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의 역사를 지닌 몬트리올 심퍼니 오케스트라에 반란이 일어났다. 98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노조가 2주전 상임지휘자 샤를르 뒤톼(65)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독재자인 당신 밑에서 압박과 설움을 겪으며 살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에 격분한 뒤톼는 즉각 사임, 현재 몬트리올 교향악단은 사공 없는 배 신세가 됐다. 그래서 몇주 안 남긴 금년도 시즌 연주는 객원지휘자들로 땜질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세계적 명성을 지닌 지휘자에게 정면 도전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전문가들은 이 내분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위스 태생의 뒤톼는 1970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래 지역 악단에 불과하던 이 교향악단을 세계적인 위치로 올려놓았다. 그의 지도 아래 몬트리올 교향악단은 그동안 모두 2개의 그래미상 외에 40여개의 국제상을 받았다.
그러나 뒤톼는 아르투로 토스카니와 프리츠 라이너 및 조지 셸 등과 같은 가혹한 독재자 스타일의 지휘자로 알려졌다. 그는 단원들을 멸시 조롱하고 깔보면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잔인한 질책과 경멸스런 표정으로 대해 리허설 후 눈물을 흘리는 단원도 있었고 또 어떤 단원들은 뒤톼와 눈을 마주치기가 겁나 옆 눈으로 그의 지휘를 보며 연주하기도 한다는 것.
뒤톼는 공포와 모독감을 단원 실력향상의 자극제로 삼은 셈인데 그의 언어 및 심적 능욕에 견디다 못한 단원들이 이번에 "우리는 더 이상 매맞는 배우자 노릇 못한다"며 들고일어난 것이다.
교향악단 단원들과 뒤톼 간의 그동안 누적된 갈등은 지난달 뒤톼가 1명의 트럼페터와 1명의 바이얼리니스트를 자질 문제로 소환하면서 표면화됐다. 이런 소환은 해고 조치의 첫 단계인데 단원들은 뒤톼가 자기에게 노골적으로 대든 사람만 골라 해고하려 든다며 반기를 들었다.
그런데 뒤톼에게 소환 당한 바이얼리니스트는 1998년 교향악단 파업 때 뒤톼에게 악단 요구사항을 강력히 전달한 사람이고 트럼페터는 리허설 때 뒤톼의 비인간적 훈련에 대든 사람이다.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각기 개성과 자질이 다른 100명에 가까운 단원들을 일사불란하게 다루며 음악을 재창조하는 사람이다. 같은 음악이라도 지휘자의 개인적 스타일과 음악적 감수성에 따라 소리가 다르고 또 연주시간도 다르다.
지휘자는 단순히 악보 위의 음표를 소리로 옮기는 전달자라기보다 자신의 재능과 작품에 대한 통찰력 있고 민감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단원들이 소유한 연주 실력을 충분히 끄집어내 완전히 또다른 작품을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되겠다. 어떤 지휘자가 이런 일을 잘 하느냐에 따라 교향악단의 음질과 음색이 변화를 이루며 악단의 질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에사-페카 살로넨이 취임한 이래 LA 필이 미서부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발전한 것이나 풍성하고 유려하며 또 공명하는 소리가 특색인 레오폴드 스토코우스키에 의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세계 굴지의 악단으로 올라서게 된 것은 모두 지휘자 때문이다. LA 체임버 오케스트라(LACO)가 이번 주 카네기 홀에 초청된 것도 지휘자 제프리 카헤인의 그동안의 각고의 노력 탓이다.
지휘자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만큼 반세기 전만 해도 지휘자는 단원들로부터 신적 존재로 경외의 대상이 되었었다. 지휘자와 단원의 관계는 마치 군에서처럼 사령관과 부하의 관계라 해도 되겠다. 1940년대와 50년대만 해도 지휘자들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들이었다.
이들은 공포로 단원들을 이끌어 나갔는데 단원들에게 욕을 하거나 지휘봉을 집어던지는 것은 예사였다. 토스카니니는 순전히 강력한 개성 하나를 무기로 해고와 고용을 자기 마음대로 하면서 군림했었다. 또 조지 셸은 강철같은 엄격함과 사악할 만큼 냉소적인 유머로 단원들을 부렸었다.
그 중에서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약했던 지휘자는 한때 LA 필 상임지휘자를 지낸 폴란드 태생의 아르투르 로진스키. 로진스키는 뉴욕 필 상임지휘자 역할을 40여명의 단원들을 해고하면서 시작했는데 클리블랜드와 시카고 등 가는 곳마다 끊임없이 단원들은 물론이요 이사진들과도 다투었던 사람이다. 로진스키가 종종 권총을 주머니에 넣은 채 지휘를 했다는 것을 보면 적이 엄청나게 많았던 지휘자였음에 분명하다.
몬트리올 교향악단은 뒤톼 사임을 둘러싸고 단원들 간에도 찬반 마찰이 일면서 뒤늦게 뒤톼에게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뒤톼는 이에 대해 아무 반응이 없는데 단원들은 만약 뒤톼가 돌아오면 여러 사람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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