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요즘 하루의 시작이 불쾌하다고 호소한다. 출근하여 청사에 들어서면 정면에 붙어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사진이 자신을 노려보기 때문이란다. 연방정부 기관들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현직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는데, 유독 트럼프의 사진은 험상궂은 표정이어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사진 속 트럼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상태에서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도전적인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게다가 조명을 얼굴 아래쪽에서 비추어 마치 공포영화의 스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는 강하고 위압적인 ‘알파메일’로 보이기 위한 연출이다.
지난달 16일 백악관이 이 공식사진을 공개했을 때 언론들은 2023년 조지아주에서 찍은 머그샷과 판박이라는 의견을 쏟아냈다. 당시 대선뒤집기 혐의로 기소되어 머그샷을 찍을 때 트럼프는 측근들과 의논하여 ‘저항적인’ 모습을 연출했고, 이를 지지층 결집에 활용했다. 머그샷을 저항의 상징으로 포장하여 이를 넣은 머그, 모자,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팔아 이틀 만에 710만 달러를 모았던 것이다.
머그샷을 닮은 험상궂은 대통령의 얼굴사진은 당혹스럽다. 역사상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와 공식사진은 미소 띤 얼굴이 대부분이다. 트럼프도 1기 때의 사진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웃는 얼굴을 하고도 실정했던 대통령이 많지만, 위협적인 표정을 자신의 공적 이미지로 내세운 대통령이라니…
하긴 새로 대통령이 되어 집무실 ‘결단의 책상’에 앉자마자 지난 2주 동안 한 일은 이전 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집어엎는 보복적인 행정명령들이었다. 국제조약에서 탈퇴하고, 의회내란범법자들을 석방하고, 망명자들과 서류미비자들을 체포하여 쫓아내고, 수천명의 공무원을 해고하고, 1.6 사건 수사나 자신의 특검에 참여한 검사들을 모두 색출해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터무니없이 관세를 올려 이웃국가들과 싸움을 유발하는 한편 그린랜드를 사겠다, 파나마운하의 통제권을 미국이 환수하겠다,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니 앞으로 미국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퍽이나 걱정스럽다.
그런데 트럼프의 얼굴사진에 대한 이상하고 기괴한 이야기는 이뿐이 아니다. 백인인 그의 얼굴 색깔이 황달에 걸린 것처럼 누렇게 뜬 지가 벌써 몇 년 째다. “트럼프의 얼굴빛은 왜 오렌지색인가?”라는 질문이 온라인에서 수없이 쏟아지자 미디어들은 이를 분석한 기사를 쏟아냈는데, 아무도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에 내려진 추측성 결론은 인공 태닝 또는 화장 때문이란 것이다.
CNN은 과거 백악관에 태닝용 침대가 있었다는 소문을 언급하면서 주변 인사들은 이를 부인했지만 여전히 셀프태닝 기계가 있다는 소문이 사그라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의 황갈색 피부색은 ‘좋은 유전자’와 TV출연 전 사용하는 ‘투명 파우더’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작년 10월12일 네바다주 캠페인 도중 찍힌 사진이 이런 주장을 한 큐에 뒤집었다. 강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올백으로 넘어가면서 트럼프의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헤어라인 주변과 나머지 얼굴의 색깔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늘 머리카락에 덮여있던 헤어라인 주변은 하얀 반면 나머지 부분은 모두 황색으로 그을려있었던 것이다.
이 사진이 트위터에 공개되자 순식간에 1,000만 뷰를 달성하며 수많은 의견과 조롱이 쏟아졌다. 자신의 인종정책처럼 파운데이션도 색을 블렌딩 하지 않는다 라든가, 확연한 국경 위기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는 등의 조롱이었다. 트럼프는 곧바로 이 사진이 ‘가짜뉴스’이며 분명히 포토샵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믿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진실은 무엇일까? 태닝 전문가들과 메이컵 전문가들은 잘못된 인공태닝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태닝베드나 태닝스프레이는 자신의 피부 톤에 맞는 색을 써야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태닝 후 화장할 때는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이때 잘못하면 TV카메라 혹은 사진 조명으로 괴상한 색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왜 얼굴색을 바꾸기로 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 즉 불안정한 자아를 감추고 자신감을 덧입히는 행위라고 분석한다. 한 심리학자는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화장이 심해진다.”면서 트럼프는 처음 집권했을 때는 거의 본색을 유지했으나 임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브론즈가 진해졌고, 반대로 지난해 6월 대선후보 토론에서 바이든이 죽을 쑨 후에는 화장이 눈에 띄게 옅어졌음을 예로 들었다. 아마도 플로리다의 태양빛을 받은 건강미 넘치는 모습으로 바이든에게 망령처럼 따라다녔던 ‘고령’ 이미지를 타파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제 4년 동안 저 얼굴을 매일 봐야하니 고역”이라는 지인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이제 2주가 지났을 뿐이다. 조국이 “3년은 너무 길다”고 외쳤는데, 정말 4년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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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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