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화랑나들이
▶ 3인의 화가 LA인근 전시회 탐방
봄 색깔이 진해졌다. 야외나들이가 시작되는 4월. LA인근 갤러리 탐방에 나선 한인여류화가들 오지영, 헬레나 민, 데비 한씨를 따라 나섰다. 예술작품과 함께 하는 봄나들이라는 기대감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으나 곳곳에 산재한 화랑가를 다 돌기에는 하루종일도 빡빡했다. 입장료 없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이번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갤러리 타운을 돌며 눈 좀 높여보자.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태도로 현대미술을 감상해야한다"
"갤러리에 전시돼있다고 모두 좋은 작품은 아니다"
"보기에 예쁜 그림에만 집착하지 말고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
작가들의 조언을 귀에 담으며 향한 첫 번째 행선지는 한인타운에 근접한 윌셔가. LA카운티박물관(LACMA)와 한국문화원 길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어 소위 ‘아트 빌리지’로 불리는 ACME와 마크 폭스(Marc Foxx), 와인버그(Weinberg) 그리고 에이스(Ace) 갤러리는 일반인들이 찾기 힘들게 꼭꼭 숨어있었다.
건물 뒤의 허름한 입구로 들어가자 마치 천국의 문을 연상케 하는 프랑스 양식의 엘리베이터가 2층으로 안내했다. 역사적 명소로도 알려져 있지만 LA에서 천장이 가장 높은 갤러리로 유명하다는 ‘에이스’. 갤러리를 들어서자 보디페인팅과 초상화가 비디오와 페인팅, 사진 등 온갖 미디어를 총출동해 전시돼있어 첫 인상부터가 강렬하게 전해져온다.
"현대미술은 갤러리 주인에게 전시작품 설명을 부탁하는 게 바람직하죠. 작품이 난해하다고 현대 미술을 멀리하면 급변하는 사회의 산물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끊임없이 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죠."라는 작가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전시실에 들어가니 한가운데 나무로 된 대형 침대 같은 것이 보였다. 헬레나 민씨가 손짓을 하길래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이쑤시개로 만든 초대형 작품. 작품명은 ‘투스픽스 2000’(Toothpicks 2000)이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수십 개의 갤러리가 모여있는 샌타모니카의 버가못 스테이션 아트센터. 프리웨이 10번을 타고 달리다가 클로버필드로 내려 미시간 애비뉴에서 우회전을 하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기대감도 잠시, 다 쓰러져가는 커다란 창고 건물과 대형 주차장을 보니 과연 여기가 예술공간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는 수십 개의 갤러리에서 설치, 페인팅, 조각, 장식미술,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버가못은 미술감상 초보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데비 한씨의 설명을 들으며 ‘샌타모니카 뮤지엄’에 들어가니 입이 딱 벌어진다.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출신 작가의 ‘밸리 엑스포트’(Valie Export)전에는 20대의 모니터를 통해 재봉틀을 찍은 비디오와 자신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가 수십장 전시돼있다. 재봉틀 바늘의 반복적인 수직운동을 남녀관계와 빗대어 설명한 한씨는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작품들이 전시되는 경우도 있고 정치적, 인종적 이슈가 담긴 작품들도 많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갤러리를 찾을 경우 부모들이 먼저 전시내용을 둘러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플럼킨 듀발 갤러리의 전시회 ‘모조품’(Counterfeit). 전시회 제목만 보고 위조지폐려니 짐작했는데 진짜 돈이었다. 1달러 짜리 지폐를 이용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패러디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로즈먼드 펠슨, 플라워즈 웨스트, 프랭크 로이드 등 갤러리마다 각기 전속작가들에 의해 짧게는 2주, 길게는 2개월마다 전시내용이 바뀌는 버가못 스테이션 아트센터는 1875년 세워진 LA와 샌타모니카 부두를 오가는 레드라인 전차역이 53년 전차운행이 중단되면서 창고, 공장 등으로 사용되다가 샌타모니카 시정부가 부지를 매립해 갤러리 콤플렉스로 거듭 태어났다고 한다.
미술작품 감상도 좋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5-7달러면 점심 한끼를 해결한다는 갤러리 카페로 향했다. 스낵과 음료가 판매되고 있는 갤러리 카페는 패티오가 있어서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는데 안성마춤인 휴식공간이었다.
웨스트LA는 고전적인 작품이 많이 전시되는 곳. 멜로즈 애비뉴와 로벗슨 블러버드에 즐비해있는 세련된 외관의 현대식 갤러리들을 접하니 괜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된다. ‘마고 레빈 갤러리’와 ‘매니 실버맨’ ‘조지 스턴’ 등 웨스트 할리웃 갤러리에는 현란한 색채로 광고디자인을 보는 듯한 작품, 거실에 걸어두면 좋을 것 같은 장식화 등이 주를 이루고 고흐, 마네의 작품을 모사한 그림, 유명작가의 습작 등을 판매하는 갤러리들도 있다.
갤러리는 보통 오후 5시를 전후에 문을 닫는 관계로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부랴부랴 마지막 행선지인 다운타운을 향했다. 현대미술관(MOCA)을 선두로 ‘LA 아트코어’와 ‘사이드 스트릿’ 등을 지나 차이나타운에 도착했다. 1-2년새 이곳에서 형성되고 있는 신흥 갤러리들은 붉은 벽돌로 지은 낡은 중국식 건물과 현대미술작품이 공존하는 곳이다. 싼 값으로 즐기는 쇼핑과 딤섬을 맛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차이나타운에는 ‘인모’ ‘블랙 드레곤’ ‘다이안프뤼스’ 등의 갤러리가 있다.
한인 경영의 인모갤러리에서 전시중인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수상한 미국건축가 그렉 린의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갤러리 탐방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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