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는 올해 최우수 영화로 외아들의 죽음에 고뇌하는 중년부부의 삶을 차분하고 가슴 아프게 그린 드라마 ‘침실에서’(In the Bedroom·사진)를 뽑았다. 차점은 우리 보다 앞서 ‘올해 베스트’를 발표한 뉴욕 영화비평가협회의 최우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였다.
우리 회원은 50명인데 이날 할리웃에 있는 마이클 렉트샤픈 부회장 집에서 정오부터 하오 5시까지 진행된 모임에는 35명이 참석했다(불참자중 10여명은 대리투표).
위원회는 매년 작품, 감독, 남·여 주연 등 모두 13개 부문에서 베스트를 뽑고 이밖에 생애업적상(’황야의 무법자’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과 신세대상(’헤드윅과 분노한 인치’ 감독 존 캐메론 미첼) 및 독립/실험상(’비버 3부작’) 수상자를 선정한다. 투표 방식은 각 회원이 자신이 선정한 각 부문 베스트 3을 3점과 2점과 1점 순으로 발표한 뒤 이를 총 집계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품과 인물들을 놓고 베스트를 뽑는다.
배우이기도 한 젊은 감독 타드 필드의 데뷔작인 ‘침실에서’는 최우수 작품 외에도 영화에서 아들의 피살에 분노하고 괴로워하는 어머니 역을 맡은 시시 스페이섹이 최우수 여우로 뽑혔다. 차점은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네이오미 와츠. 스페이섹은 뉴욕 비평가서클에 의해서도 최우수 여우로 뽑혀 2001년도 오스카상 수상자 후보에 오를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LAFCA는 1980년 ‘광부의 딸’로 스페이섹을 최우수 여배우로 뽑은 바 있다.
최우수 남우로는 스릴러 ‘훈련의 날’(Training Day)에서 부패한 LA 형사로 나와 매서운 연기를 한 덴젤 워싱턴이 선정됐다. 그는 LAFCA 사상 최초의 최우수 흑인 주연배우다. 차점은 ‘침실에서’의 탐 윌킨슨.
최우수 감독의 영광은 난해하면서도 괴이하게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환상적인 다크 코미디이자 스릴러인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nad Drive)를 만든 데이빗 린치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린치는 1986년 ‘푸른 벨벳’으로 LAFCA에 의해 최우수 감독으로 뽑혔었다. 차점은 뉴욕 비평가서클이 최우수 감독으로 뽑은 ‘고스포드 파크’를 만든 노장 로버트 알트만.
올해는 LAFCA나 뉴욕 비평가서클이나 모두 메이저의 영화를 무시하고 독립영화에 상을 준 것이 공통점. 연말에 오스카를 노리고 나온 메이저의 작품들인 ‘알리’와 ‘아름다운 마음’ 및 ‘블랙 호크 추락하다’ 등은 완전히 무시됐다.
최우수 조연여우는 영국 여류작가 아이리스 머독의 생애를 그린 ‘아이리스’(Iris)에서 아이리스의 젊은 시절 역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이 선정됐다. 차점은 ‘마지막 주문’과 ‘고스포드 파크’의 헬렌 미렌.
최우수 조연남우는 ‘아이리스’에서 아이리스의 남편 역을, 그리고 ‘물랑 루지’에서 클럽 주인으로 나온 영국 배우 짐 브로드벤트. 차점은 ‘섹시 비스트’의 벤 킹슬리였다.
최우수 각본상은 이야기를 거꾸로 진행한 독특한 스릴러 ‘메멘토’(Memento)를 쓴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은 전쟁의 희극성을 조롱한 보스니아 영화 ‘임자 없는 땅’(No Man’s Land)이 받았다. 차점은 왕 카-와이의 로맨틱한 ‘사랑하고픈 기분이지요’.
촬영상은 ‘거기에 없었던 남자’(The Man Who Wasn’t There)를 흑백으로 찍은 베테런 로저 디킨스에게 돌아갔다. 차점은 ‘사랑하고픈-’의 크리스토퍼 도일과 리 핀빙. 음악상은 환상 액션모험 스펙터클 ‘반지의 제왕’의 하워드 쇼어에게 돌아갔는데 이 음악은 ‘타이태닉’의 음악을 연상케 한다. 차점은 ‘헤드윅과 분노한 인치’의 스티븐 트래스크.
포로덕션 디자인 부문에는 ‘물랑 루지’의 현란한 세트를 디자인한 캐서린 마틴이 뽑혔다. 차점은 ‘반지의 제왕’. 최고의 만화영화로는 올해 빅 히트작 ‘슈렉’이 뽑혔다. 차점은 ‘괴물주식회사’.
최우수 기록영화로는 추수 후 곡식이나 과일을 주워 먹고 사는 사람들과 폐품 수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 프랑스의 여류 감독 아네스 바르다의 ‘줍는 사람들과 나’(The Cleaners and I)가 선정됐다. 차점은 ‘스타텁 캄’.
우리 위원회와 뉴욕 비평가서클 그리고 전미 리뷰위원회가 각기 ‘침실에서’와 ‘멀홀랜드 드라이브’ 그리고 ‘물랑 루지’를 최우수 작품으로 뽑음으로써 올해 오스카 작품상 경쟁에서는 예년과 달리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LAFCA의 베스트 시상식은 내년 1월22일 샌타모니카에 있는 카사 델마 호텔서 열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