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딸과 조 바이든의 손녀가 일주일 간격으로 혼사를 치른다. 트럼프의 막내딸 티파니가 지난 12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결혼식을 가진 데 이어 오는 19일에는 바이든의 손녀 나오미가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화촉을 밝히는 것이다.
두 결혼식은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숙적인 전현직 대통령 집안의 경사라는 점에서 신부드레스부터 하객들 명단까지, 이를 비교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쉬지 않고 있다. 게다가 나오미와 티파니는 같은 대학(유펜)에서 학부를 마쳤고, 똑같이 2020년에 로스쿨을 나왔으며, 둘다 2018년 남자친구를 만나 2021년 약혼을 발표했고, 이번 달 한주 차이로 결혼식을 올리는 등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두 사람은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사교서클에서 알고 지냈고 함께 찍은 사진이 피플 매거진에 보도된적도 있다고 한다.
티파니(29)는 그동안 존재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트럼프의 ‘잊힌 딸’이다. 트럼프와 두 번째 아내 말라 메이플스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남가주 칼라바사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족과 보낸 시간이 적은 탓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이복형제들과 친하게 지내며 트럼프 집안의 대소사에 늘 함께 해왔고, 트럼프의 2016, 2020 대선 캠페인 때는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정계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공식석상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가족의 기업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았는지 현재 진행 중인 뉴욕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유일한 트럼프의 성인자녀다. (이방카, 도널드 주니어, 에릭 트럼프는 모두 소환됐다.)
유펜을 나와 조지타운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티파니는 가수와 모델로도 활동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40만명이나 되는 등 나름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녀는 2018년 그리스 여행에서 레바논계 억만장자 재벌가의 후계자 마이클 불로스(25)를 만나 사귀어왔으며, 불로스는 지난해 1월 트럼프의 임기 마지막 날 백악관의 로즈 가든에서 티파니에게 120만 달러짜리 1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사하며 프러포즈했다.
지난 주말 마러라고에서의 결혼식은 때마침 플로리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니콜 때문에 해당 지역에 모두 강제 대피령이 내린 상태였지만 하객 250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화려한 웨딩과 리셉션 연출은 레바논의 이벤트 플래너가 맡았고, 신부드레스 역시 레바논 출신의 디자이너 엘리 사브가 맞춤 제작했다고 한다. 하객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손녀 나오미(28)의 백악관 결혼식은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바이든의 80세 생일 하루 전날 열린다. (미국 대통령 역사상 처음으로 80세 생일을 맞는 바이든은 고령에 대한 정적들의 공격과 부담 때문에 미 대통령 역사상 가장 조용한 생일 파티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나오미는 바이든의 차남 헌터와 전 아내 캐슬린 불 사이의 3녀 중 장녀로, 나오미란 이름은 아기 때 교통사고로 숨진 헌터의 여동생(바이든의 첫 딸)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유펜과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나오미의 결혼 상대는 2018년 친구 소개로 만나 교제해온 피터 닐(24). 정형외과 의사부부의 아들로 올해 유펜 로스쿨을 졸업한 닐은 2015년 오바마 정부 백악관에서 인턴을 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고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캠페인에서도 일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공유하고 있는 나오미와 피터 닐은 백악관에서 리셉션만 가질 계획이었으나 결혼식도 치를 수 있게 되자 굉장히 흥분한 상태라고 한다. 이 예식의 웨딩 플래너는 2010년 첼시 클린턴의 결혼식을 비롯해 정계 유력인사들의 이벤트를 도맡아온 브라이언 라파넬리,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는 솜씨로 하이 소사이어티의 인정을 받고 있다. 신부 드레스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할 뿐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나오미 자신이 한때 패션업계에서도 일했고 패션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자신의 드레스에 특별한 애정을 쏟았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얼마나 많은 하객이 초대됐는지, 언론에 공개되는지의 여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결혼식 비용은 백악관의 전례에 따라 일체 바이든 가족이 부담한다고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의 홍보팀이 밝혔다.
백악관에서 결혼식이 열린 것은 1812년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의 아내 돌리 매디슨의 자매인 루시 페인 워싱턴과 대법원 판사 토머스 토드의 웨딩이 처음이었다. 이후 10명의 대통령 자녀들이 백악관 웨딩을 치렀는데 제임스 먼로, 존 퀸시 애덤스, 존 타일러, 율리시즈 그랜트, 디어도어 루즈벨트, 우드로 윌슨,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 등의 아들딸들이 주인공이었다. 대통령 자신의 결혼식이 열린 것은 1886년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유일하다.
가장 최근의 이벤트로는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딸 제나 부시가 텍사스의 부시 랜치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리셉션을 백악관에서 가진 것이다. 그 바로 전에는 1994년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남동생 토니 로드햄이 전 가주 연방상원의원 바바라 박서의 딸인 니콜 박서와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나저나 딸을 백악관에서 결혼시키지 못한 트럼프가 약이 좀 올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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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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