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의 폭풍같은 57년의 생애… 아, 그 영웅됨이여!
▶ 워싱턴문인회
한 사람의 전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애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문장의 사이사이에서 베토벤의 신음과 한숨과 절망의 절규를 들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마음이 먹먹했다. 책을 놓지 못하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한참 물이 오른 유월의 산은 지난 밤 폭풍으로 말끔하다. 씻겨진 나무 사이로 밝은 햇빛이 빗겨져 내려와 내 젖은 뜰에서 물안개로 피어오른다. 폭풍같은 그의 57년의 생애가 마음속에 그려진다. 아버지의 학대, 평생 가장으로서 말썽많은 동생들을 돌보는 독신의 귀머거리 음악가. 그러나 그의 내면세계는 누구보다 화려하고 풍부하다. 다양한 음악의 장르를 넘나들며 750여편의 작품을 썼다. 인간의 기쁨은 그를 외면했지만 들리지 않는 귀로 오히려 내면 세계를 천상의 빛과 같은 환희의 세계로 구축하는 승리의 삶을 살아냈다.
그는 키가 작달막하고 어깨가 구부정하고 목이 굵고 얼굴은 ‘불콰한 벽돌색’이고 네모나고 넓적하다. 벽돌색 이마 위에 숱이 많은 검은 머리가 사방으로 뻗어서 ‘봉두난발’ 이었다. 그리고 움푹 들어간 눈 구멍 안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눈이 ‘보이는 것은 모조리 간파하겠다’는 듯 강렬하게 ‘야생적으로 이글거렸다’고 한다. 그의 매력은 말을 시작하면서 발산하는데 입을 열고 미소를 지으면 하얀 치아가 반짝반짝 빛나고 두 눈은 아름답고 호소력이 가득하다. 여자들은 그의 못 생긴 얼굴과 매력적인 눈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결국 그의 두눈이 승리해서 ‘아가씨들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폈다’. 그 예로 그가 친하게 지낸 부른스비크 집안과 귀차르디 집안의 서로 사촌간인 세 아가씨들 모두가 베토벤을 사랑했다. 그들 중 줄리에타와 사랑에 빠졌다. 줄리에타에게 ‘월광소나타’를 헌정했다. 월광 소나타의 마지막 장은 ‘프레스토 아지타토(presto agitato, 열정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이다. 줄리에타로 향한 그의 마음이 ‘매우 빠른 속도로 열정의 미친 바람’이 활활 불어간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지만 줄리에타는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
실연의 아픔은 그에게 휘몰아 치고 있었던 다른 폭풍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니었다. 열정소나타를 완성하고 6개월 후 유서를 쓴다. 유서에는 사람들은 먼 곳의 목동의 피리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이 비참한 삶을! 정말 비참한 삶이지…” 라고 한탄하면서 “너희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물론 슬프게…” 그리고 그는 신에게 호소한다. “오 하늘의 섭리여! 순수한 환희의 날을 한 번만이라도 보게 해주소서! 참된 기쁨의 울림이 내게 낮설어진지 오래입니다. ! 오 언제나, 신이시여! 제가 자연과 인간의 사원 속에서 그 울림을 느낄 수 있을까요? 다시는 못 느낀다고요?! 안 됩니다!. 오! 그건 너무 잔인합니다!” 그의 간절한 기도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다른 방법으로 환희를 찾아냈다.
베토벤은 독일 본의 누추한 다락방에서 태어났다. 알콜중독자 아버지는 모차르트가 신동으로 잘 나가는 것을 부러워해서 베토벤을 이용하여 술값을 벌고 싶어했다. 4살 때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훈련은 잔인했다. 때리기가 일쑤였고 방에 가두어 놓고 몇 시간이고 바이올린을 켜도록 했다. 열한 살에 극장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17살에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평생을 따라 다니는 갖가지 병들, 조울증, 만성설사, 알코올중독으로 고통을 받았다.
어느날 그의 일기에는 이런 말이 적혔다. “음악은 인간 정신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게 해야 한다.” “내 음악의 의미를 꿰뚫어 보는 이는 다른 이들이 처해 있는 온갖 비참한 삶에서 해방될 것이다.” 그의 마지막 교향곡 9번 합창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었을까? 합창의 마지막 장은 ‘환희의 송가’다. 그가 직접 지휘했다. 곡이 끝나고 관중들이 열광하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마침내 천둥과 번개가 친 폭풍의 인생을 인내로 건너서 아름다운 환희의 하늘을 보았다. 그의 유서에서 ‘순수한 환희를 한번 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던 그의 갈망이 실현되었다.
우리는 힘들 때, 죽고 싶을 때 그의 무릎에 몸을 기대면 위로 받을 수 있다.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삶과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베토벤을 품고 살면서 로망 롤랭이 그랬던 것 처럼 내 마음속에도 들어와 살게 해야 한다. 그의 신음과 또 그의 환희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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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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