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할리우드 엔딩 하비 와인스틴…’ 작가 켄 오레타
‘할리우드 엔딩 하비 와인스틴…’작가 켄 오레타
미 독립영화계의 거목으로 할리우드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으나 뒤 늦게 여성들에게 성폭력과 성추행을 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하비 와인스틴(70)의 전기 ‘할리우드 엔딩 하비 와인스틴 앤드 더 컬처 오브 사일런스’(Hollywood Ending Harvey Weinstein and the Culture of Silence)를 쓴 켄 오레타(80)를 영상 인터뷰 했다. 와인스틴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쉐익스피어 인 러브’와 빅 히트작‘펄프 픽션’과‘킬 빌’ 등을 제작한 초대형 제작자였으나 여배우들과 여성 직원을 비롯해 수많은 여성들을 자신의 성적 욕망의 제물로 삼아 2020년 뉴욕에서 재판 끝에 23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현재 같은 혐의로 LA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레타는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 특히 탁월한 미디아 비평가로 알려졌다. 뉴욕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오레타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고 침착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하비 와인스틴은 현재 LA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하비는 미 독립영화계의 앞길을 크게 열어준 탁월한 영화인인 반면 개인적으로는 가공할 일을 저지른 혐오스런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그의 이렇게 상반된 양면을 고루 다루기가 힘들었는가.
“어떤 사람의 전기를 쓰려면 그 사람의 장단점을 고루 다루어야 한다. 그를 한 인간으로서 총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나는 자기 형과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깡패인 하비를 패주고플 정도로 싫어한다. 그러나 그도 자기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와 함께 그는 골든 글로브 상을 여럿 탄 훌륭한 영화들을 만든 재능 있는 제작자요 배급자이며 또 선전 전문가이다. 따라서 나는 이런 괴물 하비와 뛰어난 영화인 하비를 합친 총체적 인간 하비를 그리려고 했다. 나는 지난 2002년 잡지 뉴요커에 하비의 면모를 소개하면서 그가 재능이 있지만 깡패요 여러 면에서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써 하비기 이를 아주 싫어했다. 그리고 그를 만나 그가 여성을 자기 성적 욕망의 제물로 삼는 짐승이라고까지 다그쳤으나 피해 여성들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 할 수가 없어 책을 출판하지 못했다.”
-하비의 추행이 폭로 되면서 그와 함께 도매금으로 성폭행자로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비의 성추행이 처음 폭로된 것은 지난 2017년 10월이었다. 그 이후 #미 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초원의 불길처럼 번졌는데 이 운동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모든 신운동이 그렇듯이 그 것은 때로 도가 넘치게 마련이고 또 경우에 따라선 증거가 없는데도 사람을 가해자로 만들기도 한다. 하비의 경우도 마찬 가지로 #미 투 운동은 하비처럼 극단적인 성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미미한 성희롱을 한 사람들까지도 일괄적으로 하비와 같은 인간으로 취급한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한 죄수들을 사면하는 사회체제 안에 사는 우리는 하비와 같은 중범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은 용서하는 그 어떤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비의 영화사에서 일한 사람들이 지녔던 소위 ‘침묵의 풍토’는 어느 정도였는지.
