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상당히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이 기립박수 하는 모습을 본 것은 ‘E.T.’(사진)가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이다.
1982년 선셋에 있는 시네라마 돔에서였는데(저녁영화 보려고 아침에 미리 표를 샀다) E.T.를 태운 우주선이 밤하늘 저 멀리 날아가면서 무지개를 그리며 영화가 끝이 나자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서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갈채를 보냈었다. 눈물을 닦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자전거 앞 바구니에 E.T.를 태운 엘리옷이 밤하늘에 크게 뜬 만월 앞을 날아가는 장면으로 유명한 ‘E.T.’의 수정판 특별 시사회가 개봉 20주년을 맞아 지난 주말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렸다. 오스카 시상식을 여러 번 치른 이 극장 앞에는 오스카 쇼 때처럼 팬들을 위한 야외석이 마련됐고 오스카 시상식 때마다 장내에 입장하는 스타들을 인터뷰하는 버라이어티지의 칼럼니스트 아미 아처드가 초대 스타들을 인터뷰했다.
팬들은 디 윌리스 스톤(엘리옷의 엄마역)과 드루 배리모어(엘리옷의 여동생역) 및 헨리 토마스(엘리옷역) 등 ‘E.T.’ 출연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보냈고 스타들은 손을 흔들어 답례하곤 했다. 이들 외에도 스티븐 스필버그와 각본가 멜리사 매티슨 그리고 로버트 맥노턴(엘리옷의 형역)과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 등 ‘E.T.’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모였다. 또 아놀드 슈와르제네거와 그의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 다코타 패닝, 헤일리 조얼 아스멘트 및 네브 캠벨 같은 배우들의 모습도 보였다.
극장에 입장하기 전 마치 공항에 들어가듯 철저한 몸수색을 거쳐야 했는데 극장 내외의 경비가 무척 삼엄했다. 영화 보러 온 건지 아니면 대통령 후보선출 전당대회에 온 건지 알쏭달쏭했다. 장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입장하는 스타들의 인터뷰 장면이 생중계됐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영화가 시작되는가 했더니 배우 피터 카이요티(‘E.T.’의 과학자역)의 소개로 1968년 특수올림픽을 조직한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가 나와 일장연설을 했다.
특수올림픽은 전세계 150개국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 100만명의 정신박약자들이 참가, 기량을 겨루는 경기로 ‘E.T.’와는 개봉되던 해 인연을 맺었다. 이날 시사회는 이 올림픽을 위한 후원행사였는데 슈라이버는 “‘E.T.’와 특수 올림픽은 서로 다른 것을 치하하는 데서 정신이 같다”고 역설했다.
마침내 스크린 뒤 무대에 ‘E.T.’의 음악으로 오스카상을 탄 존 윌리엄스와 10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은 아우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상영된 ‘E.T.’는 스필버그가 개봉 20주년을 맞아 새로 손질한 것이다(오늘 전국서 개봉된 ‘E.T.’도 이 수정판이다).
당초 없었던 장면이 추가됐고 또 컴퓨터로 화면을 보다 선명히 하고 사운드트랙도 디지털로 재취입했다. 특별했던 것은 윌리엄스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영화음악을 연주한 것. 무성영화 아닌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케스트라의 실제 연주와 함께 상영되기는 이것이 사상 최초다.
그런데 당초 스필버그가 만인의 고전이 된 ‘E.T.’에 수정을 가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스필버그는 이날 이에 대해 “순수파들이 많은 줄 안다. 나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가 귀에 익은 영화음악을 연주한 뒤 밤하늘에 뜬 별들을 카메라가 천천히 담아내면서 영화가 시작되자 조금 전까지 웅성대던 장내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3,600여명의 관객들은 E.T.가 술 취한 듯한 목소리로 “E.T. 폰 홈”이라고 말할 때나 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면이 나올 때면 박수를 치며 반가워했다.
‘E.T.’는 지구에 식물채취 하러 내린 외계 우주선에서 나왔다가 길을 잃은 E.T.와 소년 엘리옷간의 우정이 줄거리. 엘리옷이 E.T.를 잡으려는 정부관리와 과학자들을 피해 친구가 된 E.T.를 우주선에 태워 고향으로 돌려보낼 때 사람들은 그 이별이 아파서 눈물들을 흘렸다.
유니버설이 만든 ‘E.T.’는 영혼이 가득한 동화와 우화로 자기와 다른 것의 용납과 관용과 다양성을 말한 감동적인 영화다. 모두 9개 부문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 음악상 등 4개의 상을 탔다. 영화가 끝나자 20년 후에도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