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 위에 밤들은 구워지고 동장군은 너의 코를 깨무네/ 합창단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사람들은 에스키모처럼 차려 입었네/ 모두들 터키 한 마리와 겨우살이 몇 개만 있으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빛나리라는 것을 알지요/ 작은 꼬마들은 눈을 온통 반짝이면서 오늘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테지요/ 꼬마들은 산타가 길 떠난 것을 알지요 산타가 썰매에 많은 장난감과 선물을 싣고 온다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모든 어머니의 아이들은 순록이 정말 날 수 있는지 보려고 숨어 엿볼 것이 랍니다/ 그래서 나는 한 살부터 아흔 두살 난 아이들에게 이 간단한 소망을 드리렵니다/ 비록 그것은 여러 번 여러 방식으로 말해졌지만서도요/ 여러분들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송’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제목을 가진 이 캐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롤이다. 토니 베넷을 비롯해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크리스마스 송’은 군밤 맛 나는 벨벳 감촉의 음성을 지닌 냇 킹 코울이 불러야 제 맛이 난다. 그가 따뜻한 음성으로 "체스넛 로우스팅 온 언 오픈 파이어"하고 노래를 부르면 나는 항상 털스웨터를 입고 장작불이 타는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 되곤 한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늘 지나간 추억과 함께 따스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줘 듣는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준다. 설사 그 추억이 슬픈 것일지라도 가까이 둔 채 아끼고 싶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닌 게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할러데이 시즌은 추워야 제격. 춥고 차가운 것은 쓸쓸한고 버림받는 심정을 갖게 하는데 포근한 크리스마스 캐롤은 이런 심정을 녹여주고 위로해 주는 신통력을 지녔다.
크리스마스 시즌 성가와 캐롤은 100여곡이 넘게 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에서부터 ‘블루 크리스마스’와 ‘징글 벨 록’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곡조와 장르가 다 있다. 캐롤 중 가장 유명하고 애창되는 것은 빙 크로스비가 솜사탕 같은 목소리로 부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어빙 벌린이 작곡한 이 노래는 크로스비가 주연한 할러데이 시즌 영화 ‘할러데이 인’(1942)의 주제가로 오스카상을 받았다.
크로스비 못지 않게 캐롤 부르는데 알맞는 음성의 가수가 페리코모. 둘의 목소리는 매우 비슷해 때론 혼동할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자니 마티스와 팻 분도 시즌 노래를 부르기에 좋은 음성을 한 가수들로 마티스가 부르는 ‘아베마리아’가 경건하고 분의 ‘퍼스트 노엘’은 밝고 아름답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아일 비 홈 포어 크리스마스’를 잘 불렀고 주디 갈랜드가 주연한 영화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1944)에서 갈랜드가 부른 ‘해브 유어 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도 시즌 송 18번이 되다시피 했다. 또 합창으로 부르는 ‘리틀 드러머 보이’는 공연히 슬프고 묘사음악을 많이 지은 르로이 앤더슨의 ‘슬레이 라이드’는 관현악 연주로 들으면 신난다. 게이트 스미스가 부르는 ‘실버 벨즈’와 호세 펠리시아노가 열창하는 ‘펠리스 나비다드’도 애창되는 캐롤들.
요즘 어른들을 위한 소프트록 방송인 KOST-FM(103.5)을 틀면 24시간 내내 시즌 송들만 나온다. KOST는 지난 20일 정오부터 시작한 1개월간 마라톤 캐롤 방송을 12월25일 자정에 끝낸다. 나는 요즘 차를 탈 때면 이 방송을 듣는데 며칠 전 라디오를 켜니 ‘리틀 드러머 보이’ ‘윈터 원더랜드’ ‘마이 페이버릿 싱즈’ ‘덱 더 홀’ ‘크리스마스 인 러브’ ‘슬레이 라이드’ ‘그린 슬리브스’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 그리고 ‘올드 랭 사인’ 등이 줄줄이 흘러 나왔다.
푸짐한 캐롤 선물을 제공하는 KOST의 매니저 자니 케이는 "할러데이가 가까워 오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보다 더 친절해진다"면서 "좋은 노래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즌에 소니 클래시칼이 성가와 캐롤 모음집인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Our Favorite Things·사진)을 출반했다. 토니 베넷과 샬롯 처치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와 바네사 윌리엄스가 지난해 12월21일 비엔나의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노래 부른 것을 생으로 취입한 CD다.
처치와 도밍고가 2중창하는 ‘오 홀리 나이트’와 베넷과 윌리엄스가 함께 노래한 ‘윈터 원더랜드’ 그리고 베넷의 독창 ‘크리스마스 송’을 비롯해 4명이 합창한 ‘사일런트 나잇’ 등 모두 20곡이 담겨 있다.
해피 할러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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