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녀와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며 놀았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연이 춤을 춘다. 어린 손녀도 무릎 춤을 추면서 박수하며 소리를 지른다. 가게에서 구입한 미국의 연은 색깔이 화려 하긴 하나 골격의 살이 엉성하여 안정적으로 날지는 못하고 오르락내리락 몸을 흔든다.
어릴 때 한국에서 방패연을 직접 만들어서 날리던 생각이 난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대나무를 잘라서 실로 서로 엮어 몸통의 윤곽을 만들고 창호지를 잘라 가운데는 구멍을 내고 대나무 몸통에 붙인 후, 태극무늬를 그려 모양을 낸 다음, 네 모서리를 실로 묶어 가운데로 모아 무게 중심을 잡아 묶으면 안정적으로 날아올랐다. 연을 밀어주는 바람이 셀수록 높고 멀리 떠올랐다. 센 바람을 만날수록 올라가는 것을 보며 인생에서도 역경과 맞바람이 있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한 만큼 멀리 볼 수 있다.
연을 날리며 보니 먼 상공에 비행기가 날라 간다. 연이 바람에 부딪혀 올라가는 원리와 비행기가 나르는 이치는 다르다. 비행기의 날개와 동체 윗부분은 볼록한 반원형이고 아래 부분은 평평한 모양이다. 비행기가 엔진의 힘으로 빠르게 나아갈 때 날개 윗부분의 공기의 흐름이 날개 아래쪽 보다는 빠르게 되면서 날개 위 공기의 누르는 힘은 약하게 되고 날개 아래에서 공기의 미는 힘은 상대적으로 더 커져서 ‘양력’이 생기면서 비행기를 뜨게 한다. 이 법칙은 스위스 물리학자 베르누이에 의해 발견되었다. 비행기의 날개나 동체의 반원형의 위부분이 빠른 바람에 부대낄수록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사람도 많이 부대끼면서 고개가 숙여질수록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더 올려 존경을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늘어진 연줄을 보면서 번개가 전기에 의한 것임을 연을 날리며 발견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비 오는 날, 프랭클린은 아들을 데리고 한적한 오두막을 찾았다. 연 끝에는 뾰족한 금속 칩을 꽂고 연줄 끝에는 금속열쇠를 매달았다. 번개가 전기라면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는데 실제로 금속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현상을 발견하였고, 열쇠를 만지면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를 통해 번개가 정전기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실험을 토대로 오늘날의 ‘피뢰침’을 만들었다. 그는 발명품이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특허권을 포기했다.
인류가 전기를 알게 된 것은 기원전 600 년경이다.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솟아오르는 현상을 바로 ‘정전기’라고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 는 보석 종류인 ‘호박’을 헝겊으로 닦으면 닦을수록 먼지가 달라붙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이 현상을 그리스 말로 호박을 부르는 ‘일렉트론’이라고 부르면서 전기라는 말이 탄생되었다. 그 후 금방 없어지는 정전기를 모아 두었다가 쓰기 위한 노력이 라이덴 병을 만들었다. 알루미늄 포일을 유리병 사이에 두는 간단한 병이었는데 많은 양의 전기를 모으지는 못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라이덴’ 병 여러개를 상자에 담아 서로 연결을 시켜 전기를 더 모을 수 있었고 여러 개의 병이 마치 “포병처럼 모여있다.”고 하여 프랑스 말로 포병부대를 일컫는 ‘배터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배터리는 계속 발전을 거듭하여 볼타전지가 만들어졌는데 소금물에 아연판과 구리판을 꽂아 넣은 것이었다. 성능은 좋아졌지만 소금물을 들고 다니며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후 용액이 없고 고체로 된 사용이 쉬워진 건전기가 1896년 탄생되었다.
인체에도 에너지를 담아두는 배터리 같은 장치가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소화 흡수되면 영양소 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되고 이 영양소들이 혈액을 타고 세포로 가서 대사를 통해 ATP라는 형태의 에너지로 바뀌어 축적된다. 세포에서 필요할 때 ATP는 ADP로 바뀌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ADP는 다시 영양소를 받게 되면 ATP로 바뀌어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마치 재충전되는 배터리와 같다.
손녀의 몸 안에는 싱싱한 ATP 배터리가 있어서인지 쌀쌀한 바람에도 추워하지 않고 재미있어 한다. 깔깔거리는 어린아이를 보면 나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일어난다. 연이 맞바람에 높이 올라가는걸 보며 나의 손녀가 마주 오는 도전을 이겨내며 세상을 높고 넓게 보는 사람, 호기심이 많아서 자연을 세세히 관찰하고 새로운 발견을 했을 때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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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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