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을 막 졸업하자마자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었다. 이미자가 노래한 총각선생님이었던 나는 교직의 귀중한 임무를 가슴에 안고 열과 성을 다해 수업에 임했었다.
문법과 해석이 전부였던 영어시간을 좀 더 흥미 있게 만들기 위해 문학과 음악과 영화얘기에다 내 짧은 인생경험까지 들려주며 지도했었다.
그 중에서 지금도 가끔 추억되는 것은 제자들에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 나오는 노래 ‘에델바이스’를 가르친 일이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에브리 모닝 유 그리트 미/스몰 앤 와이트 클린 앤 브라이트/유 루크 해피 투 미트 미/블라섬 오브 스노우 메이 유 블룸 앤 그로우/블룸 앤 그로우 포레버/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블레스 마이 홈랜드 포레버”
영화에서 마리아와 폰 트랍 그리고 폰 트랍의 7남매가 합창하는 이 노래는 가사와 곡조가 아름답고 외우기도 쉬워 그때 나의 애창곡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영어와 노래와 영화를 한꺼번에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나의 선창을 아이들이 따라 부르도록 하면서 교실이 떠나가라 꼬마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었다. 그런데 아뿔싸 수업시간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면서 옆 교실에서 진짜 음악선생님이 나와 복도를 걸어가며 내 교실을 힐끔 쳐다보는 게 아닌가.
20세기 폭스가 1965년에 만든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클라호마!’ ‘회전목마’ ‘왕과 나’ 및 ‘남태평양’ 같은 걸작 뮤지컬을 만든 콤비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1959년 브로드웨이 작품이 원전. 이것을 명장 로버트 와이즈(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대형 화면에 옮겨 빅히트를 했다.
이 영화는 전세계 모든 인류가 봤다고 해도 좋을 인기 뮤지컬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스크린으로 본 것을 손자 손녀가 비디오로 보면서 대를 이어 사랑을 받고 있다.
다소 지나치게 달짝지근하고 귀여운 이 영화의 시간을 초월한 인기는 곱고 감미로운 음악과 눈이 삼림욕을 한 듯 시원해지는 알프스 풍경 그리고 윤기 나는 고전 색채를 띤 분위기와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마리아 역의 줄리 앤드루스가 언덕 위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몸을 한바퀴 휙 돌리면서 “더 힐 이즈 얼라이브 위드 더 사운드 오브 뮤직/위드 어 송 데이브 성어 다운전드 타임”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공중 높이서 내려찍은 첫 장면부터 대뜸 푸르고 싱그러운 음악과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했었다.
영화 내용은 1930년대 말 나치를 피해 국외로 도주한 오스트리아의 귀족홀아비 폰 트랍과 그의 일가의 자전적 이야기다(노래하는 가족이었던 폰 트랍 가족의 이야기는 독일영화 ‘보리수’로도 만들어졌다). 이야기의 무대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인생을 즐겁게 사는 예비 수녀 마리아가 16세난 맏딸 리슬에서부터 꼬마 막내에 이르기까지 7남매를 혼자 키우는 차갑고 독재적인 폰 트랍(클리스토퍼 플러머)가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마리아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주눅이 든 아이들에게 생기 있는 삶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 얼음같이 냉정한 폰 트랍의 가슴을 녹여 서로 사랑해 결혼한 뒤 아이들과 함께 내내 행복하게 살았노라는 얘기다. 클라이맥스는 아이들이 잘츠부르크 음악제 참석, 나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노래 ‘소롱, 페어웰’을 부르며 하나씩 하나씩 무대서 퇴장한 뒤 새 엄마와 아빠와 함께 스위스로 달아나는 장면.
’사운드 오브 뮤직’ ‘모닝 힘’ ‘할렐루야’ ‘마리아’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 ‘마이 페이보리트 싱즈’ ‘도레미’ ‘클라임 에브리 마운튼’ 등 주옥같은 노래들과 잘츠부르크와 알프스에서 찍은 아름다운 촬영 때문에 눈과 귀가 즐겁기 짝이 없는 영화다.
할리웃 보울은 30일 ‘싱-얼-롱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밤을 연다. 대형 화면으로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르는데(영어 자막이 있다) 보울측은 관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극중 인물의 옷을 입고 와주기를 권하고 있다.
하오 7시부터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캐시 나지미가 호스트로 관객들에게 노래연습을 시키고 의상 콘테스트도 연다(상품은 영화의 VHS와 DVD판.) 영화는 하오 8시부터 시작. 온 가족이 보울을 찾아가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즐거운 한 여름밤을 갖기를 바란다. (323)85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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