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통’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66)가 지난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즌 마지막 작품인 ‘토스카’에 출연 직전, 공연을 취소해 팬들과 미디아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바바로티는 지난 8일 ‘토스카’ 공연의 커튼이 오르기 90분전 돌연 독감을 이유로 무대 등장을 취소한데 이어 11일 시즌 마지막 공연 마저 취소, 매스컴으로부터 ‘불성실한 퇴물’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뉴욕포스트는 ‘뚱보 노래 안 해’라는 제목으로 그의 결장을 야유했다.
11일 공연은 게일라 공연으로 최고 입장료가 1,800달러짜리인 데다 링컨센터 플라자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생중계한 공연을 위해 3,000장의 무료표를 배부해 팬들의 실망이 보통 컸던 것이 아니었다. 시즌 피날레 날 파바로티가 맡을 화가 마리오 카바라도시(사진) 역은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콩코드로 긴급 공수한 살바토레 리치트라(33)가 노래 불렀는데 팬들과 매스컴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한편 파바로티는 메트의 다음 시즌 출연 일정이 안 잡혀 있어 파바로티의 이번 ‘토스카’는 그의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메트 무대의 마지막 공연이자 나이 먹은 파바로티의 마지막 오페라 공연이 될 예정이었다.
아름다운 꿀빛 음성을 지닌 리릭 테너 파바로티는 메트와 1968년 첫 인연을 맺었다. 데뷔작은 푸치니의 ‘라보엠’으로 그는 가난한 시인 로돌포 역을 맡았었다. 파바로티가 메트 팬들의 가슴을 사로잡으며 스타로 등장한 것은 1972년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 공연으로였다. 그는 이때 테너의 최고음인 하이 C를 잇달아 9번이나 멋들어지게 뽑아내 팬들을 광란케 했고 그의 레코드사는 파바로티를 ‘하이 C의 왕’이라고 선전했었다. 파바로티는 지금까지 모두 373회의 메트 공연을 가졌다.
그러나 서민적이고 아이처럼 순진해 보이는 파바로티는 최근 들어 비평가들로부터 카루소의 인기에 버금가는 자신의 대중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물러갈 때를 모르는 나르시스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파바로티의 공연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체중에 엉덩이와 무릎수술 그리고 온갖 질병에 시달려온 파바로티는 과거에도 건강을 이유로 여러 차례 공연을 취소했는가 하면 무대에서 노래 부르다 휴게시간에 집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파바로티는 또 수술 후 쇠약해진 몸으로 무대에 등장, 다른 출연자의 팔에 의지하거나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가사도 다 외우지 않고 리사이틀에 나와 피아노 반주자가 가사를 읽어주는 등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공연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개인적 불성실한 태도에다 세계를 돌며 가진 ‘3인의 테너’ 스테디엄 공연으로 떼돈을 벌면서 언론은 파바로티를 돈 독이 오른 록스타라고 혹평을 했었다. 매스컴은 그를 자기 명성을 이용해 먹는 수치심 없는 쇼맨이라며 그의 은퇴를 종용했지만 파바로티는 이런 비판에 코방귀를 뀌다 이번에 불명예 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는 파바로티의 음성은 따뜻하고 다채로운 색깔을 지녔으면서도 약간 어두운 톤을 가졌다. 그야말로 황금빛 목소리의 소유자로 리릭 테너로선 보기 드물게 자기 체구처럼 엄청난 성량을 뽐내고 있다. 나는 지난 2000년 2월 포럼에서 있은 리사이틀에서 그를 처음 대면했는데 비록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음성이었으나 그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색에 넋을 잃고 말았었다.
파바로티는 아리아 ‘공주는 잠들지 못하고’ 하나로 대중에게 오페라를 접근시킨 가수라고 해도 되겠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중 제 3막에 나오는 이 아리아는 1990년 파바로티가 로마 월드컵 경기 때 불러 유명해졌고 그 뒤로 파바로티의 간판곡이 되었다.
(LA 오페라가 공연하는 ‘투란도트’가 25일~6월16일 뮤직센터 무대에 올려진다. 이 공연에는 한국의 소프라노 홍혜경도 나온다. 또 최근 Decca사는 파바로티의 ‘네순 도르마’를 비롯해 델 모나코 등 명가수들이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와 칸초네를 담은 2장짜리 CD ‘The Voice of Italy’를 출반했다.)
파바로티는 메트 결장으로 심한 공격을 받자 팬들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독감 걸린 건 자의적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곧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스테디엄 공연과 리사이틀은 계속할 예정이다.
모든 건 끝이 좋아야 하는 법.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던 ‘빅 루치아노’가 오페라 무대서 불명예 퇴장을 하다니 유감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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