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게 됐다.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부 장관이 18일 트럼프의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1·6 의회 폭동사태 선동 의혹을 조사할 특별검사로 잭 스미스 검사를 임명한 것이다. 갑작스런 특검 임명은 법무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주류언론의 분석이다. 그동안은 법무부가 조사를 주도해왔는데, 대선 후보가 된 사람을 계속 수사하면 트럼프는 이를 바이든 정부의 정적 제거용 수사로 몰아붙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고, 이같은 주장을 아예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독립된 특검 카드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특검에 임명된 잭 스미스는 테네시주 내슈빌 수석 연방검사 대행을 역임했고,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코소보의 국제전범들을 재판정에 세워 유명해진 수석검사 출신이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그는 ‘미국 법무부를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다. 곧고 빠르고 명석하고 예리하고 단호하고 열정적이며, 한번 맡은 케이스는 반드시 해결하고야마는 ‘강골’이라는 평이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취미인 그는 사진만 보아도 우락부락 터프 이미지가 물씬 풍겨나는 특이한 검사인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절대 치우치지 않는 인물이어서 2024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속전속결로 움직일 것이라고 법조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사법 시스템을 악용해 자신에 대한 온갖 혐의를 요리조리 피해온 트럼프가 이제야 제대로 임자를 만난 듯하다.
현재 트럼프가 연방과 주 검찰로부터 동시에 수사 받고 있는 혐의는 5개에 달한다. 일반인이라도 이 정도면 희대의 사기꾼인데, 이런 전력을 가진 인간이 미국 대통령을 역임했고 또 한번 백악관을 차지하겠다며 대선에 나섰으니 미국에 망조가 들었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첫 번째 혐의는 백악관의 기밀문서 무단반출. 지난 8월초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가 살고 있는 플로리다 마라라고 클럽을 전격 수색해 100건 이상의 기밀문서가 들어있는 33개 박스를 압수했다. 이는 트럼프가 임기를 마치면서 플로리다 사저로 가져간 문서들로,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법률 위반, 정부문서의 유출과 파괴, 거듭된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모두 반환했다고 허위 주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번째는 지난해 1월6일 국회의사당의 폭동사태를 선동했는지의 여부다. 이미 연방하원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사건을 조사해왔지만 특검은 자체 수사를 통해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그 범위가 더 넓어질 수도 있다. 의회를 물리적으로 침탈한 사람들에 대한 기소는 워싱턴 DC 검찰청의 소관이고, 특검은 2020년 대선 이후 합법적인 권력 이양과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비준을 방해하려던 시도의 위법 여부까지 조사하게 된다.
세 번째는 트럼프 그룹의 탈세와 재정범죄에 관한 맨해튼 검찰의 수사다. 트럼프 기업이 수년 동안 부동산 가치의 왜곡을 통해 우대 금리 및 세금 공제를 받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네 번째는 조지아 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 국무장관에게 “표를 찾아내라”며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다. 이 과정에서 조지아 주 북부 연방검사장이던 박병진 검사장이 돌연 사임했는데, 그 이유는 트럼프가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었다.
다섯 번째는 뉴욕주 검찰의 민사소송 케이스로, 트럼프와 3명의 자녀들이 트럼프그룹의 재무기록과 부동산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낮춰 유리한 조건으로 세금, 보험, 대출 금액을 책정받아 부당한 혜택을 누렸다며 최소 2억5,0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바로 지난 21일 맨해튼 지방검찰은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의 수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했는데 선거자금에서 쓰고는 법률자문비용으로 위장 처리해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사건은 맨해튼 전 지검장이 형사기소를 검토하다 지난해 은퇴했으며 올해 새로 부임한 앨빈 브래그 지검장이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새로 출범한 잭 스미스 특검의 수사 대상은 첫 번째와 두 번째 혐의에 대한 것이다. 만일 이 혐의들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발견되어 트럼프가 기소된다면, 그리하여 재판이 시작된다면, 그리고 유죄판결을 받아 실형이 선고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법조인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트럼프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항소하거나 평결불복판결을 요청할 것이고, 만에 하나 2024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 즉시 특검을 해체할 법무장관을 임명하고, 대통령 면책권을 주장하거나 자신에 대해 사면을 실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기소되어 재판이 시작된다 해도 배심원 심리에서 배심불일치(hung jury)나 무죄가 나올 수도 있고, 설사 유죄판결을 받아서 감옥형이 선고된다면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문제로 전 미국이 떠들썩해질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난동으로 내전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도 없다.
희대의 사기꾼이요 범법자인 한 인간이 언제까지 미국의 정치 경제 사법 시스템을 희롱하고 국민들을 우롱할 것인지,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그의 이름과 얼굴에 정말이지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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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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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밀 문서를 빼 냇으니 간첩죄가 포함되어야 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