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이관개방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직장인 A씨는 최근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홈 트레이닝’에 푹 빠져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식사량에 운동량까지 늘리니 체중은 금세 줄었지만 귀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먹먹해진 귀에 자신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몇 달간 지속된 증상에 불안 증세까지 겹쳤다. A씨는 귀 울림 증상과 불안한 심리 상태에 마치 동굴에 갇힌 것만 같았다. 이비인후과를 찾은 A씨는‘이관개방증’ 진단을 받았다. 한지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한 교수는“이관개방증은 처음에는 단순한 신체 질환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들리는 증상이 지속되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마다 불편을 겪게 된다”며“심각해지면 우울감 및 신경과민 등 심리적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관개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비행기를 타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면 귀가 먹먹해지곤 한다. 바깥 귀인 외이와 귀 안쪽 중이에 작용하는 압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으로 불리는 이관(耳管)이 중이 압력을 조절해 먹먹함을 해소한다. 이관이 코의 뒷부분과 귀를 연결해주는 기관인데, 평소 닫혀 있지만 침을 삼키거나 하품할 때 열리며 귓속 압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관 조직이 손상돼 평상시에도 계속 열려 있으면 이관을 통해 공기와 소리가 중이강으로 전달된다.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고, 자신이 숨 쉬고 말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심지어 맥박 뛰는 소리가 들리는 박동성 이명이 발병하기도 한다. 이 질병이 이관개방증이다. 증상이 계속 반복되면 우울ㆍ불안감으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기도 한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정확히 진단하려면 내시경으로 고막 움직임을 들여다보며 확인해야 한다. 특히 숨을 들이마실 때 고막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내쉴 때 고막이 부풀어 오르는 양상을 보이면 이관개방증으로 진단한다. 이외에 대화음을 들려주며 난청 정도와 고막 내측 상태를 관찰하는 고실도 검사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극심한 다이어트로 이관개방증이 발생한다는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관개방증 환자 가운데 3분의 2 정도에서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등이 전조 증상으로 확인되기에 다이어트와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중이 감소할 때 이관 주변의 지방 조직(Ostmann’s fat)도 함께 감소하는데, 이 지방 조직이 이관 폐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뇌혈관 질환, 운동 신경 섬유 질환, 파킨슨병 등 근육을 위축하는 질환이 이관 주위 연조직 탄력성을 떨어뜨려 이관개방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관 연조직의 탄력 저하는 체내 특정 호르몬이 증가하거나 약 섭취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혈중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는 임신부와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된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에게서 이관개방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랫동안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콧속(비인강) 점액이 말라 건조해지면서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비염으로 인해 비충혈 제거제를 자주 사용해도 이관개방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귀가 먹먹한 증상이 생겼다면 이관개방증 외에 돌발성 난청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기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고막 상태 및 청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관개방증으로 진단되었을 경우 만약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증상이 생겼다면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식단을 충분히 먹으며 체중을 회복했을 때 증상이 사라진다. 임신으로 인한 이관개방증은 출산 후 자연적으로 낫기도 한다. 비충혈 제거제를 자주 사용해 발생했다면 사용 빈도를 줄여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는데,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는 외래 진료실에서 고막 패치술을 시행하거나, 수술로 고막 환기관 삽입술을 시행해 증상을 호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한 증상이 지속되면 이관에 카테터 또는 연골을 삽입해 이관폐쇄술을 시행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자기 목소리나 호흡 소리가 들려 당황스럽겠지만,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 등이 최근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