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70~80년대 빅 스타의 최신작 ‘로렌과 로즈’의 재클린 비셋
70~80년대 빅 스타의 최신작 ‘로렌과 로즈’의 재클린 비셋
재클린 비셋(Jacqueline Bisset·78)의 눈동자는 여전히 매섭도록 매력적이다. 비록 얼굴에 주름이 갔지만 아름다움이 떠나진 않았다. 영국 태생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 할리우드의 빅 스타로 명성을 떨쳤던 비셋은 1960년대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활약하고 있는 정력적인 여인. 비셋은‘불릿’,‘더 디프’,‘언더 더 볼캐이노’ 및‘리치 앤드 페이머스’등 미국영화와‘데이 포 나이트’ 같은 프랑스 영화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맥아더장군의 인천 상륙작전을 그린‘인천’에도 나왔다. 비셋의 최신작‘로렌과 로즈’(Loren & Rose)는 젊은 신예감독 로렌과 재기를 꿈꾸는 1970년대 스크린의 빅 스타 로즈가 며칠간 식당에서 만나 마주 앉아 삶과 예술과 할리우드의 풍토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2인극 형태의 소품. LA 자택에서 영상 인터뷰에 응한 비셋은 질문에 또렷또렷하고 기운차게 대답했다.
영화 ‘로렌과 로즈’의 한장면.
-식당이 무대인 영화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당신의 요리 솜씨는 어떤지.
“나는 야단스럽지 않은 간단한 음식 만들기를 즐겨한다. 음식을 만들면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즐긴다. 가까운 친구들과 음식을 둘러싸고 앉아 대화를 즐기는 것처럼 즐거운 일도 없다.”
-음식을 들면서 대화를 나누면 평소 보다 솔직하고 또 내밀한 얘기까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때는 말할 때보다 들을 때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당신이 말한 대사를 실제 삶에서 쓰기라도 하는가.
“아니다. 그냥 잊어버리고 만다. 때로는 대사들이 되살아나기도 하나 보통은 그 것들을 잊곤 한다.”
-로즈는 불치병에 걸린 것으로 나오는데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생애 이맘 때 쯤 이면 그 것에 대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내 안으로 파고들게 마련이다. 특히 나는 많은 친구들을 병으로 잃어 더 하다. 내 나이에 친구들을 잃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결국은 그런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 것은 심히 마음을 혼란시키는 일이자 속에 있는 것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신은 영화사의 한 부분인데 요즘 젊은 세대가 고전영화들을 거의 안 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세대들이 다 그렇다. 세대마다 다 자기 부모들이 쓰던 가구나 물건을 싫어하는 것이나 마찬 가지다. 그들은 자신만의 장소와 역사와 시작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나는 배우가 되고자하는 욕망을 나의 과거에 있었던 일들로부터 얻었는데 그 것들이 내 삶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나는 요즘 세대들에게 옛날 영화들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쓰레기 같은 영화 말고 좋은 영화를 보길 바란다. 이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것은 내 취향이고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배우로서의 삶을 막 시작 했을 때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아직 배우가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한 신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역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 놀라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할 일에 대해 아무 선입견 없이 조용하게 배워갔다. 얌전해야 하고 대사를 잊지 말고 또 직업적이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나는 나에 대해서 별로 대단치 않게 생각했는데도 주위 사람들은 젊은 내가 품위가 있다고들 말했다. 나는 모든 것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아 흥미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질문하기를 좋아하지만 감독들은 꼬치꼬치 캐어묻는 배우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질문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내가 스스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배우는 것의 한 과정이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땐 어떻게 지내는가.
“난 아주 바쁜 사람으로 많은 일을 한다. 자립하고 자존하는 것을 배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정원을 가꾸고 또 수영장을 청소한다. 그리고 요리를 하고 내 직업에 관한 e메일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직업인이 아닌 내 개인적인 일에 더 시간을 많이 쓴다. 난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난 삶에서 에너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우린 모두 그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가 없으면 삶은 매사가 어렵고 또 따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고 애쓴다. 예전에는 하루에 여덟 시간을 잤는데 요즘은 여섯 시간 밖에 못 잔다. 나이 탓이다. 난 자신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를 항상 의식하고 있다.”
-당신은 사교적인 사람인지.
“그렇다. 그러나 사교적인 친구들이 많지는 않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얘기 나누기를 좋아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친구들하고만 만나 얘기를 한다. 난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파한다. 그래서 세계 뉴스를 따라가는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 세계 뉴스란 대부분 어둡지만 그래도 알고 싶다.”
-당신은 여러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는데 영화에 대해 평가하기를 좋아 하며 또 어떻게 평가하는가.
“배우들이 하는 역을 얼마나 깊이 표현하는 지를 찾으면서 내 감정을 따라 간다. 난 영화제를 좋아하는데 특히 국제영화제를 좋아한다. 심사위원이 아니면 가 볼 수 없는 나라들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가장 좋은 것은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대 받든지 아니면 그냥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일이다. 초기 심사위원 때는 각본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내려야 할지를 몰랐으나 이젠 안다. 그리고 연기란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그 것을 좋아하든지 아니면 싫어하든지에 따라 평가하게 마련이다. 난 특별효과와 살인과 살육이 판을 치는 대형영화를 싫어한다. 그런 것들은 즐기지 못할 뿐 아니라 보기조차 싫다. 나는 좋은 연기와 얘기가 있는 작은 영화들을 좋아한다.”
-로즈는 로렌의 일종의 인생 선배로서 그에게 여러 가지 삶과 직업에 관해 조언을 해주는데 당신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난 로즈가 아니라 로렌과 같은 경험을 한바 있다. 내가 젊었을 때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또 내가 알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을 깨닫도록 일깨움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내가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 하는 사람이기 때문인데 이야 말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항상 말하기만 하다보면 배우지를 못한다.”
-나이가 먹어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도 있는가.
“그 것은 일상적인 일로 우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마음 문을 열고 사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얼굴이 많이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나는 미용수술을 피해왔고 또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염분은 피하면서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 내 유전인자도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자신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또 매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얼굴 화장용 크림이 비결은 아니다.”
-영화를 감독한 러셀 브라운이 쓴 각본의 어디가 좋아서 출연에 응했는가.
“나는 그가 쓴 각본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의 각본은 정확하고 속도감 있고 유머와 역설을 겸비하고 있다. 영화에서 로즈는 처음에는 자기를 평가절하 하는 여자로 나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활짝 피어난다. 그리고 플롯이 굴곡이 심해 다양한 연기를 할 수가 있다. 정말로 잘 써진 각본으로 인간성과 관계와 로즈의 과거 그리고 사랑 등 많은 것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내게 이 역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것으로 내 나이에 그런 역을 찾았다는 것이야말로 믿을 수 없이 운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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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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