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M이 다시 매물로 나왔다. LA타임스는 14일 MGM의 대주주인 커크 커코리안(84)이 MGM 매매를 투자전문회사 골드만 삭스에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내놓은 가격은 70억달러.
할리웃 황금기 ‘하늘에 뜬 별보다 더 많은 별들’이라며 뽐내던 MGM은 1969년 커코리안이 매입한 이래 주점 여인처럼 이리 팔리고 저리 팔리면서 지금까지 계속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라스베가스의 MGM 그랜드와 미라지 및 벨라지오(현재 히트중인 ‘오션의 11인’의 주인공들은 이 호텔 카지노 금고를 턴다) 호텔 주인인 커코리안은 이번으로 세번째 MGM을 매물로 내놓은 것.
영화사 회장이라기보다는 부동산 투기업자라고 해야 할 커코리안은 1986년 1차로 MGM을 테드 터너에게 팔았다가 곧 다시 매입했었다. 터너는 이때 MGM이 보유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오즈의 마법사’ 등 3,000여편의 영화는 안 팔았는데 터너 소유의 24시간 고전영화 방영 케이블 TV인 TCM은 이 라이브러리를 밑천으로 생긴 것이다.
커코리안은 이어 1990년 MGM을 2차로 이탈리안 사업가 지안칼로 파레티에게 팔았으나 파레티가 은행 빚을 못 갚자 채권은행인 프랑스의 크레디 리요네가 회사를 접수했다. 1996년 커코리안은 이 은행으로부터 다시 MGM을 사들였다.
커코리안은 그 뒤로 40억달러를 들어부으며 MGM을 부흥시키려 애썼지만 MGM은 신생 드림웍스를 빼고는 메이저 중 만년 꼴찌 신세를 못 면해왔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연예관계 방계회사가 없는 점. 워너 브라더스와 유니버설 및 패라마운트 그리고 폭스 등 다른 메이저들은 케이블 채널과 TV 네트웍 및 인터넷 등 다른 매체를 보유해 영화 한편을 여러 차례 돌려가며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MGM은 영화의 극장 흥행 하나에 회사 목숨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현 영화산업의 풍토에서 나 홀로 서기 스튜디오는 살아 남기가 힘든 실정.
MGM의 가장 큰 재산은 4,000여편에 이르는 필름 라이브러리. 007 시리즈와 핑크 팬서 시리즈 및 로키 시리즈 그리고 ‘졸업’과 ‘레인 맨’ 등을 포함한 이 라이브러리는 워너 브라더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DVD의 급격한 팽창과 케이블 채널 등의 확산으로 이들의 소프트웨어 구실을 할 영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MGM의 라이브러리는 다른 메이저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황금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MGM을 사겠다고 나선 원매자는 없는데 전문가들은 판매가가 너무 비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드라마의 뮤즈 가면 위에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굴레를 목에 감고 포효하는 사자 리오가 트레이드마크인 MGM은 1924년에 창립됐다. 30년대 초부터 40년대에 이르기까지 품위와 글래머를 뽐내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MGM은 이때만 해도 할리웃 최고의 스튜디오였다.
MGM의 자랑은 스타들. 그레타 가르보, 클라크 게이블, 진 할로, 조운 크로포드, 스펜서 트레이시, 로버트 테일러, 제임스 스튜어트, 머나 로이, 주디 갈랜드, 미키 루니,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어 가슨 및 윌리엄 파웰 등이 모두 MGM 전속배우들이었다. 현재 샌타모니카의 남의 건물(컬버시티의 창립 당시 건물은 소니에게 팔렸다)에 세 들어 있는 MGM 본부에는 흑백으로 공동 촬영한 이들 스타들의 기념사진이 걸려 있다.
가장 양질의 영화를 양산했던 때는 요절한 천재 제작자 어빙 탈버그가 제작을 총괄하던 1924년부터 36년까지. 무성영화 ‘탐욕’ ‘빅 퍼레이드’ ‘군중’과 ‘그랜드호텔’ ‘분노’ ‘8시의 만찬’ ‘바운티호의 반란’ 및 ‘춘희’와 ‘대지’ 등이 모두 이때 작품들.
MGM의 또 다른 특징은 40년 말부터 5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나온 화려한 뮤지컬들. 프레드 애스테어, 시드 챠리스, 진 켈리, 주디 갈랜드 및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배우들을 동원한 뮤지컬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었다. ‘이스터 퍼레이드’ ‘애니여 총을 잡아라’ ‘쇼 보트’ ‘파리의 미국인’ 및 ‘빗속에 노래하며’ 그리고 ‘7인의 신부’ 등이 모두 MGM 영화들이다.
히트작을 못 내고 고전하던 MGM은 지난해 ‘하니벌’과 ‘금발 법학도’가 히트, 기사회생하는 듯 했으나 역시 히트보다 흥행불발작이 더 많은 해였다. 작년 시장 점유율은 고작 5.5%.
MGM의 올해 개봉작은 두 전쟁영화 ‘윈드 토커즈’와 ‘하트의 전쟁’ 및 액션영화 ‘롤러 볼’ 등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별로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MGM의 상징인 사자 리오는 지금 고양이 리오가 돼 으르렁거리는 대신 야옹거리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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