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는 "똑똑한 사람들은 바보들만이 달려든다고 말하지만 나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요"라며 내 손뿐 아니라 내 인생 전부를 가져가라고 님에게 호소한 바 있다. 또 이혼을 다섯 번이나 한 왕년의 글래머 스타 리타 헤이우드는 "사랑할 때야말로 정말로 사는 것"이라고 자신의 애정편력의 이유를 밝혔었다.
사랑이 상품화하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또 왔다. 사람들이 1년에 가장 사랑하는 티를 많이 내는 날이 이 날이다. 14일이 그 날이니 오늘부터 꽃값이 폭등하겠지.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저렴하면서도 값지고 로맨틱한 선물을 독자들을 위해 마련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연애영화 ‘사랑에 빠져’(Falling in Love·1984·사진). 센티멘탈한 멜로물이어서 나는 때론 "아니 내가 어쩌다가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라며 자괴심에 빠지기도 하나 그래도 자꾸 마음이 가는 영화다.
프랭크 래프티스(로버트 드 니로)는 아내와 아이 둘이 있는 유복한 건축설계사. 남편은 있으나 아이가 없는 몰리 길모어(메릴 스트립)는 역시 별 부족함이 없는 그래픽 미술가. 둘 다 맨해턴 교외 웨스트체스터에 산다.
둘은 성탄절 전날 맨해턴의 리졸리 서점에서 각기 아내와 남편에게 선물할 책을 사들고 나오다 문 앞에서 부딪치며 서로 선물 꾸러미가 바뀌게 된다. 이 우연한 접촉은 숙명을 잉태하면서 결국 프랭크와 몰리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3개월 후 둘은 맨해턴행 통근열차에서 재회하는데 프랭크가 몰리에게 "맨해턴서 일 하시나요"라고 묻자 몰리는 안절부절하며 엉뚱하게 "저 결혼했어요"라고 대답한다. 몰리의 이 말은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한 유부녀의 3개월 전에 점화된 로맨스의 불꽃을 정열의 불길로까지 타들지 못하도록 막아보겠다는 무의식적 반응이어서 지극히 사실적이라고 하겠다.
둘은 그 뒤로 프랭크의 제의에 따라 늘 같은 열차를 타고 또 맨해턴서 데이트를 하면서 점점 사랑에 빠져든다. 다 큰 어른들이 서로에게 갖는 매력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 몰라하는 모습이 마치 사춘기 첫사랑의 그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기혼자가 연애를 하게 되면 티가 나게 되는 법. 아내의 추궁에 프랭크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그러나 나는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야(프랭크와 몰리는 그 때까지 섹스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자 아내는 "그게 더 나빠요"라며 분노한다.
이 영화는 역시 두 기혼남녀의 사랑을 그린 데이빗 린 감독의 영국 시적인 흑백 영국 영화 ‘짧은 만남’(Brief Encounter·1945)을 많이 닮았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로라와 알렉이 만나는 곳도 기차역이며 두 사람도 프랭크와 몰리처럼 서로에게 향하는 가슴을 말리려고 모진 애를 쓰나 결국 사랑에 빠지고야 만다.
그러나 두 영화는 서로 정반대로 끝난다. 영국 사람들인 로라와 알렉은 서로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할리웃 사람들인 프랭크와 몰리를 모두 태운 기차는 해피엔딩의 여운을 남기면서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과연 어느 것이 더 사실적인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지만 그것은 또 파괴적이요 분열시키는 작용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사랑에 빠져’는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남녀간의 사랑이란 유수와도 같은 것인 데다가 인간은 언제나 걷잡을 수 없는 정열과 가슴 아픔 그리고 다른 일이나 관심사엔 아랑곳 않는 감정의 강렬성 등으로 특색 지어지는 로맨틱한 사랑(심리학자 도로시 테노브)에 빠지고파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랭크와 몰리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까지 있는 것이 아닐까.
패라마운트사는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3편의 로맨스 영화의 DVD를 출반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애 영화에도 잘 어울리고 그와 메릴 스트립의 조화가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와 ‘사브리나’(Sabrina·1995)와 ‘사촌들’(Cousins·1989).
’사브리나’는 오드리 헵번과 험프리 보가트 및 윌리엄 홀든이 나온 1954년작 동명영화의 신판으로 해리슨 포드와 줄리아 오몬드가 나온다. ‘사촌들’은 1975년작 프랑스 영화 ‘남자사촌, 여자사촌’의 미국판. 이사벨라 로밀리나와 테드 댄슨 등이 나오는 부부 바꿔치기 얘기로 알록달록하니 로맨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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