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비평가들로부터 일제히 악평을 받고 흥행도 기대치만 못한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의 일본 상륙을 앞두고 제작사인 디즈니는 미국판의 일부 장면과 대사를 수정한 일본판을 내놓았다.
또 영화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나오는 주인공 벤 애플렉에 대한 일본 틴에이저 소녀들간의 뜨거운 인기에 착안, 일본판 포스터(사진)는 애플렉과 간호장교인 케이트 베킨세일의 포옹장면을 크게 부각시키고 일본기의 기습으로 화염에 싸인 미전함의 모습은 그 아래 작게 그려 넣었다.
’진주만’의 일본 첫 시사회는 지난달 28일 도쿄돔에서 3만명의 관객과 미국서 공수해온 애플렉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에 힘을 얻은 디즈니는 예상을 훨씬 밑도는 미국내 달러 수입의 일부를 일본서 보충하기 위해 지금 대대적으로 이 영화를 선전하고 있다고 최근 외신들은 전했다.
일본은 세계서 두번째로 큰 할리웃 영화 시장으로 디즈니는 1,000만달러의 광고비를 쏟아가며 ‘진주만’을 선전하고 있는데 디즈니가 일본서 기대하는 수입은 1억달러. 그런데 문제는 일본기의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한 미태평양 함대에 대한 기습공격을 그린 영화의 내용. 그래서 디즈니는 지금 ‘진주만’이 오는 14일 전일본서 개봉될 때 적으로 묘사된 일본 관객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받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서 디즈니의 마케팅부는 예고편과 광고를 통해 ‘진주만’이 전쟁 액션영화라기보다 로맨스 영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디즈니는 이밖에도 소위 문화적 감수성을 감안해 일본인들의 비위를 거슬릴 가능성이 있는 일부 장면은 재촬영 재편집하고 대사도 수정했다.
또 어떤 장면은 사실성 때문에 재촬영한 것도 있다. 미국판에서는 진주만 기습을 지휘한 일본 제독 이소로쿠 야마모토(마코 분)가 달력의 장을 뜯어내자 12월7일이라는 날짜가 나오나 일본판에서는 도쿄시간에 맞춰 12월8일로 나온다.
그러나 이 밖의 다른 수정은 소위 일본인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미국판에서 진주만 기습에 대한 보복으로 도쿄를 공습한 제임스 두리틀 중령(알렉 볼드윈 분)은 자기 비행기가 격추될 경우 "저 개새끼들을 가능한 한 많이 죽일 자리를 찾아 떨어지겠다"고 말한다. 이 대사는 일본어 자막에서는 "근사한 표적을 찾아 거기에 추락하겠다"로 바뀌었다.
또 간호장교 베킨세일이 영화 마지막에"두리틀의 공습 이전에는 미국인들은 패배밖에 몰랐지만 그 이후로는 오직 승리뿐이었다"고 설명하는 부분은 "그 이후로는 승리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로 변경됐다. 패전국 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조치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미군들의 "쪽발이 등신새끼들"이나 "더러운 쪽발이 새끼들" 같은 말은 모두 "쪽발이들’(Japs)로 통일했다. 당시 미군들은 모두 일본사람들을 "쪽발이 새끼들"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것마저 고칠 수는 없었다고 디즈니 관계자는 설명했다.
디즈니가 ‘진주만’의 일본 상영과 관련해 걱정하고 있는 또 다른 상황은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진주만 하면 몇 달 전에 일어난 미 잠수함의 일본 어서 에히메 마루호 침몰 장소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 TV들은 지난 5월초 이 영화의 미개봉에 앞서 있은 진주만 해역의 초호화판 시사회 때 영화내용 보다 시사회장인 미 항공모함 스테니스호의 정박장소가 에히메 마루호의 침몰 장소와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크게 보도했었다.
또 극우파 성향의 코이즈미 주니치로가 새 수상이 되면서 일본의 실추된 국위를 회복시키겠다고 큰 소리를 쳐대는 것도 디즈니로서는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일본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의 한때 자신의 식민지들에게 해방국이요 시혜국이라고 생각하는 극우분위기 속에 일본을 나쁘게 그린 영화를 상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만’을 본 코시카와 카즈히코 수상 대변인은 "이 영화는 매우 허구적이요 일방적이다. 일본은 적이요 그른 나라이고 미국은 옳은 나라로 묘사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여튼 디즈니는 지금 사랑과 액션과 모험이 뒤섞인 영화를 좋아하는 일본관객들이 ‘타이태닉’ 관람에 2억달러(전세계 흥행 총수입 18억달러)를 쓴 것처럼 같은 성질의 영화 ‘진주만’에도 크게 호응해 주기를 손 모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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