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간호사로 40명 환자 죽인 영화 ‘더 굿 너스’의 주연 에디 레드메인
간호사로 40명 환자 죽인 영화‘더 굿 너스’의 주연 에디 레드메인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2014)에서 지체부자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으로 나와 아카데미상을 탄 영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41)이 이번에는 넷플릭스 영화 ‘더 굿 너스’(The Good Nurse)에서 실제 인물로 수십 명의 환자에게 약물을 과다 투입해 죽인 연쇄 살인범 간호사 찰스 컬른(62)으로 나왔다. 컬른은 2003년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뉴저지 주의 몇 군데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수 십 명의 환자들에게 튜브를 통해 약물을 과다 투입해 죽였다. 그는 고백에서 16년간 간호사로 일하면서 모두 40명의 환자들을 죽였다고 고백했는데 경찰은 그에 의해 사망한 환자가 백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컬른은 재판에서 11번의 종신형 선고를 받고 현재 뉴저지 주의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다. 컬른 역은 레드메인에게는 흔치 않은 어두운 역으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는데 영화에는 역시 아카데미상을 탄 제시카 채스테인이 컬른의 뒤를 캐는 간호사로 공연한다. 다음은 지난 해 취리히 영화제에서 영화 시사회 후 레드메인이 가진 회견 내용이다.
영화 ‘더 굿 너스’의 한장면.
-찰스 컬른 역은 당신에겐 흔치 않은 어두운 역으로 컬른은 악인이지만 당신은 그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도록 표현했는데 왜 이 역을 맡기로 결심했는가.
“각본을 받았을 때만해도 난 이 영화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각본을 읽으면서 난 내가 그 때까지 컬른의 얘기를 몰랐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영화는 여러 가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먼저 그 것은 병원 자체가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해낸 실제 인물인 슈퍼 히어로 간호사의 이야기다. 그리고 또 영화는 폭력에는 폭력이라는 해결책을 떠나 동정과 연민으로서 컬른이 그런 끔찍한 일들을 더 이상 저지르지 못하게 만든 이야기다. 이와 함께 나는 영화를 토비아스 린드홀름이 감독한다는 말을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 나는 그의 영화의 열렬한 팬인데 그는 비전을 지닌 사람으로 세상의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와 대결하는 감독이다. 그는 보기 드문 감독이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에 출연했는데 모든 것은 기대 이상이었다. 내 안의 그 무엇인지를 재생시켜주는 경험이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지.
“나의 가족은 연극이나 영화에 열광하는 가족은 아니었지만 나의 부모는 나를 비롯한 그들의 아이들이 열정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했다. 그런데 나는 어릴 때부터 연극과 영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나의 부모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10살 아니면 11살 때 런던에서 내셔널 시어터 극단의 무대 뒤의 현장을 구경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 때 현재 베테란 배우가 된 티모시 스팔과 한 여자 서커스단원이 ‘한 여름 밤의 꿈’의 한 장면을 실연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황홀무아 지경에 빠졌었다. 그 장면을 본 경험이 내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도록 해준 것이다.”
-처음으로 맡은 역이 무엇인가.
“9살인가 10살 때 런던의 유명한 팔라디움 극장에서 공연한 올리버 트위스트이 얘기인 ‘올리버’에서 단역인 수많은 고아들 중의 한명으로 나온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 그들이 내게 ‘어디에 가니’라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 난 ‘연극에 나오려고 런던에 간다’고 대답했다. 나의 부모도 날 적극적으로 후원 했는데 그들이야 말로 자기 아이가 가진 열정의 대상에 대해 잘 모르고 또 두려움을 가졌지만 그 것을 마음 다해 지원해주는 부모의 표본과도 같은 사람들이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런던에서 오디션 할 때 함께 한 동료배우들은 누구인가.
