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갤러리… 블루칩 작가들 신작 선보여
▶ 우르스 피셔·크리스티나 퀄스·토마스 루프 등 서도호·아니카이·이미래 등 한국작가 전시도
9월 첫째 주 서울에서 키아프, 프리즈 아트페어가 끝난 직후 뉴욕 또한 가을 아트페어의 상징인 ‘아모리 쇼(Armory Show)’를 시작으로 메인 아트 시즌에 접어들었다. 뉴욕은 긴 여름 휴가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한 뉴요커들, 가을 패션위크 기간으로 모인 글로벌 패션 피플들, 각종 아트페어와 전시를 찾아온 컬렉터와 딜러들로 붐비고 있다.
메가 갤러리들이 밀집한 첼시 갤러리 지구에서는 이번 가을, 활발히 활동하는 블루칩 작가들의 신작을 대거 만날 수 있다. 기존 예술적 관행이나 미디엄(매체)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신작들을 다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이후 미국 전역에서 조명받고 있는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다수의 한국 작가 개인전도 눈길을 끌고 있다.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는 첼시 내 3곳의 전시장에서 우르스 피셔 (Urs Fischer)의 새로운 디지털 프로젝트, 릭 로웨 (Rick Lowe)와 댄 콜린 (Dan Colen)의 신작 페인팅을 각각 전시하고 있다.
디지털 콜라주 평면 작업을 주로 해왔던 스위스 작가 우르스 피셔는 세로 4m, 가로가 무려 9m에 달하는 거대한 디지털 패널 작업 ‘CHAO? #50, 2022’를 비롯한 두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큰 화면 안에는 1000여 개가 넘는 일상적 오브제들이 디지털 렌더링으로 겹쳐져 있으며 각각 무작위로 움직인다. 각 오브제들은 하나의 디지털 패턴처럼 보이며, 그 형태와 기능은 불명확해 진다.
리만 머핀 (Lehmann Maupin) 갤러리는 서도호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영국을 기반으로 사진·드로잉·입체 작품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들을 전개하는 서도호는 자신의 작업실이나 아파트 공간부터 그 내부의 손잡이, 전등 스위치와 같은 실내 오브제들을 가볍고 가느다란 천으로, 실제 사이즈와 동일하게 재현한다.
이번 뉴욕 리만머핀에는 천으로 만들어진 400여 개의 실내 오브제들이 벽에 배열된 신작 ‘Jet Lag’가 전시됐다. ‘시차’라는 뜻의 작품 제목처럼 각 오브제들은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의 흐름이 남긴 흔적들이다. 작가는 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재해석 해 관객들도 간접 경험하게 해 준다.
티나 킴(Tina Kim) 갤러리에서는 현재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고 있는 이미래의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도 분점이 있는 글래드스톤 (Gladstone) 갤러리는 오는 10월 중순, 새롭게 단장한 갤러리 공간에서 한국계 미국 작가인 아니카 이(Anicka Yi)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냄새, 향기 같은 후각적이고 화학적인 소재로 작업해 온 아니카 이는 지난 2016년 구겐하임 뮤지엄이 주최하는 휴고 보스 상을 수상했고, 최근 테이트모던에서도 개인전을 열었다.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갤러리에서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 중인 크리스티나 퀄스 (Christina Quarles)의 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 퀄스의 작업은 여성이며 성소수자인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과 불합리한 태도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림에 등장하는 신체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포즈를 취하고 있거나 심하게 왜곡된 형태를 지닌다. 프란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퀄스의 작품은 퀴어 문화와 여성 작가라는 동시대 미술이 주목하는 프레임까지 더해져 세계 미술관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1세기의 프란시스 베이컨’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이 많은 작가이기도 하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는 지난해 런던 갤러리 필라 코리아스(Pilar Corrias) 전속작가인 크리스티나 퀄스와 공동으로 전속 계약을 맺었다.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갤러리는 사진 작업의 대가인 독일 작가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신작 ‘d.o.p.e’ 시리즈를 선보였다. 기존 내러티브와 개념 기반의 사진 작업을 해온 토마스 루프가 이번에는 특별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낸 패턴이 프린트 된 카펫 작업들을 가지고 왔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세포들과 같이 파편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를 지닌 카펫위의 패턴들은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기계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이미지라는 게 역설적이다. 루프는 이마저도 뛰어넘어 철저한 계산 아래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미지 또한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만큼 시각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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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미술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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