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내일을 향해 쏴라’의 작곡가 고 버트 바카락 (2016년 인터뷰)
‘내일을 향해 쏴라’의 작곡가 고 버트 바카락
폴 뉴만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공연한 서부영화‘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의 음악과 주제가‘레인 드롭스 키프 폴린 온 마이 헤드’(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로 아카데미 음악과 주제가 상을 타고 더들리 무어와 라이자 미넬리가 공연한 코미디‘아서’(Arthur·1981)의 주제가‘베스트 유 캔 두’(Best You Can Do)로 역시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타고 이 밖에도 6번의 그래미 상과 함께 골든 글로브 상등을 탄 유명 작곡가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이 2월 8일 94세로 타계했다. 20세기 팝송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바카락은‘매직 모멘츠’, ‘워크 온 바이’, ‘더 루크 오브 유’ 및 ‘아일 네버 폴 인 러브 어겐’ 등 수백 곡의 히트송을 작곡했고 그의 노래를 부른 유명 가수들로는 페리 코모와 빅 다몬 그리고 진 피트니와 디온 어윅 및 쉐릴 크로 등 수백 명에 이른다. 다음은 바카락이 88세 때인 지난 2016년에 작곡한 자폐증자인 소년의 드라마‘포’(Po)의 음악과 관련해 12월 5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의 내용이다. 단구에 지팡이를 짚고 회견에 임한 그는 기침을 하며 쇠약해 보였는데 얌전히 앉아 유머를 섞어 가라앉은 음성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한편 바카락이 작곡한 노래들인‘워크 온 바이’와 ‘아일 네버 폴 인 러브 어겐’ 등을 부른 바카락의‘음악 동반자’로 알려진 디온 워윅은 바카락의 사망에 대해“가족의 한 사람을 잃은 것 같다”고 조의를 표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한 장면.
-작곡할 때 무엇이 특별히 필요한가. 포도주라도 마시면서 작곡하는지.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그리고 건반이다. 나는 많은 노래들을 내 머리 속에서 작곡한다. 먼저 머리 속에서 음악을 구상한 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이는 두 개의 다른 과정이다. 음악이 어디까지 길게 갈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중요한다. 먼저 피아노 앞에 앉다보면 달랑 4개의 짧은 소절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 4개의 소절이 처음에는 좋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후에 오는 32개의 소절과 서로 어떻게 연결 될 수 있느냐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작곡한 많은 노래의 가사를 할 데이빗이 작사했는데 둘이 호흡이 잘 맞았는지.
“그와 함께 일한 것은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였다. 우린 마치 직장인들이 직장에 가 일하듯이 거기서 작곡하고 작사를 했다. 사무실에는 낡아 빠진 피아노가 한 대 있었는데 할은 골초여서 사무실 안은 담배 연기로 가득 찼었다. 그와 함께 일한 것은 아주 흥미 있는 작업이었는데 우린 히트곡만 작곡한 것이 아니다. 여러 분이 절대로 듣지 못할 형편없이 나쁜 노래들도 여럿 있다. 어떤 노래들은 아주 좋고 중요한 것이었는데도 음반 취입이 잘 못돼 빛을 못 본 것들도 있다. 할은 때로 노래의 전체 가사나 절반가량의 가사를 작사해 가지고 왔는데 그러면 나는 그 가사에 따라 짧은 소절의 멜로디를 치면서 둘이 탁구를 치듯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작곡하고 작사했다.”
-당신이 영화 음악을 작곡한지 반세기가 다 돼 가는데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큰 화면이 아닌 컴퓨터로 보긴 했지만 본 결과 많은 영화 음악들이 음악이 아니라 단순한 음향 효과에 지나지 않는 것 같더라. 그러나 정말로 좋은 영화 음악이 있을 자리는 늘 마련돼 있다고 본다. 내가 영화 음악을 작곡한지 벌써 50년이 흘렀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내가 음악을 작곡한 첫 영화가 톰 존스가 주제가를 불러 빅히트한 우디 알렌의 코미디 ‘와츠 뉴 푸시캣?’(What’s New Pussycat?)이었는데 이 영화의 음악을 작곡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발적인 사고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 난 내 애인 앤지 디킨슨(91·바카락의 두 번째 아내로 유명 배우)과 함께 런던에 여행 중이었는데 앤지가 우연히 잘 아는 이 영화의 제작자를 만나 나를 소개해 작곡하게 된 것이다. 그가 내가 ‘워크 온 바이’의 작곡가라는 것을 알고 주저하지 않고 내게 영화의 음악을 맡긴 것이다.”