“하비는 지난 40년간 80여명의 여성들에게 성폭력과 성추행을 저질렀는데도 무사했다. 나는 책을 쓰기 위해 하비와 일한 사람들을 200여명 인터뷰 했는데 대부분이 하비가 아내를 속이고 바람을 피웠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여성을 성추행한 것은 모른다고 오리발들을 내밀었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한 매력적인 미모를 지닌 힐러리 실버는 하비의 짐승과도 같은 성적 욕망의 본질을 이렇게 들려주었다. 실버가 하비의 영화사인 미라맥스의 직원 채용에 응모해 인터뷰 끝에 채용이 됐다. 인터뷰 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비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하비가 다짜고짜로 자기를 보고 일 끝나면 나를 찾아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하비는 실버가 직원 채용에 응모하기 위해 회사를 찾아온 줄도 몰랐다. 그리고 실버가 회사에 출근하기 전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미라맥스의 간부들 몇 명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래서 그들을 만났는데 모두 한결같이 ‘이 회사 일할 만한 회사가 못되지’라고 말하더라는 것.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당신은 매력적인 여자로 하비는 매력적인 여자를 성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버릇’이라고 답하더라고. 내가 만난 미라맥스의 여러 전직 간부들은 내게 자기 부하 여직원들 중에 매력적인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하비와 단둘이 있지 못하도록 했다고 들려줬다. 이 것만 봐도 하비와 함께 일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하비의 성추행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침묵의 풍토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다. 이로 인해 많은 여자들이 피 할 수도 있었을 범죄인 강간을 당한 것이다. 하비의 유죄 판결로 단기간 ‘침묵의 풍토’에 변화가 왔지만 과연 그 변화가 장기간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하비를 둘러싼 신비와 의문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으며 또 많은 탁월한 영화들을 만든 재능은 어디서 왔는가. 하비와 그의 가장 가까웠던 보조자였으나 지금은 서로 대화하지도 않는 형 밥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그는 자기의 힘을 어떻게 사용했으며 또 어떻게 남용했는가. 누가 하비를 하비로 만들어 주었는가. 이런 점들이 궁금했다. 책은 부분적으로 힘과 권력의 초상화라고 하겠다. 책에는 물론 하비의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그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니까 책은 하비를 총체적으로 그린 인물화라고 하겠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하비가 어떻게 그렇게 막강한 자가 될 수 있었는가.
“하비는 대학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전연 사업가의 기질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고등학교 동기생들에 의하면 그는 학생 시절 다소 소심하고 풀이 죽은 태도를 지녔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와 함께 자란 사람들은 다 하비가 후에 그렇게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사업가 기질을 보이면서 힘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중퇴, 록 컨서트를 주최하면서였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서 그는 돌연 막강한 흥행사가 되었다. 이런 힘을 거머쥐게 되면서 그는 여자에 대한 성적 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힘이 사랑의 묘약 구실을 한 셈이다. 록 음악 사업에 이어 영화 사업에서도 성공하면서 그는 사업가이자 흥행사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하비의 주위 사람으로서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어머니 미리암과 삼촌 쉬미다. 어머니는 늘 고함을 질렀지만 취미가 고상했고 또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었다. 삼촌은 무슨 일을 하든지 능한 사람으로 하비는 어렸을 때 이 두 사람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그렇게 막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비한 점이 있다.”
-하비의 두 부인들은 남편의 비행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두 사람 다 결혼 할 때 하비에 대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만난 두 여인의 친구들에 의하면 부인들은 남편의 비행이 그렇게 심한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난 이를 부인할 증거가 없다. 그러나 두 부인을 알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에 의하면 그들은 남편의 비행을 알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비는 부인이 옆에 있는데도 젊고 매력적인 여자만 보면 성적으로 치근대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비는 자기가 못 생기고 비만해 아름다운 여자들이 좋아할 턱이 없으니 그들을 힘으로 정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인가.
“이런 일화가 있다. 하비가 칸영화제에 참가했을 때 한 매우 아름다운 모델을 만나자 그를 붙잡고 나와 함께 파티에 가자고 말했다. 이 모델은 파티가 열리는 호텔방에 사람이 많을 줄 알고 하비를 따라 갔더니 방에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하비는 대뜸 옷을 벗더니 모델을 끌어안으려고 했다. 이에 모델은 욕실로 달려가 문을 잠그고 비명을 내질렀다. 비명 소리가 너무나 커 하비가 주춤하자 모델은 호텔방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했다. 그 때 하비가 여자를 향해 ‘넌 내가 뚱뚱해 싫어하지’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하비의 자의식과 조울증 증세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반면 이런 얘기도 있다. 하비는 외국 여행 시 호텔방에서 운동을 한 뒤 정장을 하고 만찬에 참석했는데 만찬 후 방에 돌아오면 여자 비서가 보는 앞에서 옷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나체로 방을 오락가락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비서에게 ‘이 게 편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추한 행동을 정상화하는 사람이었다. 한 여자에겐 ‘난 뚱뚱하고 추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 앞에선 발가벗고 자기 몸을 과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하겠다.”
-하비가 할리우드로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이가 40대나 50대인 사람이라면 과거의 위치로 복귀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하비처럼 70대인 사람이 복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들의 성적 욕망과 여자들에 대한 수치스런 행동을 하고도 70대에 복귀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와 폭스TV사로부터 해고당한 베스트 셀러 작가요 방송인인 빌 오라일리 단 두 사람뿐이다. 그 나머지는 모두 매장 당했다.”
<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