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졌던 홍콩영화계가 재기의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다. 홍콩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해 평균 200여편의 영화를 제작, 세계 제3위의 영화산업국이라 뽐냈었다. 그러나 5년전부터 홍콩의 본토반납을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로 존 우와 링고 람 등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미국 등지로 빠져나가고 이어 1997년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재정위기 그리고 비디오 해적판의 창궐 등으로 홍콩영화계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었다. 1998년 한해 제작된 영화가 달랑 92편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재정위기가 해결돼 투자자들이 다시 몰려들고 또 정부당국의 해적판에 대한 보다 철저한 단속 및 즉흥적이고 자기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풍토가 그리워 링고 람과 피터 챈 감독 등 해외로 빠져나갔던 영화인들이 귀국하면서 홍콩영화계는 지금 눈부신 재기를 하고 있다.
홍콩영화계의 재생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또다른 것은 ‘와호장룡’의 빅히트. 이 영화의 성공 때문에 미국 등 해외시장의 홍콩영화(’와호장룡’은 대만영화지만 사실 대만, 홍콩, 중국 및 미국 합작영화다)에 대한 입맛이 부쩍 높아졌다. 해외 배급사들의 홍콩영화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액션과 쿵푸 영화의 범주를 너머 저예산 독립영화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경향은 홍콩 및 중국 영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재능 있는 영화인들로 하여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토록 자극하고 있다.
홍콩영화계의 재기에는 세대교체로 등장한 신세대 감독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스타일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베니 챈, 오브리 램, 윌슨 입 등이 그 대표적 감독들이다. 여기에 홍콩 인디영화의 기수 프루트 챈을 비롯 개인적 스타일에 집착하는 스탠리 콴 등의 지조도 홍콩영화의 다변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
재기하는 홍콩영화계의 최근작들로 구성된 시리즈 ‘홍콩네온’이 UCLA 필름 & TV 아카이브 마련으로 7일까지 대학 내 제임스 브리지스 극장에서 계속된다(310-206-3456, 입장료 7달러). 유혈 폭력이 난무하는 액션영화에서부터 멜로 드라마와 러브스토리 및 로드 무비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들로 짜여졌다. 홍콩영화가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음을 알 수 있다.
5일(밤 7시30분)
▲’무인가사’(Spacked Out·20)-홍콩의 변두리 빈민가에 사는 4명의 10대 초반 소녀들의 불량기 짙은 나날을 다큐드라마 식으로 그렸다. 후진 가라오케 바와 샤핑몰 등지를 배회하면서 마약과 섹스와 낙태수술 그리고 파괴로 암울한 주위환경에 반항하는 소녀들의 우정과 삶을 신인배우들이 생생하게 연기한다. 로렌스 아몬 감독.
▲’12야’ (Twelve Nights·2000)-서로 사랑하면서도 심리적으로 가는 길은 각기 다른 남녀의 사랑을 12장으로 구분해 그린 아름답고 로맨틱한 러브스토리. 대한항공 여직원(장만옥)과 유학파 청년 회사원간의 굴곡 심한 애정관계를 삐딱한 유머와 연민을 가미해 조명하고 있다. 시각미가 빼어난 달콤 쌉싸름한 현대인의 러브스토리. 오브리 램 감독.
6일(하오 7시30분)
▲’희생자’(Victim·1999)-’샤이닝’과 ‘세븐’을 연상시키는 공포 액션 스릴러. 주식투자로 크게 손해를 본 컴퓨터 엔지니어가 행방불명되면서 형사(토니 륭)가 귀신 들렸다는 소문이 난 폐기된 호텔로 엔지니어를 찾아 나서면서 두 사람간에 서스펜스 가득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링고 람 감독.
▲’사랑에 빠진 줄리엣’(Juliet in Love·2000)-유방암으로 한쪽 유방을 제거한 식당 리셉셔니스트와 서푼짜리 건달간의 맺지 못할 사랑을 우습고도 감상적으로 그린 멜로드라마. 눈물 없이는 못 볼 영화로 종결부가 초현실적이다. 윌슨 입 감독.
7일(하오 2시)
▲’비상 돌연’(Expect the Unexpected·1998)-보석강도단과 대결하는 두 형사의 액션이 작렬하는 범죄영화. 액션에 삼각관계를 유머 있게 삽입했다. 피가 튀는 액션이 가득한 운명적 분위기의 영화로 재미 만점. 패트릭 야유감독. 이어 ‘무인가사’ 재상영.
7일(하오 7시)
▲’가가’(GeGe·2001)-어릴 때 헤어진 형을 찾아 홍콩의 중국 북부 오지를 찾아온 젊은이의 이야기. 이어 ‘희생자’ 재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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