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열렸던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사상 유례 없이 경비와 보안이 삼엄했던 행사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 ▲시상식이 열린 할리웃 한복판의 새 코닥극장 건너편 보도를 지나는 행인들은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했고 ▲극장 건너편 건물 지붕 위에는 보안요원들이 망을 봤으며 ▲스타들이 리무진에서 내려 시상식장으로 가는 길가의 상점들에 대한 사전 폭발물 검사가 실시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주변 70여 상점이 폐쇄됐다. 또 ▲극장 아래 지하철역 폐쇄 ▲스타들도 가설한 텐트 속에서 몸 검사를 받았으며 ▲시상식중 극장 상공 반경 5마일 내 비행이 금지됐다.
이토록 보안조치가 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9·11테러 때문이다. 다음으로 앞으로 20년간 계속해 오스카 시상식이 열릴 코닥극장이 새로 세워진 상점들이 빼곡이 들어찬 할리웃 & 하이랜드 샤핑센터 안에 있으며 초청인사들이 할리웃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과 유명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코닥극장은 제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할리웃 블러버드의 로즈벨트 호텔(한국인 소유) 건너편에 있는데 올해는 할리웃의 자축파티인 아카데미 쇼가 60여년만에 제 고향에 마련된 제 집에서 열려 관심이 더욱 컸었다.
코닥극장에 대한 보안경비 문제는 9·11테러 직후 LA경찰과 보안회사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테러가 나면서 건물 건설회사는 시설의 청사진을 이들 경비기관에 넘겨 오스카 쇼에 대한 보안 전략을 짜도록 했었다.
코닥극장 주변에 대한 교통통제는 지난 3일부터 부분적으로 시작됐고 19일 밤부터 본격적으로 주변 도로들이 차단됐다. 시상식이 있던 날은 극장주변 15블럭의 도로가 완전 폐쇄돼 마치 코닥극장이라는 섬에서 쇼를 치른 느낌이다(취재기자들은 극장서 한참 떨어진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셔틀버스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고 쇼가 끝난 뒤에도 셔틀을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오스카 쇼의 특징 중 하나가 시상식장 밖에 가설된 야외석에 많은 팬들의 스타들에 대한 환호성과 박수를 동반한 열띤 환영 모습. 지난해까지 만해도 야외석은 선착순에 의해 주어져 극성 팬들은 시상식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극장 밖에서 야영을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일체의 야영이 불허됐고 야외석에 입장하고픈 팬들은 우편으로 신청한 뒤 철저한 신원조사를 거쳐 사진이 있는 배지를 발급 받은 뒤에야 스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야외석 수도 과거 1,000에서 올해는 400으로 줄어들어 팬들의 아우성 소리도 작아진 느낌.
시상식 취재 및 사진기자들에 대한 기자증 발급조치도 삼엄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까다로웠다. 일단 신청서를 아카데미 본부에 낸 뒤 취재 허락을 받은 기자들은 코닥극장 옆 르네상스 호텔(여기서 수상 배우들을 인터뷰했다)에 마련된 기자실에서 사진을 찍고 증을 받았다. 나는 스타들의 도착 현장과 인터뷰 등 2가지를 신청했는데 각기 얼굴사진이 박힌 색깔이 다른 두개의 증을 받았다.
과거 시상식 경우 스타들의 입장을 그들이 밟고 가는 빨간 카핏 주위에 서서 취재했으나 이번에는 따로 마련된 야외석에 앉아 보며 기록했고 인터뷰실에서도 지정석에 앉아 꼼짝하지 말아야 했다. 스타들의 도착 현장을 취재한 뒤 인터뷰실로 가기까지는 또 한 차례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했고 소지한 모든 종류의 가방들은 샅샅이 수색 당했다. 백악관 들어가기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들은 20일에는 현장답사 겸 취재 예행연습까지 해야했다. 아카데미 홍보실의 통보에 따라 이날 오전 르네상스 호텔에 모여든 기자들은 불혼을 손에 든 레슬리 엉거 홍보실장으로부터 시상식 당일 기자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과 지정된 장소에서 절대로 이탈하지 말라는 당부 겸 지시를 받았다.
엉거는 "국내외서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 신청을 했으나 그중 여러분이 선택됐다"고 올려 세운 뒤 "그러나 오스카 취재는 여러분의 특권이 아니라 아카데미가 여러분에게 주는 특혜이자 명예인 줄 알라"고 다그쳤다. 엉거는 이어 보안에 협조 안 하거나 까다로운 보안절차에 관해 상소리 한마디라도 하면 즉석에서 증을 몰수, 내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턱시도 차림에 취재중 군번처럼 목에 걸었던 증 뒤에 이런 겁나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당신이 배지(증)에 명시한 장소에서 발견될 시 증 몰수와 함께 민사 및 형사기소도 가능한 줄 아시라. 이거 원 주눅이 들어 취재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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