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오징어 게임. 첫 시즌이 워낙 대성공에 찬사 일변도였는데 굳이 옥의 티를 찾다보니 극중에 나온 전화번호가 시비에 올랐다.
사연인 즉, “1화 ‘무궁화 꽃이 피던 날’에서 기훈(이정재 분)이 정체불명의 남자(공유 분)에게 받은 명함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온다. 명함에는 ‘010’을 제외한 총 8자리 숫자가 써있다. 기훈은 명함에 쓰인 번호로 전화를 걸고 서바이벌에 참여한다. 이 명함과 번호는 2화 ‘지옥’에서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번호가 임자가 있는 핸드폰의 번호여서 드라마를 보고 호기심에 걸어오는 문자와 전화로 전화 소유주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곤란을 겪는다는 사연이었다.
헐, 우리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작했다면 쉽게 피할 수 있는 사태였다. 영화, 드라마, 소설 같은 픽션을 위해 따로 떼어둔 오징어 세 마리, 555국번이 있기 때문이다.
설명하자면 내 전화번호는 703-618-XXXX인데 앞의 703은 버지니아라는 지역번호(area code)이고 618은 국번이다. 이 국번 중 전화국 국번(central office code)이 555다. 전화번호 안내 문의 같은 서비스를 여기에서 쓴다. 그러니까 공유처럼 키 크고 원빈처럼 잘 생겼다는 버지니아 거주 정모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으면 703-555-1212에 문의하면 된다.
그러니 이 555 국번을 쓰면 개인의 신상 침해를 걱정할 일이 없는 것이다. 예로 추억의 영화 고스터 버스터스에서 광고에 적힌 555-2368을 보시라. 연방통신위원회(FCC) 산하로 번호를 관리하는NANPA는 0100에서 0199까지 백 개의 번호를 아예 할리우드용으로 지정해뒀다.
그렇다면 왜 굳이 555인가. 종교적 이유로 666을 피해서?
초창기 전화 시스템은 다들 아시다시피 교환수에게 번호를 불러 연결 받는 방식이었다. 번호는 지금의 우편번호에 있는 주의 약자처럼 앞에 두 문자가 교환국, 이어 가입자 번호 다섯 자리 숫자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집 전화는 PE 5-4989, 이런 식이다.
그러다가 사용자가 직접 다이얼을 돌리는 시대가 되면서 숫자에 알파벳을 순차적으로 붙였다. 2,3,4,5,6,8은 알파벳 세 개씩, 7과 9에는 덜 쓰는 문자 PQRS, WXYZ 네 개가 붙었다. 이렇게 해서 PE 국번을 부르는 대신 73을 돌리게 됐다.
재미있는 건 한 가운데에 있는 5번. JKL을 대신하는데 지명에서 5를 두 번 눌러야 하는 곳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가한 국번인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 폰의 시조새 격인 ‘라디오텔레폰’에도55로 시작하는 국번을 부여했다고 한다. 555는 그렇게 놀이에 끼지 못하고 혼자 따로 노는 애였다. 그러고 보니 내 주변의 오씨들이 한결같이… .
하나 더. 이건 강도 같은 흉악범들이 알면 안 되는데 일단 우리 독자들은 다 믿는다 치고, 보안 알람시스템에도 5가 하는 역할이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가게 문을 닫으면서 비밀번호를 눌러 알람 경보장치를 작동시킨다. 문을 잠그려는데 어둠에 숨어 있던 강도가 나타나 흉기를 들이댄다. 들어가 경보를 해제하라는 협박. 알람이 걸린 문을 열면 삐삐삐 경보음이 울리고 일분 정도 지정된 시간 안에 비밀번호를 눌러 해제하지 않으면 경찰이 출동한다는 걸, 범인은 알고 있다.
시키는 대로, 물론 오징어게임으로 단련된 나는 총 든 강도 따위 맨손 제압이 가능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알람 패드에 가서 비밀번호를 누른다. 꾹꾹꾹꾹. 경보음이 꺼진다.
안심을 한 범인이 이어 세이프(safe, ‘안전한’이 아니고 금고)로 안내하라면서 느긋하게 냉장고에서 콜라 한 병을 꺼내 마시는 여유를 부리는 순간, 애애앵 하고 순찰차가 들이닥친다.
비밀번호 대신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정해둔 신고번호를 누른 것이다. 살 떨리는 상황에서도 기억날 수 있도록 가운데 번호 5555로 설정해 두는 경우가 흔하다.
그나저나 촬영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리는데 오징어게임 시즌 2는 잘 진행되고 있겠지? 개봉 예정이라는 내년 10월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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