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심장은 2개 심방과 2개 심실로 구성돼 4기통 엔진처럼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심장의 4개 판막(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삼첨판막(三尖瓣膜), 승모판막(僧帽瓣膜)은 심장의 큰 조력자다. 판막은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심장이 내뿜는 피를 일정한 방향으로 잘 흐르도록 통제하는 밸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장에 있는 4개 방 가운데 마지막 방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온몸으로 나가는 곳에 자리 잡은 문이 바로‘대동맥판막’이다.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온몸으로 공급되는 신선한 혈액이 거꾸로 새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만 열린다.
대동맥판막이 하루에도 수만 회 이상 열리고 닫히다 보니 노화하면서 결국 잘 열리지 않게 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게 된다. 이를 ‘대동맥판막협착증(aortic stenosis)’이라고 한다. 심장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하기에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심장·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흉통·호흡곤란·어지럼 등이 나타나고, 자칫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으로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전 인구의 1% 정도에서 나타난다.
‘심장 수술 전문가’ 임청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심부전 등 합병증으로 2~3년 내 사망할 수 있다”며 “환자 상태에 맞게 수술이나 시술을 받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충분하게 나가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소아청소년기에 앓았던 류머티즘열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류머티스성 판막 질환, 선천적으로 대동맥판막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선천성 이엽성 대동맥판막, 감염성 심내막염, 종양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밖에 수술이나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도 인공 판막 이상으로 재협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협착증과 매우 비슷한 병태 생리를 보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에 초·중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협착 정도가 일정 기준치를 넘어서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심장이 힘들다는 신호, 즉 흉통이 생긴다. 이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심부전으로 악화되면 2~3년 내 50%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증상이 나타나도 일부 환자는 가볍게 여겨 치료받지 않는다. 그러면 심장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폐에 물이 차 숨찬 증상도 심해진다. 따라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운동 부하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거나 다른 합병증이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중증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증상이 없거나 약하면 혈압강하제 등으로 심장 좌심실 부하를 줄여주는 약물로 치료한 뒤 추적 관찰한다. 증상도 없고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전문의 의견을 듣고 ‘자연 치유됐다’고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있는데, 갑자기 악화하기도 하므로 추적 관찰이 필수다.
증상이 나타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SAVR)’로 완치할 수 있다. 65세 미만 환자는 금속 재질 인공 판막을 넣는 ‘기계 판막 치환술’을 시행한다. 한 번 수술로 치료가 끝나지만 인공 판막 주변에 생기는 혈전과 색전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와파린)를 평생 먹어야 한다.
또한 와파린 혈액 응고 수치가 어긋난다면 뇌졸중(뇌출혈·뇌경색)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에 3~4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검사해야 하며, 비타민 K가 함유된 녹색 채소나 청국장 등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65세가 넘은 환자는 돼지·소 등 동물의 심장 조직을 특수 처리해 만든 ‘조직 판막 치환술’을 시행한다. 와파린을 수술 후 4개월 정도만 복용하지만 10~15년 정도 지나면 조직 판막 변성이 나타나므로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수술 시 효과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수술 부위를 꿰매는 실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는 비봉합 판막술, 자동 매듭 장치 개발 등 수술 시간과 심장 허혈 시간을 줄이고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추세다.
수술 고위험군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대퇴동맥에 풍선을 넣어 부풀린 후 스텐트 판막을 대동맥에 넣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을 시행한다. 중증도 또는 경도 위험도 환자에게도 선택적으로 사용하면 예후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시술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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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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