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을 언제부터로 보아야 할까. 러시아의 돈바스 침공, 크림반도 합병이 이루러진 해가 2014년이었으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년은 그 때로 보아도 될 것 같다.
이 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서 자신을 얻었는지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단행했다. 2022년 2월 24일 ‘특수군사작전’선포와 함께 러시아군은 벨라루스-돈바스-크림반도 세 방향에서 전격전을 시도하면서 본격적인 전면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지난 세월이 3년 6개월. 현재 전황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한 마디로 크렘린으로서는 승리와 거리가 먼 전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내년 2월이면 만 4년을 맞는다. 단일 전쟁으로는 최대 규모인 독소전쟁(1941년 6월 22일~1945년 5월 9일)과 전쟁 햇수에서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독소 전쟁, 다시 말해 2차 대전을 통해 소련은 수퍼 파워로 발돋움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러시아의 위상은 날로 움츠러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의 의지와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영향권에 종속시키려는 러시아의 욕망이 동시에 표면화되면서 일어난 전쟁이다. 때문에 러시아가 내세운 대의명분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중립국이던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과 함께 나토의 영역은 더 확대됐 다. 푸틴은 중차대한 패착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는 사실상 이미 패배했다는 진당까지 나오고 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마이클 카핀터의 지적으로 (그 가능성은 없지만)설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점령한다고 해도 ‘서방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이 굳어진 우크라이나’는 그 자체로 오히려 러시아의 체제유지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거다.
‘사상자만 100만 명이 넘는다.’- 이 사실이 말해주듯이 러시아는 지난 3년 반 사이 엄청난 자원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다른 곳은 돌아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2023년 파트너인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에게 호된 공격을 당해도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말 시리아에서 친러 알아사드 체제가 무너졌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다른 중동지역의 주요 파트너 이란의 회교신정체제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붕괴상황에 몰렸어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 한 편 러시아는 중국에 의존하는 신세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 정황에서 푸틴은 또 다른 화를 불러들였다. 일방적으로 러시아에게만 유리한 휴전중재안을 제시했다. 6번이나 푸틴과 통화하는 나름의 진정성을 보이면서. 그러나 번번이 퇴짜를 놨다. 트럼프를 가지고 놀았다고 할까. 그러자 마침내 참다못해 칼을 빼들었다.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망과 미사일, 탄약 등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50일 이내에 (러시아와 휴전) 합의가 체결되지 않을 경우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또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게는 고율의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그러니까 푸틴의 돈줄을 말려버리는 최후통첩성의 조치를 통보한 것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지원 변속기어를 올리자 유럽도 합세하고 나섰다. 국방비 증액에 이어 우크라이나 무기한 지원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푸틴은 트럼프가 애써 보여 온 자제를 약함으로 혼동했다. 그럼으로써 전사(warrior)로서 그의 잠재적 본능을 일깨웠다. 트럼프의 기질, 혹은 미국인의 의연한 용기를 과소평가한 자들에게 역사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군사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논평이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규모가 러시아의 10배가 넘는다. 그 유럽의 나토회원국들이 하나가 되어 전선을 구축해 죄어오는 것도 러시아로서는 감당하기 벅차다. 푸틴 특유의 턱없는 오만이 불러온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 푸틴은 뒤로 물러설 기미가 없다는 게 포린 어페어스지의 지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푸틴은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푸틴은 그러면 앞으로 어떤 행보에 나설까.
전쟁이 4년 째 이어지면서 병력 태부족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총동원령은 피해왔다. 러시아 주류 사회에서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다. 어떻게든 사회적 평온은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푸틴은 집권 25년 내내 과거 스탈린과는 다른 연성 독재자의 가면을 써왔다.
이제는 그런 여유가 없다. 가면을 벗고 정통(?) 독재자 본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포린 어페어스는 내다보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거대 북조선화’의 길을 가게 된다는 거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묻지 마’식 공세가 가열 차게 전개된다. 전시경제체제는 더 굳어지고 동시에 대대적 동원령이 내려진다. 이와 함께 국내적으로는 전 방위적 무차별 탄압이 가중된다는 예상이다.
그나마 누려왔던 일상의 평온이 결국 무너질 때 러시아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당장 민중봉기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징집거부 등 반전 움직임이 하나 둘 표면화된다. 문제는 전선에서 돌아온 병사들과 러시아의 엘리트계층에게 반전의식이 확산될 때다.’
계속되는 포린 어페어스의 지적으로 러시아 전토는 자칫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망상에 빠진 한 독재자의 본색발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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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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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쿡이 북조선화 돼고 있는데? 곧 합병?할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