“현재 모두 배우들이 된 여러 명의 동료들이 모두 같은 역을 위해오디션에 나가곤 했다. 그 중 어떤 사람은 오디션에서 통과돼 먼저 LA로 갔는데 지금 돌아보면 어두운 날들도 적지 않았지만 흥미 있는 시절이었다. 당시의 나와 내 동료들은 다 운이 아주 좋았다. 지금은 다 훌륭한 배우들이 된 톰 스터리지, 로브 패틴슨, 앤드루 가필드, 벤 위셔, 도미닉 쿠퍼 및 제이미 도난 등이 다 당시의 동료들이다. 오디션에 통과되면 신천지인 LA나 뉴욕으로 가 영화나 연극에 나오면서 성공의 길을 탐색했다.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그렇지 않게 될 때도 있었지만 참으로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런던에서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살 때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런던의 술집에서 일했고 또 파티의 웨이터로도 일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6년간 오디션에 나갔다. 오디션 후 아무 통보도 못 받는 것이 상례였다. 단역이라도 맡기란 가뭄에 콩 나듯 한 일이었다. 한번은 부모와 그들의 아들에 관한 복잡한 관계를 다룬 복잡한 실화 영화 오디션에 통과돼 뉴욕까지 갔으나 제작이 무산돼 허탕을 치고 런던으로 돌아와 다시 2년간 술집에서 일했다.”
-영국 배우들은 모국의 악센트를 구사하지 않고도 어떻게 그렇게 잘 미국인 역을 할 수가 있는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떤 배우들은 즉시로 미국식 발음을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시간이 꽤 걸린다. 악센트는 실제로 연기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미국인 역을 맡은 초기 영화들에 나올 때 난 악센트로 인해 역에서 쫓겨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달리면서 겁에 질려야 했다. 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1980년대와 90년대에 자란 우린 모두 TV를 통해 미국문화에 의해 성장했다고 해도 좋겠다. 이와 함께 20세기의 위대한 연극 작품 중 많은 것이 미국인 작가에 의해 써졌다는 것도 우리가 쉽게 영국식 악센트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든 하나의 요인이라고 보겠다. 또 나는 운 좋게도 훌륭한 발음 교정 코치를 갖고 있어 그의 도움이 크다. 발음 교정은 피아노로 음을 배우는 것이나 비슷하다. 나는 미국인 역을 할 때면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한다. 이번에 컬른 역을 맡기로 한 뒤에도 내 발음 교정 코치와 함께 컬른의 녹음테이프 음성을 들으면서 마치 음악 공부를 하듯이 준비했다.”
-스티븐 호킹 역을 하면서 경험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나는 스티븐 호킹을 만나자마자 순식간에 그로부터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 것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엄청난 무게였다. 내가 가졌던 도전과 두려움은 실제로 느낌과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유머와 경쾌함을 어떻게 나로부터 찾아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난 영화에 나오기 4개월 전에 운동신경질환자들을 돌보는 병원에 찾아 갔었다. 그래서 환자들의 가족을 만나 그들이 어떻게 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돌보고 또 그 질환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보고 들었다. 그런데 그 질환에 대한 한 전문가로부터 그들은 이 질환을 ‘행복한 질환’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들었다. 질환자들의 섬세한 표정으로부터 잔잔한 미소가 퍼져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록 잔인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지만 종종 기쁨의 순간을 발견하면서 미소를 지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스티븐으로부터 그런 미소를 보았고 그것을 연기로서 포착하려고 시도했다.”
-영화에 직접 나오기 전에 역을 위해 뜸을 많이 들이는 편인가.
“그렇다. 공포의 뜸이라고 하겠는데 이 공포가 나를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다. 수 년 간의 오디션을 거쳐 꿈에 그리던 배우가 돼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운 좋은 일이다. 배우가 돼 좋고 훌륭한 얘기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선물이라고 하겠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나는 영화를 만드는 경험을 즐기려고 한다. 두려움과 불안이 이런 경험을 압도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두려움과 불안이 내 삶의 모든 부분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시간이야 말로 엄청나게 즐거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설사 만든 영화가 실패했을 경우에도 이 것은 마찬 가지다.”
-감독이나 제작자가 될 생각이 있는지.
“제작과 감독을 하고 싶은데 토비아스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로부터 배운 것은 감독은 특출 난 재능과 기술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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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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