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이 창설된 것은 1789년이다. 미국 정부와 내각이 수립되고 연방헌법이 공식 발효된 그 해에 함께 출범했다. 처음에는 대법관 수가 정해지지 않아서 6~10명으로 줄었다 늘었다 했으나 1869년에 9명으로 확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34년의 역사 동안 대통령이 지명하여 상원이 인준한 대법관은 총 121명, 종신직이다 보니 한번 임명되면 20~30년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아서 교체가 상당히 느린 편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대법관들은 전원 백인남성이었다. 여기에 처음 다른 인종이 합류한 것이 1967년 최초의 흑인 대법관 더굿 마샬이었고, 여성으론 1981년 샌드라 데이 오코너가 처음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09년에 첫 히스패닉 여성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이어, 2022년 첫 흑인 여성대법관 케탄지 브라운 잭슨이 각각 ‘최초’의 기록을 썼다.
현재 9명의 대법관들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필두로 클래런스 토마스, 새뮤얼 알리토, 소니아 소토마이어, 엘레나 케이건,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케탄지 브라운 잭슨(인준 순서)으로, 남성 5명과 여성 4명이다. 거의 200년 세월 동안 백인남성들만 지배했던 역사에 비추어보면 짧은 시간 내에 대법원은 인종과 성별에서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성대법관은 현역 4명을 포함해 전부 6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지난 1일 타계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는 평생 겸손하고 신중했으며, 누구보다 큰 족적을 남긴 법조계의 전설이었다. 그녀의 별세 소식에 전 국민이 조의를 표하고 있는 이유다.
텍사스에서 태어나 애리조나에서 자란 샌드라 데이는 16세 때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 경제학과를 수석졸업하고 스탠포드 로스쿨에 진학했다. 법대 시절, 훗날 대법원장이 된 윌리엄 렌퀴스트와 사귀었고 그가 프로포즈했으나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대신 그녀는 1년 후배인 존 오코너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세 자녀를 두었다.
불과 22세에 법대를 졸업했으나 여성이란 이유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오코너는 북가주 산마테오 카운티 검사실에서 무보수로 일하다가 수년 후 고향 애리조나로 돌아와 정치계에서 자원 봉사하던 중 주 검찰총장 보좌관이 되었다. 1969년 주 상원의원에 임명되었고, 이어 애리조나주 사상 첫 여성 상원원내대표가 되었으며, 두 번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1981년 주 항소법원 판사 시절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최초의 여성 대법원 판사로 지명되었다. 이때 상원이 만장일치로 오코너를 인준한 것은 독보적 기록이다.
그는 보수 세력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됐지만 24년의 경력 동안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요한 스윙보터로서 균형 있는 판결을 하려 애썼다. 낙태 권리와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했고, 여성인권과 소수인종을 보호하는 등 격동의 시기에 미국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수많은 판결을 남겼다.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의 손을 들어준 ‘부시 대 고어’(Bush v. Gore) 판결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리지만, 헌법을 수호하고 여성의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선 정신적 유산은 미국사회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오코너 대법관은 2005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 1월 은퇴했는데 그 이유는 치매에 걸린 남편을 간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남편은 곧 아내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고 요양원에서 만난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져 말년을 보내다가 2009년 타계했다. 남편을 위해 대법관직까지 그만두었던 오코너는 이런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2018년에는 그 자신 또한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 한후 4년여 만인 지난 1일 유명을 달리했다. 몹쓸 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한 차원 새롭게 만든 그녀의 용기에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한편 오코너에 이어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두 번째 여성대법관이 된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는 그와는 대조적인 행보로 또 다른 족적을 남겼다. RBG라는 예명으로 불리며 진보 진영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투사’의 삶을 살았다. 2020년 타계할 때까지 미국 리버럴의 대변인이며 팝 컬처 아이콘으로서 존경받았던 그의 생애는 다큐멘터리(‘RGB’)와 영화(‘On the Basis of Sex’ 2018)를 통해 조명됐을 정도로 화제의 인물이었다.
세 번째 여성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이어와 네 번째 여성인 엘레나 케이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에 의해 대법원에 합류했다.
한편 다섯 번째 여성대법관 에이미 코니 배럿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는데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보수 색채가 뚜렷한 법조인이어서 많은 논란과 우려를 안고 취임했다. 예상대로 그는 지난해 ‘로 대 웨이드’ 낙태 판결을 뒤집는 심리에서 이를 지지했고, 코비드 19 확산을 막기 위한 종교행사 금지는 위헌이며, 야외에서의 총기소지가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동조했다. 또한 온실가스 규제를 위한 청정대기법과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들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에 따라 여섯 번째 여성대법관이 된 흑인 케탄지 브라운 잭슨은 소토마이어, 케이건과 함께 진보 성향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나 현 대법원의 보수 대 진보 구도가 6 대 3이어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대법관, 최초의 라티노 여성대법관, 최초의 흑인 여성대법관이 나왔다. 이제 최초의 아시안 대법관, 또한 아시안 여성대법관이 나와야 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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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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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런스 토마스 이 새 ㄲ ㅣ 는 정말 악질중의 최고 악질. 미국을 팔아먹고 있는데도 종신제로 죽을때까지 영원히 그러고 죽을것 같다. 대법원 종신제가 말이 돼냐? 요즘같은 시대에 죽을때까지 영원한 Job 이 있다는게 어처구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