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위장에 벨트처럼 두르는 체중감량 장치가 그 효과에 대한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마치 비만 수술법의 주요한 진전인 것처럼 과대 선전되고 있다.

’랩밴드’(Lap-Band)라는 이름의 이 위장용 벨트는 샌타바바라에 있는 이너메드사 제품이다. 최근 유방삽입용품과 기타 성형수술용 제품의 수익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는 이너메드측은 랩밴드의 수요 증대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경쟁사가 하나밖에 없는 유럽에서의 판매량이 1994년 출시이래 계속 증가해 왔고 미국에서는 비슷한 상품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FDA의 승인으로 이 회사는 100파운드 이상의 과체중으로 인해 심각한 비만으로 분류되는 1,100만명의 미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10억달러 규모의 체중감량 수술 시장에 진출하게 됐는데 LA에 소재한 ‘CIBC 월드 마케츠’의 산업 분석가 존 캘카니니는 위장 스테이플링이나 위장 바이패스에 비해 간편한 랩밴드가 2003년에는 이 회사에 1억달러의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거야말로 우리가 기다리던 발전이죠."

가슴앓이나 구토, 밴드가 미끄러지는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벌써 이 밴드를 찾고 있다. 이 밴드의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의 내과의사 브라이언 퀘버먼은 문의전화를 하루에 열통씩 받는다고 밝혔다. 뉴포트비치와 어바인에서 체중감량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연말까지 100건의 수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사람들은 내장을 들쑤셔놓지 않고도 체중감량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데 흥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랩밴드는 의료기구 회사들의 주가가 거의 10%나 하락한 가운데 이너메드사의 주가만 25%나 뛴 이유 중 일부일 뿐이다. 이 회사는 미국 내 유방삽입물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으며, 주름살 제거용 콜라겐은 9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랩밴드는 이너메드가 3년 전에 빠진 수렁으로부터 벗어나 제 궤도에 오르는 것을 지켜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너메드는 유방삽입물과 관련 고가의 소송에 휘말렸고, 수익을 과장했다는 이유로 나스닥에서 퇴출당하는 위기를 겪었다.

비만이 건강문제로 여겨지고 언론매체나 일상 대화에서 유행하는 다이어트 약과 방법이 끊임없이 다뤄지는 미국 사회에서 심각할 정도로 비만인 환자들에게 지방을 제거하기는 복잡한 수술과정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많다. 위 스테이플링도 아직 사용되고 있지만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위장 바이패스의 경우, 위의 많은 부분을 봉합해 버려서 제 구실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작용은 탈모증에서 영양실조까지 다양하고, 드물긴 하지만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랩밴드를 포함한 모든 수술법의 요점은 요컨대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랩밴드는 위의 윗부분에 둘러서 골프공 만한 주머니를 만드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환자는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밴드 내부의 튜브는 환자의 몸무게가 줄어들면 소금물을 집어넣어 팽창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른 수술법들이 2~5일간의 입원을 필요로 하는데 비해, 랩밴드는 시술 후 하루나 이틀이면 집에 갈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비용은 1만4,000~2만4,000달러다.

그러나 랩밴드라고 전혀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상실험에서 거의 90%에 가까운 미국 환자들이 약간의 부작용을 호소했고, 그 4분의1은 결국 장치를 제거했다.

당연히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크기와 무게에 의한 차별에 관한 협의회’의 회장인 미리엄 버그는 비만증인 사람들은 칼날 아래에 몸을 맡기는 것보다 잘 먹고 운동해서 살을 빼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임상실험을 감독한 하비 슈거맨 박사(버지니아 커먼웰스대 교수)는 바이패스가 체중을 더 많이 줄여준다고 평가한다. 미국내 한 연구결과는 바이패스 수술을 받은 사람의 체중 감소량이 랩밴드 사용자의 거의 두배에 이른다고 결론지었다.

랩밴드로 7주간 20파운드를 감량한 캘리포니아주 모레노밸리 거주 켈리 랜더로스(27)는 "예전의 나를 되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카거 5피트10인치의 가정주부인 켈리는 세 아이를 낳은 뒤 300파운드 이상으로 몸이 불었었다. 그녀는 이제 사이즈 26에서 12로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