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콜로라도에 갔다. 공항을 나서니 파란 하늘에 닿은, 눈 덮인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 위로 우뚝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풍경은 산신령이 살 듯 신성해 보였다.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1만9,710피트 되는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라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응가예 응가이’ 즉, 신의 집이라고 불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6년에 발표한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년내내 눈 덮인 산봉우리를 보며 그도 그런 신성함을 느껴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며 그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데, 산봉우리 정상 주변엔 푸르트벵글러 빙하(Furtwangler Glacier)가 있다. 1912년 이곳에 올랐던 월터 푸르트벵글러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이름인데, 이 빙하는 1912년 이후 2011년까지 85퍼센트가 사라졌다 한다. 그리고 2050년이 되기 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난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COP(Conference of Parties: 당사국총회) 27에서 UN은 보고했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피레네산맥, 이탈리아 알프스의 돌로마이트,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같은 지역의 빙하 역시 2050년 전에 사라질 것이라 한다.
지금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이들은 사라질 것이나, 지구상의 다른 빙하들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매년 580억 톤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한다. 에펠 타워 5백만 개만큼의 얼음이 매해 녹아내린다는 것이다. 일차로 담수, 식수 및 식량 생산을 위해 빙하에 의존하는 지역 주민들에겐 생존의 문제다. 1993년부터 여러 차례 그린란드를 방문한 그레텔 얼리히(Gretel Ehrlich)는 에세이 ‘썩은 눈’(Rotten Ice)에서 이를 생생히 그렸다. 그녀는 글 속에서 “빙하가 녹아 수면 상승으로 인한 자연재해와 살 수 없는 지역이 늘어나는 정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북극 해저 빙하 바닥에 묻혀있는 메탄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대기로 방출되면 인류는 전멸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지구는 인류가 모인 하나의 생명이다. 이 생명이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속 주인공 해리처럼 다가오는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 소설 속 해리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나무 가시에 다리를 찔려 세균에 감염되고 설상가상으로 해리의 일행을 실은 트럭이 고장이 나 병원으로 이송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를 호송해 갈 비행기를 기다리며, 세균이 몸에 점점 퍼져 가는 해리는 그의 연인이자 동행자인 헬렌에게 막말을 내뱉어 울게 하거나 술을 마시고 산봉우리의 눈을 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의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세균과 맞서 싸우지 않는 한 퍼져가는 세균에 당할 수 없는데도 그는 몸에 좋지 않은 술을 마시고 아까운 생의 마지막 시간을 사소한 다툼과 지난 날의 회상으로 보낸다. 이 거대한 지구도 그 속에 살아가는 미세한 세포와 같은 개개인이 맞서 싸우지 않으면 다가오는 죽음을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연초부터 캘리포니아주는 겨울 폭풍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폭우로 아이가 물에 쓸려내려가고, 도로와 집들이 물에 잠기고, 현재까지 수십 명이 사망하고, 2018년 진흙이 쏟아져 내려 대피했던 마을은 또다시 대피하였다. 피해액이 한화로 1조 2,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보험업계의 연간 손실액이 1,000억 달러(약 125조 원)를 넘어섰고, 이런 일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지금은 2023년 1월 초. 앓고 있는 지구의 신음은 점점 커질 것이다.
콜로라도에서 가는 곳마다 산과 호수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친구와 함께 산책한 딜런(Dillon) 호수가에는 누군가가 솜 같은 눈을 쌓아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눈사람 뒤로 아무도 손대지 않은 하얀 케이크 프로스팅 같은 얼어붙은 호수 위에 겨울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 위로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눈은 밝고 아름다운 불멸의 삶을 약속하는 듯했다. 하지만, 죽어가는 해리가 눈을 보며 ‘눈 속에서 발에 피를 흘리며 온 탈영병’을 기억한 것처럼 눈은 누군가에게는 고통이고 죽음이다. 눈 덮인 ‘신의 집’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레텔 얼리히가 말한 ‘썩은 눈’은 우리 모두에게 고통과 죽음을 가져올 것이다.
<
송윤정 /금융전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환경을 보호해 건강을 지키는 것은 찬성.하지만 기후변화는 신의 영역. 기후 사기꾼들은 70년대 벌써 곧 빙하기가 와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사기를 쳤다. 왜 사과한마디 없는가? 이젠 온난화? 태양계 안에 지구같은 별이 최대 4천억개.얼마전 NASA가 밝힌 블랙홀이 다른 별을 삼키고 트림한 크기가 무려 태양계 크기의 수백만배. 이런 우주에서 인간이 기후변화에 무슨 역할을 하겠나? 지구는 그냥 쓰다 버릴 일회용 반창고. 깨끗히 쓰다버릴 별.
트나 트 추종자 저질들 공화당은 그래도 요래도 뭐래도 기후온난화는 거짖이며 협박이며 웃긴다한다지요 정말 웃기는건 이들 정신이 문젠데도 이들은 고걸 알려고도 알수도 알줄도 모르는바보 정신이상 청개구리들이니 오늘도 트의입만처다보며 그가말 하는 걸 경처럼 뫼시며 따르고 외우고 퍼 나르고 쌩 지~랄들 이지요 요게 큰 일 인 지 도 모르면서...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