힘이 없고 내용도 엉성하다. 그러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콘티의 승천감 드는 음악을 깔고 슬로모션으로 보여주는 펠레의 마이너스 킥 등 축구경기야말로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거려질 만큼 박력 있고 멋있다.
펠레 외에도 바비 무어(영국), 오스발도 아딜레스(아르헨티나), 파울 반 힘스트(벨기에) 등 일류 축구선수들이 나와 묘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스탤론이 아무리 스타라고는 하지만 축구 문외한으로서 짧은 연습기간에도 불구하고 신기의 골키퍼로 맹활약하는 것은 사기다.
‘빅토리’는 적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거칠고 흥미진진한 풋볼영화 ‘가장 긴 야드’와 닮았다고 하겠다. 버트 레널즈가 나오는 이 영화는 죄수들과 간수들간의 경기를 그린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코믹한 영화다.
야구영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게리 쿠퍼가 루 게릭으로 나온 ‘양키의 자랑’. 매우 고상한 영화다. 권투영화로는 스코르세지와 드 니로 콤비의 ‘성난 황소‘가 으뜸이라고들 하지만 내가 너무나 재미있게 본 것은 중3 때 본 ‘상처뿐인 영광’(1956). 폴 뉴만이 전설적 박서 로키 그라지아노로 나온 흥미진진한 영화. 뉴만의 또 다른 스포츠 영화로는 내기 당구영화 ‘허슬러’와 이것의 속편으로 그가 오스카상을 탄 ‘돈의 색깔’과 하키영화 ‘슬랩 샷’ 그리고 카레이스 영화 ‘위닝’ 등이 있다.
농구영화로는 진 해크만이 주연한 ‘후지어스’가 좋고 기록영화 ‘후프 드림스’는 극영화 못지 않게 재미있다. 랩송도 부르는 연예인 지망생 샤킬 오닐은 ‘블루 칩스’라는 영화에 나왔다. 승마영화로는 꼬마 리즈 테일러가 나온 ‘푸른 벨벳’이 화사하니 곱다.
한국이 이겼으면 좋겠다. 그러나 16에 오르면 병역면제라느니 또 축구대통령이라느니 하는 허튼 소리는 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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