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세제지원 프로그램 가동
▶ 산금채 활용, 17조 대출 제공
▶기업별 한도 달라 내달 구체안
▶세공제 중심 인센티브 확대
▶“경쟁국 맞서 적극적 정책 필요”
정부가 23일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반도체 산업에 18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에 1조 원 이상을 출자해 반도체 산업 투자에 17조 원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게 뼈대다.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는 했지만 ‘반도체 대기업의 자금은 정책금융과 세제를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산업 지형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조금 지급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산은에 출자하는 식으로 기업들에 상당한 인센티브가 될 정도의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투자 보조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리 대출로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산은에 출자하면 산은이 이를 토대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발행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산은 출자액이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1조5,00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올해 산은과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반도체 설비·연구개발(R&D)에 3조6,000억 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이번에 발표한 17조 원 저리 대출에 대해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그 정도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희가 확인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은 출자를 통한 자금 지원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기업별 대출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그룹의 산은 대출 한도가 거의 차 있어 산은에 단순히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산은의 기업별 한도 관리 등에 대한 정부의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은 대출을 비롯해 정책 지원 중 70~80%를 중소기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대규모 설비투자보다는 팹리스(설계)나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라는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이날 정부는 세액공제 중심의 인센티브를 확대한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현재 한국은 반도체 설비·시설 투자에 15%(대기업 기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적용 기한 연장 ▲반도체 R&D 세액공제 적용 범위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는 한편으로 ‘보조금보다는 세액공제가 합리적’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정부는 보조금 지급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 부총리는 “제조 시설을 새로 만드는 나라들이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 투자 보조금을 지급한다”며 “우리는 제조 시설을 위한 세제 지원이 보조금과 거의 같은 성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시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환급 등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단 인텔과 마이크론·TSMC 등이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완공하고 제품을 양산할 2030년 이후에도 한국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생산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전격 선임한 것도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TSMC 등을 필두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처럼 정책 당국이 직접 ‘반도체 산업이 경제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있다.
이달 20일 취임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취임사에서 “지금의 대만은 반도체 선진 제조 기술을 장악해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며 “글로벌 AI화 도전에 직면해 우리는 반도체 칩 실리콘 섬의 기초 위에 서서 전력으로 대만이 AI 섬이 되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와의 소통에 적극적인 만큼 세부적인 대책이 나오는 6월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보조금 지급 등 적극적인 대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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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심우일·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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