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투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한국의 인기 TV 탤런트 황수정(31·사진)이 자신은 히로뽕이 아니라 최음제로 알고 사용했다고 주장한 최음제는 일종의 사랑의 묘약이다. 최음제는 성적 흥분제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 때에도 다양한 형태의 자극제로 사용됐었다.
이 성적 흥분제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부파 ‘사랑의 묘약’에서 주인공 네모리노와 아디나를 맺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돌뱅이 약장수 둘카마라가 파는 사랑의 묘약은 사실은 싸구려 포도주인데 어쨌든 이것이 신통력을 발휘, 헤어질 위기에 처했던 두 여인을 결합시켜 준다. 결국 사랑의 묘약이란 환상적 최음제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랑의 묘약은 또 바그너의 비극적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는 맺어져서는 안 될 두 사람을 사랑케 해 두 연인을 모두 죽음으로 안내하고 있다. 트리스탄과 그의 삼촌인 마르케왕의 신부 이졸데는 이졸데의 시녀가 몰래 타 준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격정에 휩싸이나 마침내 이 사랑의 묘약의 효력 때문에 통절한 비극의 제물이 되고 만다.
황수정의 마약복용을 놓고 팬들이 대노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팬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어긋난 행동을 해 할리웃에서 추방됐던 잉그릿 버그만이 생각났다. 스웨덴서 할리웃으로 건너온 버그만은 ‘카사블랑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개스등’ ‘오명’ 및 ‘잔다크’ 같은 영화에 나오면서 건전하고 거의 성녀 같은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런데 1949년 남편과 딸까지 있는 버그만이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스트롬볼리’에 주연하던 중 무슨 사랑의 묘약을 마셨는지 유부남인 로셀리니와 눈이 맞아 임신을 하면서 온 미국이 버그만에게 배신당했다고 법석을 떨어댔었다. 종교단체와 여성 팬클럽 심지어 연방사원까지 나서서 버그만을 ‘할리웃의 타락한 사도’라고 공격했었다.
이 때문에 버그만은 7년간 할리웃에서 추방됐다가 1956년 영화 ‘추상’ (Anastasia)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음으로써 할리웃의 용서를 받았다.
그런데 과연 히로뽕이라는 사랑의 묘약을 투여한 황수정도 버그만처럼 컴백할 수 있을 것인가. 서울서 나오는 연예지들에 따르면 컴백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아니 아예 이들 신문 보도의 성향을 보면 황수정은 연예계에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나는 이번 황수정 사건을 둘러싼 연예지들의 보도와 가십꾼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인간 심성의 고약함을 확인하면서 매우 씁쓸한 심정을 느꼈다. TV 드라마 ‘허준’에서 예진 아씨로 나온 황수정을 나도 아내의 등 너머로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단아하고 깨끗한 한국적 여인상을 상징할 만한 모습이었다.
연예지들과 팬들이 황수정이 이 같은 청아한 이미지를 배신한데 대해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연예지 보도와 가십꾼들의 얘기가 황수정의 잘못을 나무라는 정도를 너머 사악할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단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크다는 상식적 이치의 소산인가. 연예지에 ‘왕내숭’이라고 대문짝만한 글씨로 제목을 달고 기자들이 방담을 통해 황수정의 개인적 성생활까지 들춰가면서 그녀를 공격하는 것을 보니 사체를 뜯어먹는 하이에나들이 연상된다. 마치 "너 스타라고 재더니 정말 고소하게 잘됐다"는 식이라고 느끼는 것은 내가 과민해서 일까.
철없는 틴에이저들은 차치하고라도 어른들이 스타가 화면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를 그렇게 신봉한다는 자체도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가 보는 스타의 이미지란 인식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정의를 알고 있다면 황수정이 마약을 투여한 사건을 놓고 마치 무슨 대역죄라도 저지른 듯이 온 나라가 북새질을 해댈 까닭도 없는 것이다.
도대체 한국은 땅덩어리가 작아서 그런지 무슨 일이 하나 터지면 한국이 지각변동이라도 일으키듯이 들썩거린다. 황수정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또 무슨 다른 사건이 터지면 다시 대한민국 전체는 그 얘기하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경박함이 참으로 나를 슬프게 한다.
황수정을 놓고 열을 내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황수정이를 당신의 마도나라도 되는 줄 알았었는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