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세계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다. 미 센서스국은 작년 한 해 동안 인구가 7,500만명이 증가해 총 80억5,000만명이 되었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인류는 기원전 1000년경 1억명이 살고 있었고, 기원 원년에 2억, 중세시대인 1000년에 3억명, 산업혁명기 1700년에 10억명을 돌파했다. 이어 1900년에 20억, 1959년 30억, 1987년 50억, 그리고 2023년에 80억을 넘어선 후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 추세라면 2057년에 100억을 찍고 2100년경 110억에서 피크를 이룬 후 차츰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미래의 인구 변화추이는 연구기관에 따라 예측이 크게 다르고 기후변화, 전쟁, 출산율 급락 등 글로벌 위기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어 점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인구는 새해 첫날 3억3,58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0.53% 증가한 수치다. 사실은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고 출산율(1.64)도 현상유지 수준(2.1)에 못 미치지만 이민자 유입(2023년 160만명)으로 그나마 소폭 늘어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했고, 가장 젊은 나라로 손꼽혀왔던 미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현재 매일 1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연령에 도달하고 있으며 2034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이 자녀수보다 많아지게 된다.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문명국들은 하나같이 출산율 감소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며 노령화되고 있다. 세계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한국(0.9)을 비롯해 일본(1.3)과 유럽 각국은 물론 인구 대국인 중국(1.2)과 인도(2.03)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그런 한편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젊고 역동적인 지역이 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다. 지난 10월 뉴욕타임스는 ‘세계의 아프리카화’(The World Is Becoming More African)라는 특집기사에서 2050년이 되면 지구인 4명 중 1명은 아프리카인이 된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1950년 아프리카 인구는 세계인구의 8%였으나 2050년에는 두배로 증가해 25억 명에 이르게 되고, 이중 3분의 1은 15~24세의 젊은이들이다. 현재도 아프리카인의 평균 연령은 19세로 인도의 28세, 중국과 미국의 38세보다 훨씬 젊다. 때문에 앞으로 세계는 아프리카의 ‘청년 지진’(youthquake)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아프리카는 중국, 유럽, 인도,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면적에 54개 국가가 공존하는 대륙이다. 우리는 그냥 아프리카라고 부르지만 아시아와 유럽, 남미만큼이나 다양한 인종, 국가, 문화권으로 나뉘어있다. 기아와 빈곤과 미개한 대륙으로 치부됐던 아프리카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도시화되고 있으며 정치, 경제, 음악, 영화, 패션, 하이텍 등 모든 분야에서 문명사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영양실조로 배가 볼록하고 얼굴에 파리떼가 달라붙은 아이들의 이미지는 옛날이야기,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잘 먹고 더 오래 살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평균 5~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00년 이후 유아 사망률은 절반으로 줄었고,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교육수준이 높다(44% 고교졸업). 아프리카인 2명당 한 대꼴인 6억7,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5억7,000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중국과 인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노동력을 보유하게 되고, 2040년대 지구상에서 태어나는 어린이는 5명 중 2명이 아프리카 출신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발 빠른 기업들은 화장품, 유기농식품, 심지어 샴페인에 이르기까지 미개척시장인 아프리카의 수천만 신규 소비자를 노리고 있다. 힐튼은 5년 내에 65개의 호텔을 새로 오픈할 계획이고,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은 아프리카의 백만장자 인구가 빠르게 성장하여 2027년까지 76만8,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연히 정치적 영향력도 커졌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연합은 G20정상회담에 가입하여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프리카의 방대한 광물자원에 눈독 들이는 동맹국들이 늘어나면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더 큰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팝 컬처는 더 놀랍다. 새로운 음악장르인 애프로비츠(Afrobeats)는 글로벌 센세이션으로, 요즘 타겟에 가든지 우버를 타든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들려오는 음악이다. 지난해 스포티파이에서 130억회 스트리밍되는 최고기록을 썼다. 나이제리아의 스타 버나 보이(Burna Boy)는 지난 가을 런던 공연에서 8만명 매진사례를 빚었고, 뉴욕에서는 아메리칸 스태디엄을 매진시킨 최초의 아프리칸 공연자가 됐다. 그래미상은 아프리카음악 부문을 신설했고, 칸영화제에서는 세네갈 출신 감독(라마타 툴라이 사이)이 스타로 떠올랐다. 파리와 밀라노에 아프리카 패션이 등장했고, 지난해 프리츠커 건축상은 부르키나파소의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가, 2021년 노벨 문학상은 탄자니아의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수상했다.
물론 아프리카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실업률이 35%에 달한다. 기회에 굶주린 젊은이들은 지하드나 쿠데타를 위해 봉기하거나, 유럽과 중동으로 밀입국하려다 바다에 빠져 죽거나, 중남미의 정글에서 목숨을 잃는다. 일부 학자들은 기후변화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로 아프리카 청년들의 실업위기를 꼽을 정도다.
아프리카로부터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인류의 발상지’로의 회귀인가? 아프리카인이 지구인의 25%가 되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사라지려나. 백인들이 마이노리티가 될까. 그럼 아시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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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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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도 인구수가 줄고 노동 연령이 높으면 그 나라는 점점 시들해지고 망하게 마련. 미국도 유럽 백인들의 이민자들이 중남미 그리고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로 바뀌자 이민 문호를 대폭 닫았다. 그 이유로 합법적으로 들어올수가 없으니 난민 신청이 늘고 불체가 급증하는거다. 미국은 다시 예전처럼 이민 문호를 활짝 열어 저렴한 노동력을 키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