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갑자기 생리량이 늘어나고 통증이 심해지면 자궁근종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직장 여성 A(34)씨는 생리량이 크게 늘고 생리할 때 통증이 심해 걷기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물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빈뇨ㆍ잔뇨감이 심해져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크게 늘었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시원치 않았다. 초음파검사에서 자궁근종이 여러 개 발견돼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았다. 자궁근종은 자궁평활근 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으로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 20대 때부터 생기기 시작해 40~50대 여성의 60% 이상에서 하나 정도 생길 정도로 흔하다. 자궁근종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이 연간 40만 명이 훌쩍 넘었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신 교수는“자궁근종 수술을 받아야 하는 여성은 자궁 보전 여부를 걱정하는데 최근 로봇 수술이 널리 적용되면서 근종만 제거하고 자궁을 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자궁근종이란.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기는 양성 혹으로 암처럼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증상이 생기면 상당히 심각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의학적으로 큰 문제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치료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층 안에서 섬유화 변화로 딱딱한 혹이 만들어져 성장하는 것인데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 에스트로겐ㆍ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환경적 요인 등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떨 때 자궁근종을 의심할 수 있나.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량 과다로, 생리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이를 의심할 수 있다. 자궁내막을 누르는 근종이 있을 때 하혈하듯이 양이 많아질 수 있으며, 특히 빈혈을 동반할 정도로 생리량이 늘어난다면 산부인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생리 예정일이 아닌데 출혈이 생기는 부정 출혈이 있거나, 피가 덩어리질 때도 이를 의심할 수 있다.
또한 생리통을 눈여겨봐야 한다. 자궁근종이 있으면 생리통이 심해질 수 있는데, 근종 이외에도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으로도 생리통이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생리통이 심해졌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신을 준비 중인 가임기 여성이라면 임신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자궁근종이 원인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근종이 자궁내막을 누르고 있거나 자궁내막 아래로 튀어나와 있으면 임신을 방해한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초음파검사를 통해 자궁의 건강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궁근종은 어떻게 치료하나.
치료는 크기ㆍ증상 유무ㆍ임신 계획 등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가볍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크기 변화 등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면 약물을 복용해 증상을 조절하고, 항에스트로겐제제나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제를 사용해 근종이 급격히 성장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약물이나 호르몬제 복용으로도 조절되지 않고 증상이 악화되면 수술해야 한다. 수술할 때는 근종이 자궁내막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중요하다. 근종이 자궁내막에 붙어있거나, 자궁내막을 누르고 있거나, 자궁내막 아래로 튀어나와 있다면 크기가 작아도 생리량이 상당히 늘어나기에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수술해도 자궁을 보전할 수 있나.
수술한다면 자궁 보전 여부를 가장 걱정한다. 전에는 근종 수술 시 자궁 보전이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 널리 적용되면서 근종만 제거하고 자궁을 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단일공 로봇 수술로 진행하면 절개창을 1개만 뚫고 진행하므로 흉터도 적어 젊은 환자의 수술 부담이 많이 줄었다. 근종만 제거하면 임신도 가능한데, 다만 출산 시 자궁 파열 위험이 있으므로 근종 수술을 경험한 여성은 자연 분만 대신 제왕절개로 출산해야 한다. 30~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수술하며, 20대에서도 수술해야 할 정도로 근종이 클 때가 있다.
-어떻게 예방하나.
자궁근종은 뚜렷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예방법은 없다. 다만 유전적인 연관성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어 어머니나 자매가 근종이 있다면 자신에게도 근종이 생길 확률이 3배 정도 높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한 번 근종이 만들어졌던 자궁은 수술로 제거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는데, 특히 근종 개수가 5개 이상이라면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기적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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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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