-당신은 1958년부터 1961년까지 독일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이기도한 마를렌 디트릭의 유럽 순회공연 때 그의 음악 감독이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도 있는가.
“전후 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기 위해 그 일을 맡았는데 파리 공연은 실패했다. 진짜로 흥미 있는 일은 마를렌의 이스라엘 공연 때였다. 비행기가 이스라엘에 도착하자 공연 프로모터가 마를렌에게 다가와 무대에서는 독일어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마를렌은 ‘독일어로 단 한 곡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 9개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마를렌은 참으로 똑똑하고 총명한 여자로 무대에 오르자 첫 두곡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마이 블루 헤븐’을 비롯한 미국 노래를 불렀다. 이어 마를렌은 ‘어머니가 그의 아이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를 부르겠다’더니 독일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관중석은 침묵으로 휩싸였다. 그리고 마를렌은 나머지 9곡을 독일어로 불렀는데 사람들이 감동해 우는 것을 봤다.”
-언제 마를렌을 끝으로 만났는지.
“마를렌은 늘 내 노래 한 곡을 더 취입하고 싶어 했다. 그 노래는 ‘에니 데이 나우’라는 것이었는데 마를렌의 아파트에서 녹음해 취입하기로 했으나 마를렌이 사망하는 바람에 그러질 못 했다.”
-요즘 팝송들은 멜로디와 화음이 없는 소음 같은데 옛 노래들과 같이 멜로디와 화음이 있는 노래들을 이젠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그런 노래들이 진짜로 없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멜로디가 아름다운 노래들을 듣기가 힘들 것이다. 옛 날에 듣던 것과 같은 노래들을 듣지 못할 것이다. 요즘 히트한 곡들로서 3개월 후에도 기억할 것들이 있는가. 노래의 수명이 길게 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영화 음악도 이젠 마빈 햄리쉬가 작곡하고 로버트 레드포드와 바바라 스트라이샌드가 공연한 러브 스토리 ‘더 웨이 위 워’ 음악과 같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을 듣기가 힘들 것이다.”
-어떻게 건강과 창작력을 그렇게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
“내 나이에 흔치 않은 일로 내겐 23세와 20세의 젊은 두 아이가 있다. 그들이 내 삶의 한 부분으로 그들은 내가 그들의 옆에 있는 것과 마찬 가지로 내 곁에 있다. 가족의 중요성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매일 운동을 한다고 해도 순간에 죽을 수 있다. 내 장수는 유전인자 때문인 것 같다. 부모가 모두 85세 까지 살았다. 난 그리고 담배를 안 피우고 우울해 하지도 않는다. 늘 무언가 할 일이 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음악을 작곡하는 일이 있다. 음악을 작곡하지 않는다 해도 피아노 앞에 앉아 당신의 뮤즈와 접촉하면 좋다.”
-매일 작곡을 하는지.
“그러고 싶지만 매일 작곡하진 못한다. 그러나 오늘 이 인터뷰가 끝나면 집에 가 피아노를 칠 것이다.”
-과거 함께 일한 가수들 중 가장 가깝게 느끼는 사람이 누구인가.
“두 말 할 것 없이 ‘워크 온 바이’를 부른 디온 워익(82)이다. 그는 노래와 연결 된 완전한 그릇이다. 언제나 그를 위해 작곡하고 또 취입할 때면 그에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무한한 가능성이다. 따라서 그는 내게 내 음악의 영역을 넓혀주는 자유와 기회를 준 사람이다.”
-요즘 영화음악 작곡가 중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지.
“제임스 뉴턴 하워드(프리티 우먼, 다크 나이트, 킹 콩)로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요즘 영화음악은 소리와 신세사이저 음으로 뒤 덮인 음향효과나 마찬 가지라고 생각한다.”
-자가 영화의 음악을 작곡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훌륭한 음악가로 보는가.
“그는 음악적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찰리 파커와 같은 음악가의 전기를 만드는데 좋은 음악적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가 뛰어난 음악가이며 훌륭한 음악적 주제를 작곡했느냐고 묻는 다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는 훌륭한 감독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러 번의 결혼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이 무엇인지.
“난 네 번이나 결혼을 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 일단 결혼 생활에 금이 가면 집이나 돈이나 회한 같은 것들을 다 내 던지고 거기서 떠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가장 작곡하기가 쉬웠던 곡과 어려웠던 곡은 무엇인가.
“가장 쉬었던 곡은 무대 뮤지컬 ‘프로미시즈, 프로미시즈’의 노래 ‘아일 네버 폴 인 러브 어겐’이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마이클 케인이 젊은 플레이보이로 주연한 ‘알피’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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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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